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회복 신호에 시장 낙관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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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12-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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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역전쟁·브렉시트 문제 해결에 경제 지표 개선까지

  • 내년 경제 회복 기대에 뉴욕증시 오름세 이어질 전망

  • '이카루스 트레이드'?...'멜트업' 다음은 '멜트다운' 우려도

세계 경제가 다시 살아날 조짐이다. 세계 경제를 괴롭히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1단계 합의로 해소 국면에 들어서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잦아들면서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도 개선세가 뚜렷해졌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뉴욕증시 오름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하는 배경이다.

12월 미국의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2를 기록해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썼다. 종합 PMI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모두 아우르는 지표다. 50을 기점으로 그 아래면 경기 위축을, 그 위면 경기 확장을 가리킨다. 무역 불확실성에 경기 위축과 확장을 오가던 제조업 PMI도 12월에 52.5를 기록하면서 안정을 되찾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에서도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가 일제히 예상을 웃도는 호조세가 확인됐다. 11월 소매판매는 광군제 쇼핑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8.0% 늘어났고, 산업생산도 6.2% 증가해 5개월 만에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당초 중국은 무역전쟁 직격탄을 맞으면서 내년 성장률이 6% 밑으로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번 지표가 발표된 뒤 UBS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내년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5.7%에서 6%로 올려잡았다.

지난주에는 세계 경제를 짓누르던 악재들이 한꺼번에 제거됐다는 소식이 잇따랐다. 지난 13일 미국과 중국은 1단계 무역합의를 공식 발표하면서 1년 반째 이어지던 세계 양강의 무역전쟁을 일단락지었다. 영국에선 보리스 존슨 총리가 조기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EU 탈퇴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풀 꺾였다.

이에 더해 올해 7, 9, 10월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미국 경제가 안정을 찾고 있다면서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연준의 유도로 금리인하 기대를 일찍 접은 시장은 연준의 장기적인 금리동결 의지에 환호를 보냈다. 한동안 금리인상 걱정은 덜 수 있게 돼서다.

큰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걷히면서 전문가들의 내년 경제 전망도 한층 낙관적으로 변하고 있다. 투자회사 레이먼드제임스의 스콧 브라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JS)에 "지난 8월과 비교하면 경제 하방 압력이 대폭 줄어들었다"면서 내년 완만한 경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 에몬스 메들리글로벌어드바이저스 투자전략가도 블룸버그에 "미·중 무역합의와 영국 총선 결과는 시장과 기업에 따라붙던 중대 리스크를 제거했다"면서 "기업 심리가 크게 개선되면서 기업들이 투자 재개와 재고 확보, 글로벌 무역량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1단계 합의의 세부사항에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다음 단계 협상으로 넘어가면서 중국의 정부 주도형 경제구조 등 핵심 쟁점을 두고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여전하지만, 양국의 관세전쟁이 정점에서 물러서고 있다는 점은 경제와 시장에 안도감을 제공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4분기 2.9%로 저점을 찍은 다음 내년 말에는 3.4%까지 가속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증시는 이 같은 안도감을 배경으로 16일까지 나흘 연속 오르며 3대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UBS는 시장이 '관세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기업 심리와 투자 회복에 힘입어 증시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짚었다. 

S&P500지수는 16일 0.71% 오른 3191.45에 마감하면서 역대 최고 종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S&P500지수의 올해 상승률은 27.3%를 기록 중이다. 이대로라면 2013년 이후 연간 최고 상승률을 쓰게 된다. 다우지수는 올해 21%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33% 뛰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미국 증시의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CNBC의 시장 전략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예상한 내년 S&P500지수 상승률 중간값은 6.5%였다.

로리 칼바시나 RBC캐피털마켓 투자전략가는 "미국 증시가 성장 공포, 경기침체, 금융시장 버블과 관련되지 않은 해에 하락한 적은 거의 없다. 내년에 이 세 가지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우리는 내년도 증시에 긍정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 다만 상승률은 올해에 비해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내년 1분기에 위험자산의 멜트업(melt-up) 가능성을 지적했다. 멜트업은 자산가격의 극적이고 이례적인 상승을 의미한다. 내년 3월 3일까지 S&P500지수가 5% 가까이 더 올라 3333포인트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멜트업이 자산가격 상승의 막바지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급격한 가격 붕괴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멜트업을 자산가격 붕괴, 대폭락을 뜻하는 '멜트다운(meltdown)'의 전조로 보기도 한다.  

비관론자들은 시장의 멜트업 상태를 '이카루스 트레이드(Icarus trade)'라는 말로 설명한다. 이카로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백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미궁을 탈출하다가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는 바람에 날개가 녹아 바다에 떨어져 죽었다. 과열된 시장이 결국 이카루스의 날개가 녹아 내리는 '멜트다운'이라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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