[광화문뷰] 'SK텔레콤'에서 ‘텔레콤’이 사라지는 날

송창범 기자입력 : 2020-01-20 00:10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명변경' 공식화

[IT과학부= 송창범 기자]

SK텔레콤이란 사명에서 ‘텔레콤’이란 글자가 사라진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이 가입해 1위 이동통신사라는 이미지가 굳건한 SK텔레콤이 사명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SK텔레콤은 사명을 바꾸는 이유를 "굳어져버린 이동통신사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사명 변경은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을 내세워 다시 승부하기 위해 사명 변경을 돌파구로 삼으려는 최후의 전략카드로 활용돼 왔다.

그래서일까? SK텔레콤을 이끄는 박정호 사장이 ‘CES 2020’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사명 변경을 언급하자 한국에선 매우 민감한 반응들이 나왔다.

지난 13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박정호 사장은 기자들 앞에서 다시 한번 사명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기자들에게 “사명 공모도 계획 중으로, 좋은 명칭이 나오면 즉시 바꾸겠다”고 했다.

이제 SK텔레콤의 사명 변경은 공식화됐다. 이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사명에서 ‘텔레콤’이란 문구가 빠진다는 것이다. ‘탈통신’ 선언 10여년 만이다. 안정적인 먹거리였던 통신사업 대신에 새로운 먹거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박 사장은 자신이 생각한 사명 후보도 공개했다. 바로 ‘SK하이퍼커넥트’다. 초협력·초연결을 강조해온 박 사장의 생각이 가장 잘 담겨 있는 사명이란 평가다. 실제 박 사장은 ‘CES 2020’에 이어 신년인사회에서도 “삼성, 카카오와 높은 단계에서의 AI 초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융복합 4차 산업혁명 시대, 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으로 경쟁사와도 손을 맞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사명에 녹인 것이다.

기업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압도적이지만, SK텔레콤을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일부에서 나온다. 그래서 새로운 사명이 소비자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지는 미지수다. 소비자들은 “하이퍼커넥트 이름 자체가 너무 어렵다", “더 쉬운 사명으로 바뀌면 좋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년 이상 'SK텔레콤'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이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SK텔레콤은 소비자와의 접점이 높은 업종으로 다른 산업보다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자칫하면 SK텔레콤 이용자들이 떠날 수도 있다.

사명을 변경하면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한 수만개의 대리점의 간판도 바꿔야 한다. 간판은 물론이고 로고와 각종 홍보물 등 모든 것을 교체해야 한다.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만약 SK텔레콤이 SK하이퍼커넥트라는 사명을 그대로 가져가게 될 경우, 기업 쪽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하이퍼커넥트를 포털에 검색하면 이미 같은 사명을 가진 기업이 존재한다. 자칫 대기업이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의 이름까지 빼앗아 간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사명 변경엔 다양하고 어려운 문제가 따르지만, 박정호 사장의 사명 변경 의지는 매우 강하다. 물론 ‘완전한 혁신’이라는 딥체인지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사명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적이 있었던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비통신 사업 매출의 비중을 45%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50%까지 비중을 높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사내 분위기도 여느 IT기업들처럼 바뀌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부터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주 4일 근무 제도를 실시하는 방침도 세웠다. 

그동안 SK텔레콤은 대기업 조직처럼 딱딱하게 운영돼 왔다. 관련 절차가 복잡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사업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업계는 박 사장이 사명 변경이란 극약처방을 통해 이런 사내 분위기까지 한꺼번에 쇄신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SK텔레콤이란 사명으로 이통업계 1위에 만족할지, 사명 변경을 통해 IT업계 1위 기업으로 우뚝설지, IT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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