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한달 앞으로…관전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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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12-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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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율 50% 넘어선 차이잉원···'연임' 청신호

  • 민진당 vs 국민당···입법원은 누가 장악할까

  • 친민당·민중당 등 군소정당 '굴기'

대만의 15대 총통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내달 11일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선 대만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친중 성향 야당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을 상대로 우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 대선 관전포인트를 몇 가지 짚어본다.

◆지지율 50% 넘어선 차이잉원···'연임' 청신호

[그래픽=아주경제DB]


최근 대만에 번진 '중국 위협론' 속 차이 총통 지지율은 상승곡선을 그리며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앞서 3일 대만 민영방송 TV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이 총통 지지율은 46%로, 한 시장(31%)을 15%포인트 앞질렀다. 지난번 여론조사 때보다 격차를 더 벌린 것이다. 4일 발표된 대만 독립 성향의 싱크탱크인 대만제헌기금회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50%대도 넘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차이 총통은 국정운영 미숙에 대한 불만으로 지지율은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선 국민당에 참패했다. 민진당 표밭이었던 가오슝까지 국민당에 빼앗겼을 정도다. 현지 언론들은 차이 총통의 2020년 연임도 위태로울 것으로 내다봤다.

연임에 도전하는 민진당 대선주자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EPA·연합뉴스]


하지만 차이 총통은 '선거의 여왕'답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올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과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통일방안을 제창하며, 통일을 위해서라면 무력 사용도 불사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다. 

차이 총통은 시 주석의 일국양제 통일론에 단호히 맞서 대만 주권 수호 의지를 내세워 '중국 위협론'을 부각시켰다. 특히 6월 발발한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로 중국을 향한 경계심이 대만으로까지 번지며 반사이익을 얻었다.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단숨에 한 시장을 따라잡았다. 

판스핑 대만사범대 정치학과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중국이 아이러니하게도 차이잉원이 잃어버린 지지율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줬다"고 분석했다.  

대다수 유권자들은 한 시장이 총통에 당선되면 대만 주권을 수호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있는 모습이다.  한 시장은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중화민국(대만)의 주권을 수호하겠다고 항상 주장해 왔다”고 반박하는 등 친중파 정치인 이미지 탈피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아보인다.

게다가 최근 '중국 스파이 스캔들'까지 터지며 직격탄을 입었다. 중국 스파이를 자처하는 왕리창이라는 20대 청년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첩보당국이 차이 총통의 재선을 막기 위해 조직적인 선거공작을 벌였다고 털어놓은 것. 게다가 호화주택 매입설, 가오슝 시장직 소홀 등으로 구설수에 올라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국민당 대선주자 한궈위 가오슝시 시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민진당 vs 국민당···입법원은 누가 장악할까

차이 총통이 한 시장을 상대로 압도적 우세를 보이곤 있지만 민진당이 입법원까지 장악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입법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차이 총통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정국 주도권을 쥐긴 힘들다. 

총통 선거와 동시에 진행되는 입법원 선거에선 모두 113명의 입법위원을 선출한다. 입법원 의석 113석(지역구 73석, 비례대표 34석, 원주민대표 6석)을 놓고 모두 650명의 후보가 겨룬다. 현재 입법위원은 민진당이 68석(66%), 국민당이 35석(31%), 그리고 시대역량(5석), 친민당(3석), 무당단결연맹(1석) 등 군소정당과 무소속(2명) 의원이 있다.

장위쭝 대만 국립대 정치학 교수는 유권자들은 특정 정당이 너무 많은 의석을 가져가는 걸 경계한다며 민진당이 다수당이 될지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국민당이 입법원을 장악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장 교수는 "국민당 비례대표로 나온 후보들 대부분이 친중 성향이 강한 데다가 일부는 최근 홍콩 시위를 강경진압한 홍콩 경찰을 지지한 인물로 유권자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이 15대 총통선거를 한달 앞두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친민당·민중당 등 군소정당 '굴기'

이런 상황에서 군소정당 득표율이 입법원 선거를 좌우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SCMP는 전망하기도 했다. 군소정당들은 비례대표를 통한 입법원 진출을 노리고 있다. 정당 득표율이 5%를 넘으면 입법원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민진당, 국민당에 이어 제3정당으로 꼽히는 곳은 중도우파 야당인 친민당이다. 내년 총통선거 후보로 출마한 친민당 주석 쑹추위(宋楚瑜)는 이번이 네 번째 대선 도전이다. 그는 대만 재벌 궈타이밍(郭台銘) 전 훙하이정밀공업 회장과 손잡고 입법원내 지지 기반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궈 전 회장은 국민당 경선에 나갔다가 낙선 후 탈당했다. 

친민당의 제3정당 지위를 위협하는 건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 시장의 민중당이다. 한때 유력한 대선주자로 손꼽혔던 커 시장은 내년 총통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대신 지난 8월 민중당을 창당해 입법원 첫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7, 8월 각각 창당된 포모사연맹과 천수이볜 전 총통 장남인 천즈중(陳致中)의 일변일국행동당은 대만의 완전한 독립을 목표로 하는 급진좌파 정당이다. 두 정당은 민진당보다 더 급진적이라 할 수 있다. SCMP는 민진당 지지층 중 대만 독립 강경세력이 이들 정당으로 이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민진당도 독립 성향이긴 하지만, 완전한 독립보다는 '양안(兩岸, 중국 대륙과 대만) 관계 현상 유지'에 치우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앞서 2014년 대만에서 해바라기 운동으로 불리는 학생 사회운동을 계기로 창당된 중도좌파 정당인 시대역량도 있다. 주창샹 대만사범대 정치학 교수는 올해 20세로 첫 투표권을 가진 젊은 유권자가 100만명 이상이라며, 민진당·국민당에 별 호감이 없는 이들은 정당보다는 자기가 선호하는 후보에 투표하는 경향이 뚜렷한 만큼 시대역량에 표를 던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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