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2020년 중국경제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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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20-01-0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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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판다는 날 수 있을까(Can pandas fly)?” 2019년 2월 영국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중국경제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하락, 내수경제 위축, 재정적자 등의 요인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중국경제는 많은 경제 전문가와 기관들의 예측만큼 심각한 디플레이션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4대 회색 코뿔소(grey rhino; 제조기업 부채, 부동산 버블, 그림자 금융, 지방정부 부채)의 암영(暗影)이 뿌옇게 중국경제를 감싸고 있다. 최근 2020년 중국경제 성장률 6%가 무너진다는, 이른바 ‘포류(破六)’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세계경제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국가부채에 따른 중국경제 위기설까지 더욱 확산되면서 올해 경제전망은 더욱 불투명한 상태이다.

과연 2020년 중국경제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정부는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안정적인 경제운영을 추구하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이 말의 의미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시행되고 있는 감세정책에 추가적인 조치 없이, 중서부 지역의 철도 및 도로 등 SOC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현재 60% 정도 수준인 도시화율 제고를 위한 신형 도시화, 즉 5G 중심의 스마트 도시 구축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안정적인 통화정책’은 기업부채로 인한 지방은행의 뱅크런(Bank Run) 사태 등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금융 리스크를 감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처럼 막대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양적완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그럴까?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민영제조 수출기업의 부도 리스크, 그로 인한 실업률 상승으로  공산당의 리더십으로부터 민심 이탈이란 더 큰 내부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업률 상승은 결국 가계부채의 증가를 의미한다. 2019년은 중국정부 노력으로 국유기업 부채와 그림자 금융 리스크는 적절히 통제되고 있으나, 그동안 감춰진 가계부채가 중국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부채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어도 중기적으로 민간소비 둔화→성장률 저하의 악순환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소비와 대출이 늘어날 수 있도록 서비스 산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과 스타트업을 더욱 지원하는 정책으로 실업률 상승을 막고, 잠재돼 있는 가계부채를 균형 있게 통제해 나가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안정적 경제운영’이라는 표현은 하고 있지만, 적정 규모의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1월 6일부터 중국정부는 지급준비율 0.5% 포인트 인하조치를 단행하면서, 약 1조 위안(약 165조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곧 다가올 춘절(春節)자금 수요에 맞춰 정부가 돈을 풀어 사전에 대응하는 목적도 있지만, 2020년 6%대 경제성장률 방어를 위한 중국정부의 말 못할 고민의 첫 출발인 셈이다. 또한 향후 지급준비율과 대출우대금리(LPR)도 지속적으로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2020년엔 2010년 GDP 대비 2배를 달성해 샤오캉(小康, 먹고살 만한 중산층) 사회에 진입하겠다고 중국 공산당이 약속한 원년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진핑 주석의 신년사에서도 어김없이 이 부분은 강조되었다. 2020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최소 5.9% 이상은 되어야 2010년 GDP의 2배를 달성할 수 있다. 샤오캉 사회의 진입은 시 주석이 얘기한 2021년 공산당 창립 100주년이 되는 1단계 중국몽(中國夢)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중국정부는 재정 및 통화정책의 모든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도는 미·중무역 2차 협상의 방향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따라 중국경제가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존 2018~2019년 공급측 구조개혁의 핵심이슈가 대규모 감세정책을 실시하여 수출주도형 제조기업 원가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었다면, 2020년 중국경제의 향방은 수출이 아닌 중앙정부의 투자와 내수소비 중심의 경기부양과 중국부채 리스크 방어에 달려 있다. 중국은 기존 정부 주도의 경제 확대정책에서 점차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의 체질개선 방향으로 지속적인 드라이브 정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차 제조업 비중을 기존 전통산업에서 첨단제조로 늘려나가기 위해 개혁·개방을 심화해 나가고, 비즈니스 환경을 최적화하여 핵심 분야의 자주혁신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경제의 각종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진행 중인 △금융안정 △무역안정 △투자안정 △취업안정 △외자유치 안정 △경기안정의 ‘6개 안정(六稳)’을 통해 안정적이고 건전한 경제성장을 촉진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0년도는 중국경제가 지난 4년간(2016~2019년) 나타난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고 노동력, 자원 중심의 요소투입 성장방식에서 생산요소 배분과 생산효율성을 최대화하는 공급측 개혁의 기반 위에 신(新)5대 공급측 개혁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지속적인 구조개혁이 현실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경제가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에 진입한 뒤 L자형 단계에 들어서 경제구조 조정, 산업 고도화, 신산업 육성, 국유기업의 혼합형 소유제 개혁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산업생산 증가율 하락 및 고정자산 투자 감소로 인한 내적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게다가 지속되고 있는 홍콩시위사태 및 타이완 이슈, 미·중 간 무역마찰 등과 같은 대외적인 요소가 지속적으로 중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내외경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6% 성장률 방어에 나설 것이다.

문제는 한국경제이다. 향후 중국수출 및 내수시장 부진, 산업기술 국산화 정책에 따른 미래 신성장 산업 중심의 새로운 한·중 간 밸류체인 구축 노력과 함께 올해부터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이 본격화될 것에 대비한 신(新)자본시장 접근 노력이 가시화되어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현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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