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發 리스크 확대에 ‘속타는 기업들’

양성모·임애신·한영훈 기자입력 : 2020-01-07 19:00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우려가 다소 누그러지자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지역에 전운이 감돌면서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정유·화학업계뿐 아니라 중동지역을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투자를 진행해 오던 건설 등 산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공습에 놀란 국제유가

지난 3일(현지시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이후 중동발(發) 리스크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는 곧 국제유가 상승으로 직결됐는데,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 중 한때 64.72달러까지 오르며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제유가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로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공격에 따른 이란 및 이란 지지세력의 보복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외에도 OPEC+의 추가감산과 미·중 무역협상에 따른 수요회복 기대감으로 유가의 상승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이란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 대해 △중동지역 내 미군 기지 공격 △중동지역 수니파 원유생산 기지 파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백영찬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이란의 보복방식과 강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라며 “향후 이란의 원유생산 설비 공격 시 단기 국제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수송량의 약 15% 수준으로, 이란의 해상 봉쇄 시 국제유가는 일시적으로 10% 이상 상승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금융센터도 보고서를 통해 “중동발 공포 프리미엄(fear premium) 급등으로 단기적으로 상방위험이 증대됐다”며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을 경우 유가 강세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란이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이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씨티그룹은 미국과 이란의 긴장고조로 역내 유조선과 석유시설이 피격될 확률을 50%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산업도 피해 올까 ‘울상’

미국-이란 간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정유·화학 업계와 중동지역 진출을 추진해온 기업들도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우선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수혜를 전망하고 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위축이 우려돼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화학업계는 직격탄이 예상된다. 수요 부진과 제품 스프레드(제품가격에서 원자재 가격을 뺀 수치) 하락으로 수익성이 하락 중인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은 부담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영향은 없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이 하락 중인 상황에서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건설업계도 부담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실제 이뤄질 경우 국내 건설사의 최대 해외 발주처인 중동지역 공사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중고차 수출도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우리나라 중고차는 38만2223대가 수출됐으며 그중 리비아(2만1013대)와 요르단(2891대), 예멘(1676대)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신차보다는 중고차 쪽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세가 불안해지면 수출 자체를 중지 또는 감소·유예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중고차 수출 중 중동 쪽이 60~70%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수익성이 직결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콜옵션, 풋옵션 구매 등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고 있어 당장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동지역 위기가 계속될 경우 항공사에도 악영향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동정세 불안이 유가상승 등 원자재값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일단락돼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됐던 글로벌 교역이 다시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동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으려고 하던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세 불안에 따른 사업 볼확실성이 커진다”면서 “당분간 정세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공습으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는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총사령관.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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