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예측 불가능한 선거' 홍콩 구의회 선거...민심은 누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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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11-2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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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엄한 경비 속 24일 투표 개시...폭동진압 배치 첫 선거

  • 대다수 '직선제'...2022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풍향계'

  • "건제파냐 범민주파냐"...SCMP "가장 예측 불가능한 선거"

  • 18~20세 젊은 유권자 급증···사상 최고 투표율 예상

홍콩에서 24일 오전 구의회 선거가 시작됐다. 홍콩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가 반중 시위로 번지며 반 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홍콩 사회가 극렬히 분열된 가운데 열린 첫 지방선거다. 사실상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비롯한 정부, 그리고 홍콩 시위대에 대한 '민심의 심판대'라고 볼 수 있다.

◆삼엄한 경비 속 진행된 투표

이날 홍콩 전체 18개 구(區)에 설치된 600여곳 투표소마다 보안요원, 경찰 등이 배치되는 등 삼엄한 경비 속에 투표가 진행됐다. 

선거를 위해 홍콩 경찰 3만1000명 거의 전원이 근무에 나섰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폭동진압용 장비를 갖춘 무장경찰도 배치됐다. 홍콩 역사상 폭동진압 경찰이 투표소에 배치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소트(SCMP)는 전했다.

투표는 이날 아침 7시 30분부터 밤 10시 30분까지 15시간 이어진다. 결과는 25일 이른 아침에 나올 예정이다. 다만 홍콩 정부는 예상치 못한 비상 사태가 발생할 경우 특정 투표소의 투표를 최대 90분까지 중단할 것이며, 중단된 시간만큼 투표 시간을 연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투표가 90분 이상 중단되면 투표를 12월 1일로 연기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24일 홍콩 구의회선거가 열렸다. 시내 설치된 투표장마다 폭동진압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2022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풍향계'

홍콩 구의회는 우리나라 지방의회 개념이다. 홍콩 행정장관은 선거인단 1200명이 간접선거로 뽑고 입법회(국회 격)는 절반만 직선제로 선출되지만, 구의회는 거의 대다수가 직선으로 선출된다.

구의회 의원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4년이다. 정치적으로 입법이나 정부예산을 심사 비준하는 권한은 없지만, 구의회 의원들이 홍콩 정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적지 않다. 

구의회 의원은 홍콩 입법회 의원 선거 출마 자격을 얻게 된다. 입법회 70석 중 6석은 구의원 몫이다. 또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1200명 중 구의회에 배정된 인원이 117명이다. 이번 구의회 선거가 2022년 치러질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예기다.

◆"건제파냐 범민주파냐"···'가장 예측 불가능한 선거'

홍콩 구의회 정당별 의석 점유율[자료=홍콩구의회]

현재 구의회 의석 458석 중 327석(71%)은 건제파(친중파)가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범민주파(124석), 무소속(7석)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는 1090명의 후보가 출마해 구의회 의석(479석) 중 452석을 놓고 다툰다.

SCMP는 홍콩 시위 격화 속에 열린 이번 선거가 홍콩 사상 '가장 예측 불가능한 선거'가 될 것이라며, 친중파는 물론 범민주파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건제파에선 이번 선거가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한 만큼, 최근의 사회적 혼란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홍콩 정부에 책임을 돌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홍콩 민의연구소에 따르면 홍콩 정부에 대한 불만은 1년 전 40%에서 현재 80%까지 치솟은 상태다. 

반면, 범민주파에선 시위가 차츰 과격 양상을 보이면서 시위대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역효과를 걱정한다. 홍콩 민주당 로킨헤이 부대표는 "범민주파가 우세를 보이곤 있지만 일방적이진 않다"며 "일부 민심이 친정부 성향으로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대다수 시민이 홍콩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요구 등 시위대의 주장을 지지하지만, 격렬한 시위로 인한 교통질서 마비, 대학캠퍼스 점령, 공공기물 파손 등 사회적 혼란에 차츰 지쳐가고 있다는 것. 특히 시위가 과격 양상을 보일수록 사회적 분열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반초이 홍콩 중문대 정치학 교수는 "홍콩 시위가 시작된 여름철 선거를 치렀더라면 범민주당이 압승을 거뒀을 수 있었겠지만, 최근 홍콩 중문대, 이공대 캠퍼스에서 경찰·시위대가 격전을 벌이는 등 공공질서 혼란을 걱정한 부동층 유권자들이 (범민주파에) 투표하길 꺼릴 수 있다"고 봤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돌풍을 일으킨다면 캐리 람 행정부의 시위대 강경대응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이번 선거가 사실상 홍콩 시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적 관심 증폭···사상 최고 투표율 예상

홍콩 송환법 시위로 정치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만큼 투표율은 사상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사실 구의회 선거는 지방선거라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2015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 직후 치러진 구의회 선거 투표율도 47%에 그쳤다. 이번엔 6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구의회 선거 등록 유권자 수는 모두 413만명이다. 새로 늘어난 유권자 수만 40만명으로 수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이중 약 5만9000명이 18~20세 젊은층이다. 

리펑광 링난대 공공정치연구부 주임은 홍콩 명보를 통해 "홍콩 정부의 통치방식, 시위대의 폭력행위, 경찰의 강경진압 등을 놓고 논란이 커지며 사회 분열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며 "투표율이 역대 구의회 선거 중 가장 높은 60%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7일 홍콩연구협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가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45%는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을 주로 볼 것이라고 답해 홍콩 송환법시위가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발걸음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줬다. 

츠자창 바우어그룹아시아 홍콩사무소 선임이사는 블룸버그를 통해 "구의회 선거는 홍콩 정부를 비롯해 지난 다섯달 째 이어진 모든 일들에 대한 '국민투표'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목소리가 힘을 발휘하길 희망한다"며 이것이 바로 이번 선거에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24일 치르는 홍콩 구의회 선거를 하루 앞두고 현지에 투표소가 설치되고 있다. 올해 구의회 선거엔 413만명의 유권자가 등록했다.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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