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속 이야기] 동짓날에는 왜 팥죽을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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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19-12-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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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이 되면 팥죽을 먹는다. 붉은 빛깔의 팥이 옛날부터 잡귀, 음기를 쫓아주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문기둥에 팥죽을 뿌리기도 했다.

동짓날 팥죽을 먹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풍속은 아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동지 팥죽이 있다. 한·중·일 삼국의 고문헌은 모두 동지 팥죽의 기원을 6세기 초로 본다. 중국 양나라 때 종름이 쓴 ‘형초세시기’에는 "고대 중국 신화의 인물, 강을 다스리는 신 ’공공씨‘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 ’역귀‘가 됐다. 역귀는 전염병을 퍼뜨리는 귀신을 일컫는다. 죽은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어 악귀를 쫓았다"고 적혀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영조가 동짓날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다녀오다 길거리 노인들에게 팥죽을 나눠줬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시대 의서인 동의보감에도 “팥죽은 숙취 효능이 크다”는 내용이 담겼다.

팥에는 비타민B1이 곡류 중 가장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B1은 몸의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고 신경, 근육이 제 기능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식이섬유, 칼륨도 많이 들어 있어 체내 과도한 나트륨과 노폐물을 제거한다. 또한 팥 껍질은 ‘사포닌’과 ‘안토시아닌’을 함유하고 있다. 사포닌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되고, 안토시아닌은 이뇨작용으로 체내에 불필요한 수분과 활성산소를 없애 노화 방지에 탁월하다.

팥을 구입할 때는 흰색 띠가 선명하고 표면에 윤기가 나는 것을 고른다. 팥을 오래 보관할 때는 팥 바구미 피해에 주의해야 한다. 꼬투리나 낱알 표면에 낳아둔 알은 애벌레로 깨어나 팥알 껍질을 파먹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팥알 속에서 번데기가 되었다가 어른벌레로 깨어난다. 8도 이하 저온에 두면 팥 바구미가 자라지 못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팥죽을 만들 때는 찹쌀가루에 따뜻한 물과 소금을 넣고 반죽해 새알심을 만든다. 새알심은 한 번 익혔다가 찬물에 담가 식히면 좀 더 쫄깃해진다. 팥은 끓이다 첫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 끓인다. 처음에 끓인 물을 버려야 떫은 맛이 나지 않는다. 팥이 무르게 익으면 주걱으로 으깨 채에 걸러 팥물만 따로 받는다. 팥들만 다시 끓이다가 계핏가루, 설탕, 소금을 넣고 끓인다. 마지막으로 녹말을 풀고 새알심을 넣은 뒤 저어가며 끓이면 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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