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대통령 아저씨, '아빠·엄마가 매일 울어요' 우리 가족을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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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완 기자
입력 2020-01-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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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살짜리 꼬마는 17일 새벽, 왜 경기도 화성시로 향했을까?… 기업의 농간으로 파산 기로에 선 '운수노동자들의 눈물'

"문재인 대통령 아저씨 우리 아빠 도와주세요, 아빠가 우는거 보기 싫어요. (발안산업개발 사장님) 우리 가족을 지켜주세요. 우리 아빠를 살려주세요. 엄마가 매일 울고 있어요." [관련기사= 골재 운반대금 3억원 미지급, 생존권 위협 받는 운수노동자, 2019년 12월 9일 보도]

 

 ▲ 영하 7도의 날씨. 5살 A양이 아빠를 살려달라며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기완 기자]

17일 아침은 영하 7도로 매서운 날씨였다. 5살짜리 임모 양은 이날 새벽 경기도 화성시 발안산업개발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가족을 지켜달라는 울부짖음이었다. 컵라면으로 아침 끼니를 때우고 5시간을 추위와 싸워가며 가족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 운수노동자 가족들, 그들은 왜 거리로 나왔나
골재 운반 운수 노동자 그들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 정말 열심히 살었다. 새벽녁 고속도로 위해서 컵라면을 먹어가며 차를 끌었고, 차량 한 켠에서 쪽잠을 자가며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골재를 운반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노동의 댓가는 지급되지 않았다. 그것만도 수 억원이다. 그들은 결국 집회를 통해 이 같은 부당함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경기도 화성시에 소재한 발안산업개발 골재회사와 운반계약을 하고 차량을 운행했었던 운수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 회사에서 고의적으로 운반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10월 중순까지 골재 운반 대금 3억원을 지급받지 못해 직원들은 생활고에 지쳐가며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있다.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발안산업개발에 대금 지급을 호소해 왔지만, 매번 거절당했다. 발안산업개발과 운수노동자들 간 직접적으로 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때문이다. 운수노동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운반을 발주한 곳이 케이엠 건설이기 때문에 지급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 아이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려 컵라면을 먹고 있다. [사진=김기완 기자]

◆ 그렇다면 운수노동자들은 왜 발안산업개발에 운반대금 지급을 요구하는 것일까.
운수노동자들에게 골재 운반을 발주한 업체는 케이엠 건설로, 이 회사의 대표는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의 K씨다. 그는 법적으로 케이엠 건설의 대표로 이름이 올라있다. 발안산업개발 직원이었던 K씨가 이 사무실을 아들 명의로 차려두고 운영중에 있었던 것.

발안산업개발에서 배차부장으로 근무했었던 K씨가 자신의 아들 명의로 케이엠 건설을 차려두고 골재운반 발주처 역할을 맡고 있다. 법적으로는 케이엠 건설에서 골재운반을 발주한 것이기 때문에 발안산업개발은 운수노동자들에게 운반 대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운수노동자들은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는 발주만 케이엠 건설에서 하는 것이지 모든 골재운반 사업의 주체는 발안산업개발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몸통은 발안산업이고 케이엠은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에 불과하다는 증언이다.

운수노동자들은 "그동안 골재 운반을 해오면서 목격했었던 여러가지 정황상 발안산업과 케이엠건설은 사실상 한 회사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골재 운반 대금 지급을 요청했었지만 "조만간 들어올 돈이 있으니 바로 대금을 결재하겠다는 핑계로 계속해서 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발안산업개발은 정도가 더 심했다. "대금을 받고 싶으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운수노동자들은 "(돈을 받고 싶으면)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결제 방법과 운반을 요구받았다."며 "발안산업개발에서 회계자료 조작을 위해 또다른 유령회사를 차려두고 이중적 작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화성시에 따르면 발안산업개발 재정상태는 A+를 받을 만큼 탄탄한 재무구조다. 그럼에도 골재 운반 대금이 지급되지 않는 상황인 셈이다. 충분한 재력이 되면서도 골재 운반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대목이라 주목된다. 국세청과 회계법인 관계자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증언대로라면 사실상 이 같은 방법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합법을 빙자한 전형적인 불·편법이라는 해석이다.
 
골재 운반을 시킨 업체가 운반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운수노동자들은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생활고를 겪고 있다. 생계유지를 위해 캐피탈을 통해 구입한 차량은 압류됐고, 생활비가 없어 건설현장 막노동판을 전전하고 있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 지켜나가려 했던 그들의 희망은 그렇게 멈춰버렸다.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새벽 3시부터 운전대를 잡아야했었다던 그들에게 지급돼야 할 골재 운반대금 3억원은 바로 그들의 생존권이었다.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생활이더라도 꼬박꼬박 세금도 내면서, 작은 집 한칸 마련을 위해 그렇게 운전대만 잡었다.


운수노동자들은 "가진거라곤 몸뚱이 하나 밖에 없고, 그나마 할 수 있는게 운전이라서 새벽이슬 맞으며 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가족들을 지킬 수 있도록 제발 도와주세요. 살려주십시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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