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명예회장, '전문경영인'이라는 파격적 제도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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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9-12-1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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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경 LG 명예회장은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개념이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개방과 변혁이 소용돌이 치는 1980년대를 겪으면서 국경 없는 국제 경쟁을 예견하고 깊은 위기감을 느꼈다. 이에 1988년 21세기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한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이라는 변혁 방향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사업 전략에서 조직구조, 경영스타일,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그룹의 전면적인 경영혁신이 담겼다. 회장 1인의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관행화된 경영체제를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선진화된 경영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자율과 책임경영'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이는 고객과 사업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이 권한을 갖고 자율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보편적이지만 당시로서는 LG 내부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선뜻 실행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경영체제 개념이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사진=LG그룹 제공]

시행 초기 그룹에서는 ‘중요한 결정 권한은 회장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계열사 사장들 또한 타율적인 태도를 쉽게 버리지 못해 회장을 찾아가 의사결정을 요청했다가 질책과 훈계를 듣고 나오곤 했다.

1990년 2월에는 ‘고객가치 경영’을 기업 활동의 핵심으로 삼은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인간존중의 경영’을 선포했다.

고객가치 경영은 당시 한국 재계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이제 막 주목 받기 시작한 새로운 경영 조류였다. 이를 경영이념으로 선포한 것은 기업경영의 축을 공급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한 혁신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이었다.

구 명예회장은 일일이 임직원들을 만나 경영혁신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2년에 걸쳐 그룹 전 임원 500여명과 오찬 미팅을 가졌고, 어느 해에는 1년 동안 현장의 임직원들과 간담회 형태의 대화 자리를 140여차례나 갖기도 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이 1992년 집필한 '오직 이 길밖에 없다'에서 "LG의 혁신활동 경험이 경쟁사를 비롯한 우리 나라 기업들에게 타산지석이 되기를 바란다"며 LG의 혁신활동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향상에 일조할 수 있기를 소망했다.

구 명예회장의 자율과 책임경영이라는 혁신적인 경영체제 도입과 이를 정착시키고자 쏟아 부은 열정은 LG에서 전문경영인 경영 방식이 조기에 정착되고, 나아가 훗날 LG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순수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해 선진화된 지배구조와 투명경영의 근간을 마련하는 데 문화적 토대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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