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 강조한 애플.. 직원 문자 훔쳐보고 기밀유지 위반으로 고소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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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19-12-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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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반도체 설계 담당 전 직원 스타트업 창업하자 고소

  • 애플 기술 유출 주장... 통화 목록과 문자메시지 내용 훔쳐봐

애플이 반도체 설계 기밀을 유출하고 8명 이상의 애플 직원을 빼갔다고 주장하며 자사의 전 직원을 고소했다. 하지만 이번 소송으로 애플이 직원의 통화 내역과 문자메시지를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간 개인정보보호를 강조해온 애플 보안정책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10일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8월 제라드 윌리엄스 누비아(Nuvia) 대표를 이런 혐의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고등법원에 제소했다.

제라드 윌리엄스 대표는 저전력(ARM) 서버용 칩셋을 설계하는 스타트업 누비아의 설립자로, 지난 2월 애플을 떠나기 전까지 9년 동안 애플에 재직하며 수석 플랫폼 아키텍트로서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모바일 칩셋 'A 시리즈'를 설계한 핵심 엔지니어다.

누비아는 윌리엄스 대표와 몇 명의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함께 설립한 팹리스 스타트업으로, 지난 11월 다수의 벤처캐피털로부터 53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애플은 윌리엄스 대표가 재직 도중 비밀 유지와 겸업 금지 조항을 어기고 애플에서 부당하게 취득한 기술을 활용해 새 회사를 차렸다고 주장했다. 누비아의 저전력 서버 기술 중 상당수가 윌리엄스 대표가 애플에 재직하며 취득한 것으로, 당연히 모든 소유권은 애플에 귀속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애플은 윌리엄스 대표가 애플을 이탈하며 회사에 대한 불만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 유망한 애플 엔지니어들을 누비아로 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윌리엄스 대표는 애플의 비밀 유지와 겸업 금지 조항은 자유로운 전직을 보장하는 캘리포니아주법을 위반한 것이며, 애플이 불법으로 직원 간 대화를 감청한 혐의까지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번 소송에선 애플이 직원이 주고받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감시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애플은 모든 직원에게 업무용 아이폰·맥과 직원 계정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직원끼리 주고받은 모든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애플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보호가 최우선이라고 주장하면서 구글, 페이스북 등 경쟁사를 비판하고 수사기관에도 아이폰과 아이패드 해독키를 제공하지 않는 것과 정반대되는 행보다.

애플은 윌리엄스 대표의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 내용을 취득한 방법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미국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밸리 혁신의 역사는 '8명의 배신자'가 세운 페어차일드 반도체에서 시작한다"며 "자유로운 이직과 창업을 막는 애플의 소송은 실리콘밸리 특유의 혁신 DNA를 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8명의 배신자란 트랜지스터의 아버지 윌리엄 쇼클리를 떠나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세운 8명의 핵심 엔지니어를 말한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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