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황성일 네온테크 대표 "군에서 중국산 드론 쓰지 못하게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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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2-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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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드론 시장의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레저분야에서는 중국산 드론이 80% 가까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이 중요한 군·공공기관에서까지 중국산 드론을 사용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10일 본지와 만난 황성일 네온테크 대표는 산업용 드론의 국산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전자부품 산업에 잔뼈가 굵은 현장 전문가다. 그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한 후 일본계 전자부품 업체인 로옴(ROHM) 코리아에서 근무했다. 

황 대표는 2000년 네온테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전자부품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전자부품 산업이 IT부품 장비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기반으로 외국계 기업에 부족한 고객대응력을 갖추면 승산이 있는 시장으로 확신했다"고 창업 동기를 설명했다. 네온테크 창업 당시 한국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산업 분야의 기반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국산화의 꿈'으로 시작된 네온테크

네온테크의 사업영역은 크게 자동화 설비(FA System) 사업부와 장비사업부, 드론사업부 세 분야로 나뉜다.

자동화 설비에 사용되는 전자용 부품을 유통하는 사업이 네온테크의 출발점이다. 전자용 부품은 미쓰비시나 파나소닉 등 외국제품의 의존도가 높은 분야다. 네온테크는 외국 기업들의 제품을 매입해 국내 장비기업에 판매하는 중간판매자 역할을 했으며, 주요 장비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기술 경향과 주요 장비의 작동 원리를 분석해 장비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반도체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다이싱과 소우를 이용해 제품의 용도에 맞게 절단하고 검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장비를 일본 기업 디스코(DISCO)가 독점하다시피 제작하고 있었다. 2001년 네온테크는 다이싱과 소우 장비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2009년에는 절단과 검사, 분류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소앤드소터(Saw & Sorter) 장비를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황 대표는 "일본에 의존하던 장비를 개발하면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문기업과도 거래를 시작했다"면서 "삼성전기와의 개발협력으로 독자적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커터 장비와 주변 장비 개발도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현재 글로벌 MLCC 점유율 2위 업체다.

◆새로운 기회 '드론'··· "인류의 삶에 가까이 다가온 기술"

황 대표는 산업용 드론에서 새로운 기회를 봤다. 그는 "부품유통과 장비사업으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한 후 새로운 사업분야를 개척하고 싶었다"며 "그때 눈에 들어온 기술이 산업용 드론"이라고 말했다. 네온테크는 2015년 중국의 드론 제품을 유통하면서 제품 이해도를 높이고 그동안 쌓은 설계·제작 분야의 기술 노하우를 적용했다.

산업용 드론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게를 결정하는 소재와 비행을 위한 모터, 부품의 위치, 자동비행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그리고 원활한 통신이 이뤄지는 IT기술 등 제품 개발에서 운용까지 다양하고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황 대표는 "국방분야에서 정찰용으로 쓰이던 드론이 최근 유통업계에서 배달 서비스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며 "그만큼 인류의 삶에 가까이 다가온 기술로 드론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온테크의 산업용 드론 엔드론[사진=네온테크]

◆한국은 드론산업 펼치기 좋은 곳··· "군대서 중국 드론 사용은 어려워"

한국은 드론산업을 펼치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게 황 대표의 생각이다. 우선 안정적이고 빠른 무선 통신망을 보유하고 있고 도서산간 지역이 많고 3D(Difficult, Dirty, Dangerous)에 대한 기피현상도 높다는 것이다. 드론을 운용하기 좋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있고 지역 특성상 드론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드론시장은 외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아마존에서 '프라임에어'라는 드론배달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이고, 알파벳 자회사 윙은 드론배달 시연을 마쳤다. 월마트는 드론과 블록체인 기술을 연계한 특허를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의 드론기업 'DJI'는 세계 최대 드론기업으로 성장했다.

국가보안이 중요한 군·공공기관에서는 중국 드론을 사용하기 힘들다. 정부도 드론을 신성장 사업으로 지정하고 드론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드론과 자율주행자동차 등 무인이동체 시장이 2015년 251억 달러(약 29조9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1537억 달러(약 183조1000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 대표는 "기업이라면 국가의 경제발전과 사회의 편의성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 당연하게도 공공분야인 국방과 소방분야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면서 "네온테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멀티 드론용 항법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설계와 양산 제작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산업용 드론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네온테크는 2018년 자체 기술력만으로 드론의 운용 소프트웨어와 관제시스템 등 산업용 드론 운영에 필요한 종합 드론 플랫폼 '엔드론'을 개발했다. 엔드론에 대한 구상은 2015년에 시작했다. 구상단계부터 엔드론이 진출할 산업분야는 국방, 소방, 물류, 방제 4개로 정했다.

엔드론은 이동체 위치와 상태 탐지기능, 자동비행이 가능한 자동임무, 드론 간 원활한 통신연결이 가능한 통신네트워크, 다수의 드론을 통제하는 기능과 네트워크 암호화 등의 기술을 보유했다. 지난해 8월 우정사업본부 주관으로 영월에서 진행됐던 '우체국 택배 산간지역 드론배송' 시범운용에 엔드론이 적용됐다. 당시 네온테크의 드론은 고도 780m, 거리 2.3㎞를 15분 내외에 임무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육군 교육사령부에서 주최한 '제1회 드론봇 챌린지 대회'에 출전해 공격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올해에도 제2회 대회에 출전해 2년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네온테크 로고[사진=네온테크]


◆드론산업은 5G 시대에 가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

네온테크는 드론산업을 5G(5세대 이동통신)와 접목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드론산업은 5G 시대에 가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이라며 "5G는 초저지연성과 초연결성으로 4G(4세대 이동통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반응속도를 가지고 있어 드론산업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온테크는 LG유플러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5G 산업용 드론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5G 인프라를 활용한 드론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업·어업·물류 등 분야별로 특화한 드론 소프트웨어와 관리 시스템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드론 전용 인공지능(AI)과 자동 운항 시스템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네온테크의 드론은 정찰 목적으로 군대와 세관에서 사용되고 있다. 육군에 해안 경계와 정찰임무 목적으로 차세대 정찰 드론이 실전 배치돼 실시간 정찰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부산세관에는 공항·항만 국경 감시를 위해 정찰 드론이 배치될 예정이다.

올해 말에는 스마트 소방드론 솔루션 엔드론 파이어파이팅(NDRONE Firefighting)이 상용화될 계획이다. 소방용 엔드론은 재난 예상 현장에 장시간 정찰 비행이 가능하고, 화재를 발견하면 다량의 드론을 운용해 초기 화재진압이 가능한 스마트 소방드론 솔루션이다.

자동화 설비 부품유통이나 장비 사업이 주력이던 네온테크가 드론 사업을 추진해서 얻는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황 대표는 "기술의 융합에 '힌트'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반도체 공정에 적용되는 장비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빅데이터, AI, ICT 등의 융합에서 시작한다"며 "융합은 혁신을 통해 ‘확장성’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부품유통 사업으로 쌓인 기술을 융합해서 장비사업으로 확장했고 이를 기반으로 축적된 지식을 융합해 산업용 드론 사업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네온테크는 DB금융스팩6호와의 합병으로 내년 2월 11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상장으로 유입되는 92억원 중 약 60억원을 산업용 드론의 개발과 설비 구축에 사용할 계획이다.
 

황성일 네온테크 대표[사진=네온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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