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철 효성기술원 탄소섬유 연구담당 상무 “소재부품사업 지원 긴 호흡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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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19-11-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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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산업은 전자제품이나 IT와는 다르게 호흡이 매우 긴 산업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접근해야 된다.”

김철 효성기술원 탄소섬유 연구담당 상무는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소재 국산화를 지원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김 상무는 “외부에 의해 시작된 것이든, 우리 스스로의 필요에 의한 것이든, 현재의 소재산업 개발에 대한 관심은 매우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현재의 상황이 외부에 의해 촉발된 면이 커 너무 급하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음식도 급히 먹으면 체한다, 일도 기술개발도 마찬가지다. 첨단기술은 더욱 그렇다. 실제 항공기 부품으로 새로운 소재를 적용하는 경우 범용화 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린다. 안전과 밀접한 부품의 경우 서둘러 채용할 경우 자칫 큰 사고로 번질 수 있어 그만큼 다양한 검증이 필요하다.

김 상무는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소재산업의 특성상 어느 한 나라가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잘 하는 것과 못하는 것, 잘할 수 있지만 해서는 안 되는 것. 못하지만 꼭 해야 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고, 이를 나누어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시장규모나 기술수준으로 모든 것들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자칫 효율적이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소재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어떻게 잘 도와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 논리보다 경제 논리를 통해 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재를 개발하는 곳이 정부나 연구기관이 아닌 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들을 수출규제 하면서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도 크게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활발한 협업과 지원 등 자발적인 노력으로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위기는 곧 기회로 이어졌다.

효성 역시 마찬가지다. 탄소섬유는 그간 일본에 전적으로 의지해왔다. 일본 기업인 도레이와 데이진, 미쓰비시케미컬 3사가 전 세계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한 효성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 상무는 세간의 관심에 대해 “실제로 부담이 된다”면서도 “다만, 어떤 의미로는 기분 좋은 부담”이라고 했다. 그는 “모두가 원하지 않았지만 일본의 무역보복이라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면서 “마침 효성이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어 국산화에 일조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 생산설비 증설이 진행 중이어서 탄소섬유의 국산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효성은 탄소섬유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탈(脫)일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현재 연간 2000t인 생산 규모를 2만4000t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단일 공장 규모로 세계 최대가 된다. 올해 11위에 불과한 세계 시장 점유율 2%를 10%로 늘려 세계 톱3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일자리도 2300개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상무는 탄소섬유 시장 전망에 대해 “탄소섬유의 쓰임새는 기본적으로 현재와 미래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는 경량화가 필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용도에 중점적으로 쓰이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이 쓰일 것이라는 얘기다.

항공기와 자동차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전에는 탄소섬유가 높은 가격과 공정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다면 지금은 가격이 낮아지고, 신공정 개발 등으로 사용량이 점차 늘고 있다”면서 “최근 개발된 B787 같은 경우에는 탄소섬유 복합재료 부품을 50%나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문과 관련해서도 “당장 수소연료 전지차만 하더라도, 탄소섬유를 이용한 수소 저장용기가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다”며 “수소저장 탱크 이외에도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부품에 탄소섬유를 적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현재까지 탄소섬유는 가격이 높고, 사이클 타임(제품을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진정한 대중화가 되지 않았다”면서도 “앞으로는 일반 승용차 등에도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탄소섬유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 효성기술원 탄소섬유 연구담당 상무[사진=효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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