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안갯속'…북한, '새로운 길' 선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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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9-12-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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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철 통일부 장관 "북미 사이 견해차 평행선, 후속 대화 소식 없어"

  • "北 새로운 길, 중러와의 협력 강화·군사 억지력 강화·자체 경제발전"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협상 재개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곧 보자`는 메시지를 전달, 12월 북·미정상회담 개최 기대감이 높아졌었다. 하지만 비핵화 상응 조치를 둘러싼 북·미 간 의견 차이가 좁히지 않으면서 아직까지 실무협상 재개 시기조차 정해지지 않고 있다.

초조함을 느낀 북한은 고위급 관료들의 담화를 이용해 대미·대남 메시지를 연이어 쏟아냈다. 지난달 28일에는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를 시행, 올해 13번째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인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때부터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까지 잦아진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반도 안보가 ‘전쟁의 위험’이 거론되던 2017년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북·미 견해차 평행성, 北 신년사에 영향줄 12월 대화 재개 반드시 이뤄져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2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양측의 연내 대화 재개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김 장관은 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지난 10월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이후 후속 대화의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연말이라는 협상 시한만 거듭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가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북한 비핵화 과정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했다고 진단한 것이다.

김 장관은 이날 기조연설 후 이어진 토론에서 ‘북·미 대화 재개 기미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12월 한 달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단기적 정세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2020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언급했다. 김 장관은 “북한의 정책 결정 과정 특성상 신년사의 내용이 중요하다. 신년사에서 1년 동안의 전략적 방향이 정해지면 실무자들이 그것을 변경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가 아니다”라며 “(김 위원장이) 신년사 내용을 어떻게 갖고 가느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김 위원장의 신년사 즉 북한의 내년 정책 기조가 달라진다는 뜻으로, 연내 북·미 간 대화 재개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北 ‘새로운 길’ 선택 우려…‘새로운 길’에는 어떤 내용이?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북한의 새로운 길에 대한 우려도 깊어졌다. 앞서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올 연말까지 미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 장관은 북한이 선택할 ‘새로운 길’에 대해 “북한이 계속해서 힌트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 ‘새로운 길`의 중요한 요소가 △중·러와의 협력강화 △군사적 억지력 강화 △자체적인 경제발전 등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담길 내용은 경제와 군사력 등 크게 2가지로 분류했다. 경제시설 관련해서는 관광 분야에 대한 현지지도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5월부터 집중적으로 이어지는 단거리 미사일에 의한 억지력 강화도 신년사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한층 높아졌다. 이날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김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합의문에 포함된 내용이라고 답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보다는 그 합의를 어떻게 해서 목표지점까지 가느냐 하는 게 정책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포기가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또 ‘한국 정부 외에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는 곳이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의지는 협상의 전제 조건이 아니다”라며 “협상을 해 나가면서 의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의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정책적 수단에 대해 “한·미 간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 비핵화 핵심 쟁점에 대해 긴밀하게 이야기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비핵화 협상을 끌어내기 위해 남북관계 역할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김 장관은 남북관계에 대해 “금강산 관광 이외에도 아직 남아있는 남북 간 협력의 공간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넓혀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북한 측의 협력을 요구했다.

그는 “북한이 호응만 해온다면 당장 실천 가능하면서도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는 협력 분야가 많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측의 적대적인 태도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29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 화면 캡처로, 김 위원장이 리병철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과 함께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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