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검사 4인방]① '미친X'이라 낙인찍혀도 내부고발 멈추지 않는 임은정…'검찰개혁 적임자'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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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우 기자
입력 2020-01-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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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총장 등 수뇌부 비리 고발하며 검찰에 정면으로 도전

  • '임은정 검사를 차기 검찰총장으로 임명해달라' 청원도

  • 이번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요직 발탁 가능성 거론

[편집자주] 검찰 개혁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드높은 최근들어 여성 검사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이제껏 감춰졌던 검찰 내부의 켜켜이 쌓인 문제가 임은정·진혜원·서지현·안미현 검사 등의 폭로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존 남성 중심의 검찰 체제를 뒤흔드는 것은 물론, 이제 껏 현직 검사 입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검찰끼리 숨겨온 비밀'을 고발하며 검찰개혁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 여러분이 제발 검찰 공화국의 폭주를 막아달라."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정원회 국정감사장에 선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거침이 없었다. 현직 검사로서는 처음으로 경찰청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 검사는 "검찰의 업보가 너무 많아 내가 아는 것을 국민이 다 안다면 검찰이 없어져도 할 말이 없을 만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뿐만이 아니다. 임 검사의 행보는 '보는 사람이 오히려 두려움을 느낄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감하다. 

최근에는 '검찰 고위 간부가 인사를 두고 부당한 거래를 제안한 적이 있다'고 폭로한 뒤 '그가 김후곤 기조실장이었다'고 실명까지 밝히는가 하면 "검찰은 원래 인사 기준이 없어 잘못된 수사와 기소로 물의를 야기해도 시키는 대로 한 충성심은 인사로 보답받는 곳"이라거나 "원칙을 지키면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이 검찰"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임 검사에 대한 검찰 수뇌부나 이른바 '주류'들의 분노는 이미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그럴수록 임 검사의 존재가치는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검찰개혁 국면에서 임 검사는 단연 최고의 주요 인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숱한 낙인과 비난, 따돌림에도 내부 고발을 멈추지 않아 '검찰 저격수'로 불려온 임 검사가 마침내 '때'를 만나게 된 셈. 법조계 안팎에서는 머지않아 단행될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임 검사가 요직으로 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사진=연합뉴스]

임 검사는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을 경찰에 고발하는 등 검찰 내부 비판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그는 2012년 박형규 목사의 민청학련 재심과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반공법 위반 재심에서 검찰 내부의 '백지 구형' 지침을 깨고 무죄를 구형함으로써 검찰의 오래된 '관행'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이 일로 4개월 정직 중징계 처분을 받은 뒤에도 그는 공개적으로 검찰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와 '소신 검사'의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임 검사는 검찰총장을 포함한 전·현직 검찰 수뇌부들을 검찰과 경찰에 직접 고발한다. 지난해에는 '부산지검 공문서 위조 사건'으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전 부산고검장, 조기룡 서울고검 부장검사 등 전·현직 고위 간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앞서 2018년에는 '서울남부지검 성폭력 은폐 사건'과 관련해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김수남 전 검찰청장, 이준호 전 감찰본부장 등 6명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뿐만 아니라 임 검사는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와 페이스북,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검찰의 오랜 침묵을 깬 그의 신념이, 제도권 언론이 숨죽이던 시절 저항 언론 운동을 이끌며 참다운 말의 회복을 추구했던 송건호 선생의 언론 정신과 부합한다'는 평가와 함께 현직 검사로선 이례적으로 지난해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임 검사가 그간 걸어온 길이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 원칙'을 기본으로 삼는 검찰 조직에서 현직 검사가 조직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일은 같은 동료와 선후배들의 따가운 질타를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질타 수준을 벗어난 괴롭힘과 모욕, 배제는 그에게 일상이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 내부에서 받은 배제와 괴롭힘을 두고 "불가촉천민의 삶이 이런 건가 싶었다"며 "생매장당하는 것 같아 정말 죽을 것 같았다"고 표현한 바 있다.

모르는 후배가 내부망으로 '검사들이 욕하는 거 아시죠?'라는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가까웠던 후배가 인사를 못 들은 척 지나가기도 했다. '정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총선 불출마 표명을 요구받는 등 숱한 모욕과 비난 속에서도 그는 '도시락 폭탄을 던지는 독립투사의 심정으로' 비판 행보를 이어왔다.

2018년 유튜브 공익제보 방송에 임 검사와 함께 출연한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는 "검찰에서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제2의 임은정이 나오는 것이었을 것"이라며 "(미투 이후) 임은정 선배가 제게 정말 고맙다(하하). 내가 검찰에서 '제1의 미친X'이었는데 네가 나와서 '제1의 미친X'이 네가 됐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행보에 아직 부장검사인 임 검사를 차기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으로 추대하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죄다 한통속인 적폐 검찰' 내에서 검찰을 개혁할 적임자는 임 검사뿐이라는 얘기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임 검사를 차기 검찰총장이나 검사장,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달라는 청원이 이미 여러 건 올라와 있다.

청원 참여인원이 5000명을 넘은 '임은정 울산지검장을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추천합니다'라는 게시글 작성자는 "이 시대의 적폐,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개혁은 '검찰이 뿌리 깊이 썩었으며, 해체되어야 할 조직'이라 소리 높여 외치는 임은정 검사가 최고 적임자 입니다"라고 말한다.

청원 참여인원이 1700명을 넘은 '임은정 검사를 검찰총장으로'라는 게시글의 작성자 또한 "적폐 청산의 적임자, 사법개혁 검찰개혁의 꽃이 화려하게 등장했다"며 "여성 최초 검찰총장이 나올 때도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검찰 중간 간부 인사가 발표된다. 법조계에서는 임 부장을 곧바로 검찰수뇌부에 배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하지만 요직에 발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앞선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강한 '검찰개혁 의지'를 표명한 만큼 후속 인사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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