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2020년 미중협상, 정치적 타협의 시간을 적극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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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입력 2019-1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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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 힘입어 세계 주식시장에 청신호가 켜지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은 다우존스산업지수가 2만8500을 뚫는 등 뉴욕주식시장 3대 지수가 모두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연설에서 ‘빠른 시일 안에 미·중 무역협정에 서명할 계획’이고, 중국이 연 400억 달러의 미국산 농산물을 포함, 향후 2년간 2000억 달러(약 232조원) 규모의 미국 제품을 수입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무역협상 낙관론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선 1단계까진 몰라도 그 후의 2단계 무역협상도 순탄할지에 대해선 부정적 심리가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다. 중국의 미 농산물 구매규모에 대해 중국이 합의했는지 여전히 불확실한데다, 리커창 총리도 現 무역합의안이 자칫 내년 중국경기를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타랠리 경향이 있는 연말 시장분위기와는 별도로 한 발 떨어져서 미·중 무역협상 합의를 보다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물 건너갈 것 같던 무역협상이 극적으로 반전된 이유가 뭘까. 한마디로 미국과 중국, 정확히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 의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내년 초부터 대선레이스 즉, 공화당과 민주당의 프라이머리에 직면한다. 그만큼, 대선국면에 불이 붙기 전에 뭔가 對유권자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시진핑 주석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강대강의 모습을 보여 왔지만, 성장률 둔화, 기업부채 증가 등 중국경제의 위험요인은 즐비하다. 게다가 2021년은 중국공산당 창설 100주년, 그 다음해인 2022년에는 중국공산당 차기 총서기선거가 예정돼 있어서, 시 주석 역시 해가 가기 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졌을 만하다.

문제는 이러한 낙관적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느냐이다. 시나리오로 첫째, 내년 즉, 1년의 단기만을 상정해보면 긍정, 부정적 의견 중 긍정이 비교적 우세한 것 같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미중 모두 경제는 안정화시키면서 정치에 집중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무역측면에서 공세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자칫 지나친 공세에 대한 카운터펀치로 표밭을 잃을 경우 정치적 타격이 심각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금껏 성향으로 볼 때, 재선만 가능하다면 중국제재 대폭 완화나 중단도 할 수 있단 의견이 많다.

반면, 소수이긴 하지만, 부정적 의견은 뭔가.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국내정치에 집중하려 해도, 경제 자체의 위험 증가 때문에 서로 양보하기 어렵게 돼서 무역협상이 꼬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경기확장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상 최고치가 위험요인인 데다, 이미 경기 사이클이 10년 주기설을 훌쩍 뛰어넘은 점, 기업부채규모가 리먼사태 때의 2배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는 점 모두 부담이다. 중국도 금융재정 확대를 통해 성장률 6%를 애써 맞추고 있으나, 기업부채가 재차 늘고 있고, 무역흑자 감소로 경제의 質이 나빠지고 있다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따라서 이처럼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경제적이든 非경제적이든 외생쇼크의 트리거가 발생하면 자기이익 확보를 위한 난타전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둘째, 미 대선이 끝난 내년 이후는 어떤가. 이에 대해선 대체로 다시 미·중의 ‘강대강 국면 재현’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 무역적자 문제가 아니라 패권전쟁임은 널리 알려진 데다, 이러한 패권전쟁은 역사적 경험으로도 수년간의 단기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선 ‘미·중 30년 또는 50년 전쟁’이란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금은 양국 모두 정치의 계절이기 때문에 잠복해 있으나, 미·중 모두 강경론자들이 주류면 주류지 비주류가 아니란 점도 강대강 국면 재현의 중요 요인 중 하나다. 우선 미국의 경우 트럼프 주변의 소위 ‘미국 제일주의자’(America First)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에겐 동맹국에 대한 방위의무가 미국을 위대하게 한다는 지금까지의 발상은 없다. 외교안보 이익은 미국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하나의 교섭수단일 뿐. 따라서 이들은 통상정책에서 반덤핑관세, 환율조작국 지정을 통해서라도 무역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는 보호무역주의자들과 생각이 닿아있다. 대표적 인물로는 이번에 백악관에 신설된 국가통상회의 의장으로 지정된 나바로 교수가 있다. 미국의 대중 강경론 내지 경계론은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까지 초당적이란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배후의 매파(주전파)세력이 만만치 않다. 매파는 중국 경제의 잠재능력을 높이 평가해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그룹으로,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이면서 정치국원이기도 한 진찬룽이 대표 인물이다. 이들은 지금은 대중수입(실탄)이 많은 미국이 유리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버거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면 중국은 미국이 갖고 있지 않은 확실한 강점 예컨대, 중국공산당의 높은 지도력과 일관성 있는 정책, 중국인의 강한 애국심, 폭발적인 내수시장 등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내년은 난타전보다 미·중협력의 정치적 타협의 시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국면이라는 게 다수 의견이다. 상대적으로 룸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장단기 시나리오분석을 통한 치밀한 민·관의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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