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박천홍 기계연구원장 “국가가 필요한 기술 선제 개발... 글로벌 기술 경쟁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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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19-12-3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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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홍 한국기계연구원장이 31일 신년사를 통해 “국가연구소로서 우리 경제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데 역할을 다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국가가 꼭 필요로 하는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대형연구과제 수행은 물론 연구원 주요사업을 통한 연구개발을 차분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가장 뛰어난 성과로 ‘금속3D프린팅 기술’을 꼽으며, 올해도 글로벌 기술 경쟁에 대비해 제조업 현장을 바꿀 첨단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추진할 주요 사업으로 ‘스마트 전자소자 장비’ 개발을 꼽았다.

박 원장은 “미래 신산업 시장을 두고 세계와의 기술 경쟁에 대비해 우리 제조업 생산현장을 바꿀 수 있는 첨단 기술 개발에 뛰어든다”며 “기계기술의 발전으로 보다 많은 사람이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연구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위기 속에서 손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2020년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박천홍 한국기계연구원장[사진=한국기계연구원 제공]


<전문>

사랑하는 한국기계연구원 가족 여러분,
원장 박천홍입니다.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0년의 첫 하루를 시작한 오늘 아침, 여러분 모두 마음속에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기쁨과 꿈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의 2020년 새해는 민첩하고 영민한 쥐처럼 우리의 역할을 찾아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해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일본의 대한민국 수출규제 조치라는 국가적 현안을 맞았습니다. 그 중심에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부단히 애썼습니다.

국가적 위기에 출연연이 함께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대응하면서 국민에게 국가연구소의 역할과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 해였습니다. 이와 동시에 2019년은 국력의 근간에 반드시 과학기술 발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각인시킨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우리는 2020년에도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침체한 제조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시작으로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선두에 서야 합니다.

이때 우리 마음속에 논어의 사자성어 ‘승당입실(升當入室)’을 품고 나아갑시다. 승당입실은 마루를 디뎌야만 방에 올라갈 수 있듯 모든 일이 순서를 밟아야 한다는 의미와 함께 학문이나 예술이 점차 높은 수준의 경지에 이른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날 공자가 제자 자로의 비파 실력을 나무라자 동료들이 그의 실력을 헐뜯었는데, 이를 알게 된 공자가 동료들에게 ‘자로는 이미 마루를 넘어 방에 들어와 연주할 만한 실력이 충분하다’고 바로잡아 준 데서 비롯된 이야기입니다.

자로의 비파 실력이 더 뛰어나길 바라며 공자가 건넨 말을 오해했던 동료들은 더는 자로의 비파 실력을 입에 담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올해의 화두로 ‘승당입실’을 꼽은 것은 우리 한국기계연구원도 마루에 올라 ‘입실’할 충분한 저력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해 국가적인 위기에서 우리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우선 ‘제조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우리의 기계산업이 아직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천명하였으며 전용 장비 개발 지원, 핵심 품목 협력형 기술 개발, 수요-공급기업 협력 기반 신뢰성 향상이라는 지원 전략을 도출했습니다.

국가의 발전방향에 발맞추어 미래를 전망하고, 우리의 향후 연구개발 방향을 담은 ‘KIMM 2030’도 수립했습니다. 이런 노력은 국가의 정책 결정을 위한 자료로써, 또한 기계기술 발전의 가늠자로써 적재적소에서 활용될 것입니다.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노력의 결과로 기관 평가 ‘우수’라는 결실도 거두었습니다.

올해는 그동안 쌓아온 노력을 발판 삼아 우리의 저력을 펼치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데 몰두하고자 합니다.

먼저, 새로 설립한 ‘제조장비연구소’가 본격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제조장비연구소는 국가 핵심 장비와 부품 기술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은 물론 전략 수립과 기업 기술 지원, 인력 양성까지 국가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입니다.

또 제조 장비를 비롯하여 산업용 로봇과 에너지, 산업용 플라즈마까지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연구개발과 산·학·연 협력의 구심점 역할에도 무게가 실릴 것입니다.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국가연구실 ‘N-Lab(National Laboratory)’ 공모에 선정된 초정밀시스템연구실,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에너지변환기계연구실, 플라즈마연구실 등 4개 연구실이 주축이 될 것입니다.

풍부한 실용화 경험은 우리가 가진 가장 큰 강점입니다. 이 경험을 잘 발휘하여 ‘국가연구소(National Institute)’로서 우리 경제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데 역할을 다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국가가 꼭 필요로 하는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대형연구과제 수행은 물론 연구원 주요사업을 통한 연구개발도 차분히 진행해갈 것입니다.

국가적 기술 수요에 대응한 연구로서 수소 경제 구현을 위한 ‘상용급 액체수소 플랜트 연구단’이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합니다. 국가 에너지 믹스 정책에 이바지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 것입니다.

미래 신산업 시장을 두고 세계와의 기술 경쟁에 대비하여 우리 제조업 생산현장을 바꿀 수 있는 첨단 기술 개발에도 뛰어듭니다.

2019년 가장 뛰어난 연구성과로 꼽힌 ‘금속3D프린팅 기술’은 올해 시장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냅니다.

다양한 출연연이 힘을 모아 출발한 융합연구단이 몇 년의 노력 끝에 최우수연구성과를 배출하고, 민간시장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꽃피우는 좋은 사례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아울러 올해 연구원 주요사업으로 스마트 전자소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보정형 롤투롤 디지털 패터닝 장비’ 핵심 기술개발에도 착수합니다. 유연전자소자 대량 생산을 가속화 할 이 기술은 향후 초연결, 지능화 시대에 맞춰 우리 산업을 스마트하게 발전시켜 가는데 꼭 필요한 기술이 될 것입니다.

기계기술의 발전으로 보다 많은 사람이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연구도 시작합니다.

대표적으로 지체 장애인의 이동을 돕고 나아가 자립을 지원하는 로봇 시스템 개발에 착수합니다. 우리 로봇기술을 산업현장뿐 아니라 고령자와 지체장애인 등 이동에 불편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활용할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스마트 로봇의족 기술 개발로 이에 한발짝 다가간 바 있습니다. 우리의 독자적인 로봇기술을 더 발전시켜 기술개발이 국민의 안전하고 품위 있는 삶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미세먼지 저감 기술 개발과 실증 연구는 국민의 건강한 생활환경을 만들기 위해 가장 시급한 연구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지난해에는 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습분제거기술을 개발하여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올해에도 우리 기술이 국방과 민간,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여 보다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국가연구소로서 우리의 역할은 하나하나 다 나열하지 못할 정도로 많습니다. 위기의 순간, 필요한 분야에서 자기 몫 이상을 든든히 해온 만큼 앞으로도 각자의 위치에서 역량을 마음껏 펼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에 더하여 하나 더 당부드리고 싶은 일은 존중과 배려 속에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를 둘러싼 업무 환경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도도 변했고, 함께 일하는 얼굴도 많이 새로워졌습니다. 주 52시간 제도의 도입으로 자율적으로 업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 연구원의 새로운 가족이 된 사람은 전체 정규직 직원의 1/3에 달합니다.

오랫동안 자리 잡은 조직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건강한 조직문화가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업무와 개인의 삶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 우리는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균형 있는 삶은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성과의 질을 높여줄 것입니다.

우리 조직문화 속에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존중과 배려라는 씨앗이 건강하게 뿌리내리는 한 해가 됩시다.

자로의 연주를 헐뜯은 것은 담장 밖의 세인이 아니라 그의 동료였습니다. 우리 스스로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고 동료를 사랑하며 자부심을 품고 일합시다.

위기 속에서 손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2020년을 만들어 갑시다.

올 한해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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