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법원이 낸 숙제에 답변···'준법감시위원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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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입력 2020-01-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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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이달 17일 열리는 공판까지 그룹 차원 '쇄신안' 요구

  • 김지형 전 대법관 위원장 내정···외부 인사 대거 참여할 듯

  • 지난달 80년 비노조 원칙 깨고 '노사 문화' 개선에도 나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서울 서초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향후 똑같은 요구를 받을 경우 또 뇌물공여를 할 것인가. 그런 요구를 받더라도 삼성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난달 6일 서울고법 형사1부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 이날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게 이렇게 물으면서, 오는 17일로 예정된 4차 공판 전까지 그룹 차원의 '쇄신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법원이 낸 이 같은 숙제에 대한 답으로, 그룹 차원의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준법감시위원회를 시작으로 조직 개편을 포함한 특단의 후속 대책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지형 전 대법관, 위원장 내정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내부 준법 감시제도로 준법감시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재판부가 요구한 삼성그룹의 강력한 준법 감시 체계 구축 요구에 대해 이 부회장이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위원장에는 김지형 전 대법관이 내정됐고, 외부 인사 위주로 위원들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법관은 진보 성향의 법조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앞서 삼성전자 반도체 질환 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11년 동안 이어진 백혈병 논란을 지난해 마무리했다.

전북 부안 출신인 김 전 대법관은 전주고, 원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대법관을 지냈다. 김 전 대법관은 대법관 시절 김영란 대법관 등과 함께 여러 판결에서 진보 성향 의견을 주로 내는 '독수리 5형제'로 꼽혔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구의역 지하철 사고 진상규명위원장, 삼성전자 반도제질환 조정위원회 위원장,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장 등 사회적 갈등 해결과 관련해 역할을 했다. 현재는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심사위원회 민간 위원장이다.

◆삼성, 비노조 원칙 폐기 등 잇단 대책 마련

삼성의 쇄신은 이미 지난달 시작됐다. 삼성은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강경훈 부사장 등 전·현직 임원이 '노동조합 와해공작 혐의'로 지난달 17일 구속되자 이튿날 사과문을 발표하고, '비(非)노조 경영' 원칙을 사실상 폐기했다. 삼성이 노사 문제와 관련해 공식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정경유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강력한 내부 쇄신으로 경영 전반에서의 변화를 꾀하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봤다. 80년간 유지해온 삼성의 비노조 원칙이 사라진 파격적인 조치였다. 

이번 준법감시위원회 역시 일련의 사태들을 추스르고, 재판부의 주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첫 공판에서부터 최근 이어진 3차 공판까지 잇달아 이 부회장과 삼성에 쇄신을 주문하고 있다. 첫 번째 공판에서는 △과감한 혁신 △내부 준법감시제도 △재벌체제 폐해 시정 등 3가지를 주문했다. 이어 지난달 6일 열린 3차 공판에서 재차 그룹차원의 해결책을 요구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에도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매년 12월에 단행해 오던 임원 인사를 지난해에는 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이 부회장의 재판, 임직원들의 구속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경기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해 '사회적 책임'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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