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아동 주거권 보장…우리 사회의 희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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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9-11-1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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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세희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부 부교수

임세희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부 부교수.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24일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무주택·저소득 유자녀 가구 중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2자녀 이상 가구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퇴소하는 보호종료아동 △쪽방·비닐하우스·컨테이너 등 비주택에서 3년 이상 거주한 가구의 주거 상향 이동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책은 국민의 기본권인 '주거권'을 전면에 내세우고 아동의 주거권 보장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게다가 주거 지원뿐만 아니라 교육·돌봄 서비스, 사례관리, 일자리 상담 등 사회 서비스가 결합된다는 점에서 기존 공급 위주 주거 정책보다 수요자 욕구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선 진일보한 정책이다.

2015년 제정된 주거기본법 제2조 주거권에는 "국민은 관계 법령 및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라는 규정도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국민 주거권이 보장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평균적 생활 수준은 꾸준히 향상됐지만,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규모는 2016년 기준 5.4~11.7%에 이르며, 기준 미달주택에 사는 아동가구 역시 4.7~12.1%에 이른다는 학계 보고가 있어 왔기 때문이다. 또 쪽방·고시원 등 비주택 거주가구는 2005년 5만4000가구에서 2018년 43만 가구로 증가했다.

이렇듯 주거빈곤 가구 규모가 상당한 것은 저소득 가구 소득 수준이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날로 악화되는 데 반해 주택 가격은 높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즉,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없이는 열악한 주거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저소득 가구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열악한 주거는 아동의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갉아먹는다.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막아주지 못하는 집, 기름 짜듯이 어깨를 맞대야 하는 집, 공부할 책상은 고사하고 빨래 건조대 밑에서 자야 하는 집, 벌레·쥐·뱀 등이 나오는 집, 식사 준비 및 환기도 어려운 집, 비가 오면 누전이 될까, 태풍이 불면 벽이 무너질까 걱정해야 하는 집, 혹여 친구들이 내 집이 이렇다는 것을 알까 두려운 집에서 사는 아이들은 고통받고 무기력해진다.

또 갓 18세를 넘은 보호종료아동은 집을 구하고 성인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모두 혼자서 담당해야 하는 고립무원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은 보호자나 가족의 책임으로 미뤄지던 아동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 또 이로써 모든 아동이 적절한 주거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는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정책이라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아동의 주거권, 또 모든 사람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길은 아직도 멀고 험난하다. 하지만 지금의 이 출발이 우리 사회를 보다 정의롭고 활기차게, 또 이로 인해 모두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한 여러 논의와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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