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신년회견] "남북협력, 필요시 대북제제 완화도…한일, 수출규제·지소미아부터 해결"(종합)

정혜인 기자입력 : 2020-01-14 16:36
“남북 협력 때 북·미 대화 촉진…필요시 대북제재 예외적 승인 노력” 한·일 갈등, ‘수출규제·지소미아’ 등 쉽게 해결할 문제부터 풀어내야 習·李 방한, 한·중 관계 도약 계기…한·미 방위비 협상 “의견차 여전”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많은 것이 외교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비핵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한·일 갈등 현안 등 겹겹이 쌓인 외교난제의 해결법을 묻는 말에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지고, 마땅한 성과가 없다는 부정적인 반응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지적한 셈이다.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 남북 관계 등 각종 외교난제에 대한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문 대통령의 남북협력 구상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강화된 상황에서 독자적인 남북협력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제시를 요구한 것이다.

◆“남북 협력 때 북·미 대화 촉진…필요시 대북제재 예외적 승인 노력”

문 대통령은 이날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와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신뢰가 있느냐는 질문에 “낙관할 수 없지만, 비관적인 단계도 아니라고 본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 남북협력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도 외교란 것은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이 있다”며 “대화를 통해 협력을 늘려나가려는 노력은 지금도 지속하고 있고, 충분히 잘 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으로 갖고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무(無)진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생일을 계기로 북·미 정상 간 대화 의지가 여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많은 것이 외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외교는 당장 내일의 성과만 바라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성과는 없지만, 물밑 흐름은 생각보다 빠를 수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곧 본격 대선 국면에 접어든다고 언급하며 “북·미 간 그렇게 시간적 여유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착이 지속되는 것은 상황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미 협상의 교착 상황이 장기화되면 대화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 재개을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남북 관계 복원으로 북·미 대화의 교착 국면을 풀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드러내 북·미 대화만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판단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는 곧바로 북미대화로 이어졌다”며 “북·미 대화만을 바라보지 않고 남북협력을 증진하면서 북·미 대화를 좀 더 촉진해나갈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 등 국제사회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상응조치에는 대북제재 완화도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제제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북협력에 있어서 여러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제한된 범위 내에서는 남북 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남북 관계를 협력해나감에 있어서 유엔 제재로부터 예외적인 승인이 필요하다면 그 점에 대해서도 노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북제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남북 간의 실질적 협력방안이 이미 리스트화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일 갈등, ‘수출규제·지소미아’ 등 쉬운 문제부터 해결해야

문 대통령은 한·일 간 강제징용 판결 문제가 일본의 수출규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지소미아 문제가 연결됐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동의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얽힌 강제징용 문제보다 한·일 정부 간 협의로 해결할 수 있는 현안을 먼저 해결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수출규제가 한국기업뿐 아니라 일본기업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수출규제·지소미아 등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한다면 한·일 양국 신뢰 회복에 도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서는 일본 측의 해법 제시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방안을 마련한다면 양국 간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이미 여러 차례 해결법을 제안했다며 한국 입법부 차원의 노력도 있었다고도 했다. 또 원고대리인단인 한·일 변호인단과 시민단체도 공동협의체 구성 등 해결책을 제시했다며 “한국 정부는 그 협의체에도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본 측의 해법 제시 필요성을 피력했다. 한국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만큼 일본도 이에 상응하는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한 것이다. 

또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 7월에 열리는 도쿄하계올림픽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도쿄올림픽은 남북 선수단도 일부 단일팀 구성이 합의돼 있고, 공동입장 등의 방식으로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는 장으로 만들 수 있다”며 “도쿄올림픽이 한·일 관계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習·李 방한, 한·중 관계 도약 계기…한·미 방위비 협상 “양측 의견차 여전”

문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총리의 방한이 한·중 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의 중국 역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할 때까지 중국이 끊임없이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저희가 함께 협력해 갈 것”이라며 “두 분 국가 지도자(시 주석과 리 총리)의 방한은 한·중 관계를 획기적으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올해 상반기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고, 리 총리는 한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참석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은 2022년 수교 30주년이다. 이를 계기로 한·중 관계를 한 단계 더 크게 도약 시켜 나가자는데 양국 지도자의 생각이 일치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이 중점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한국 정부가 역점을 둔 신(新)남방·신북방 정책의 접점을 찾아 함께 해나가는 데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은 앞서 2021년과 2022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하고, 활발한 문화·인적 교류를 약속한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한·미 간 방위비 분담 협상 논의에 대해 “진전이 있지만, 아직 (한·미 간 의견에) 거리가 있다”며 공평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은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이 이뤄져야 국민도 동의할 수 있고, 국회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그 선을 지켜야 동의를 받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른 시일 내에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고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기업과 교민의 안전 문제다. 원유 수급이나 에너지 수송 문제도 우리 관심 가져야 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 동맹도 연결돼 있고, 이란과의 외교 관계도 있다”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실적 방안을 찾아가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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