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11번 언급’?...정경심 공소장 속 '조국'은 어떻게 쓰여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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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기자
입력 2019-11-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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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접 조국의 ‘행위’로 볼 수 있는 사항은 없어...“‘11번’ 횟수 강조는 악의적” 지적도

  • ‘남편이 민정수석이 되자’ ‘서울대 교수인 남편이라는 점을 이용’ 등등 배경설명이 대부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부인 정경심 교수의 공소장에 무려 11차례나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14가지에 달하는 정 교수의 혐의 중에서 조 전 장관이 언급된 혐의는 전체의 절반 정도인 6가지에 달한다.

수치상으로 보자면 조 전 장관은 세간의 의심대로 부인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공범관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언론들도 조 전 장관이 ‘무려 11차례나 언급’됐다는 강조하고 있다. ‘그 정도로 많이 언급됐으니 사실상 조 전 장관과 부인 정 교수는 공범관계다’로 볼 수 밖에 없다 식의 주장이 깔려 있는 셈이다. 심지어 ‘11차례 언급됐다’는 점을 구속영장 청구사유 중 하나라고 주장한 보도까지 나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공소장에 몇 번 거론됐느냐’를 가지고 공범관계를 추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 지적한다. 횟수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행동을 했다’고 적시돼 있느냐에 따라 공범으로 볼 수도, 방조범 등 종범(從犯)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 일선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정 교수의 공소장을 살펴본 일선 변호사들은 “11차례 거론이 되기는 했지만 '조국의 행동’이나 '지시'로 볼 수 있는 사항이 없다”면서 “공소장만으로는 공범관계로 보기 어렵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구속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소장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거론된 것은 공소장의 서두라고 할 수 있는 ‘피고인의 지위’에서 2회, 입시부정과 관련된 부분에서 2회, 자본시장법 1회, 범죄수익 은닉 1회, 금융실명제 위반 2회, 증거인멸 부분에서 3회 등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사실 조 전 장관과는 별 관련이 없는 부분들이다. 냉정하게 말해 대부분 ‘조국은 정경심의 남편이다’ 등 가족관계이거나 “법무장관에 지명됐을 때” 등 시기 혹은 배경을 설명하는 요소로 쓰였을  뿐이다.

“남편 조국이 공직자윤리법상 재산공개대상자인 민정수석에 임명되어”(p25), “2017년 5월 남편 조국의 민정수석 취임 이후”(p20), “2019년 8월 초순경 조국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후”(p26)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피고인의 남편인 조국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던 중 2017년 5월 민정수석이 되었고 2019년 8월 9일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다”(공소장 p3)거나 “조범동은 조국의 5촌 조카”(4p) 등 단순히 가족관계를 설명한 것도 두 차례나 된다.

“토요일임에도 '조국 인사청문회' 관련 대응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직원 000 등에게”(p28)와 같이 조 전 장관은 물론 정 교수와도 별 관련이 없는 ‘단순 수식어구’에 불과한 부분까지 ‘11차례’에 포함됐다.

정 교수의 행위와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등장한 경우도 서너곳에 달한다. “동양대 교수인 피고인 및 서울대 교수인 '남편 조국'의 지위와 인맥을 활용해 딸 조0의 스펙을 만들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도록 하기 위해…”(p4), “조국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재산내역이 관보 등에 공개될 수 밖에 없는 상황”(p25) 등이 이에 해당한다.

조 전 장관의 개입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서울대 공익법센터 인턴증명서 부분도 “피고인은 남편 조국이 활동하고 있는 서울대 공익법센터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을 기화로…”(p7)라고 기재됐을 뿐이다.

증거인멸 혐의 부분에서도“(정경심은)펀드 투자처를 사전에 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조국 후보자 및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것을 우려해”(p27) 등 정 교수의 혐의를 설명하는 배경으로 잠시 등장할 뿐 이다.

그나마 연관성을 조금이라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은 “실권주 7만주를 배우자인 조국의 공직자 재산등록시 신고하지 않고 보관하고…”(p25)가 거의 유일하다.

현직 변호사 A씨(46·사법연수원 31기)는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단지 몇 번이 거론됐다는 것만 강조하며 은근히 ‘유죄의 심증’을 내비치는 행태는 여론조작으로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면서 “냉정하고 객관적인 태도가 아쉽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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