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경제 시대의 마중물 '데이터 3법' 19일 국회 통과 예정... 국내 AI·금융 산업 숨통 터

강일용 기자입력 : 2019-11-18 00:10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선진국 앞서 나간 동안 개정 1년 미뤄져 모호한 개인정보 구별에 가명정보 추가... AI 개발·신규 비즈니스 개척에 활용 기대
데이터 경제 시대를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비식별 데이터 활용이 자유로운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국들은 잇따라 개인정보 관련 법안을 구체화하며 효율적인 데이터 분석과 활용이 곧 돈이 되는 데이터 경제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한국은 여야 정치 싸움에 묻혀 데이터 3법 개정이 1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헬스케어, 리걸테크 등 미래 산업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안 통과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네이버 개발자 행사 '데뷰 2019' 개막식에서 "AI 같은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세계 시장을 선점하겠다. 데이터 3법이 연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여야가 소관 상임위원회의 논의 과정을 거쳐 이번 정기국회에서 데이터 3법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 협의에 나선 데 이어, 14일 데이터 3법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시키면서 법 개정의 물꼬가 급격히 열렸다.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 모호한 개인정보 구별에 가명정보 추가... AI·신규 비즈니스 개발에 활용 기대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개인정보의 보호 수준을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 등 세 단계로 구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가명정보란 정보 자체로 특정인임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 그 어떤 정보를 더해도 특정인임을 전혀 알아볼 수 없게 완벽히 비식별화된 익명정보와 달리 추가정보를 사용하지 않으면 특정인임을 알아볼 수 없도록 비식별 처리된 정보를 말한다.

국내 기업 입장에선 정부가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제정해주는 일이 시급했다. 그동안 국내법은 개인정보의 범위를 좁게 규정해 가명정보나 데이터 가공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다. 때문에 위법 논란이 있어 금융, 통신, 유통 등 많은 분야에서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신규 사업 발굴에 활용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었다.

또한 AI 개발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개인정보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어 활용할 수 없고, 익명정보는 익명화를 위해 자세한 데이터가 모두 삭제되어 활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난해 초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산업계, 시민단체, 전문가, 정부 등을 모아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을 진행하고,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발의를 촉구했다. 이에 행정안전위원회 인재근 위원장의 대표 발의로 지난해 11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1년 가까이 통과되지 못하고 국회에서 잠자고 있었다.

결국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상당히 실망스럽다. 국회가 국민을 위한 대의를 좀 더 고민하면 좋겠다"며 데이터 3법 통과를 간곡히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1년 동안 여야는 가명정보의 활용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를 두고 힘겨루기를 벌였다. 이번 심사소위에선 기업의 요구사항이던 가명정보의 산업적 목적 활용을 명시하지 않고, 대신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에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최종 합의했다. 굳이 산업적 목적 활용을 명시하지 않아도 법리 해석에 따라 충분히 기업의 관련 데이터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행안위의 입장이다.

개정안에는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으로 분산된 개인정보보호 감독기관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설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개인정보 보호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위원회는 국회 추천 인사를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되며, 개인정보 관련 업무를 3년 이상 한 경우에만 위원으로 추천받을 수 있다.

이는 유럽연합의 일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관련 적정성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은 그동안 개인정보 관련 기관의 독립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적정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여러 부처에 분산된 개인정보 관련 규제를 통합 관리·감독하는 만큼 적정성 심사를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은 2015년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가명정보의 개념을 도입하고 독립적인 개인정보 관리·감독 기구를 설치했다. 이어 올해 1월 GDPR 적정성 심사를 통과해 일본 기업들이 데이터 경제 시대에 빠르게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클라우드 산업 육성과 기업 신규 서비스 개발 편의 확대를 위해 여러 곳에 나눠 보관하고 있는 데이터를 보안시설을 갖춘 전문기관을 통해 통합할 수 있는 법안도 신설된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은 서비스 인프라를 기업 서버에서 클라우드로 옮길 때마다 이용자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 하는 불편이 없어진다. 기업의 신규 사업 진출이나 스타트업의 서비스 규모 확대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등 선진국에는 이러한 규제가 없다. 덕분에 넷플릭스는 2016년 자체 데이터센터 운영을 종료하고 모든 기업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이전,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을 구축해 순식간에 전 세계로 서비스 제공 국가를 확대했다. 기존 국내법 하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 금융에도 가명정보 도입... 이용자 편의 확대되고 금융취약층 신용점수 향상

신용정보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과 궤를 같이한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데이터 경제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이 높은 금융 데이터를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 이를 빅데이터 분석과 이용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명정보는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해서라면 신용정보주체의 동의가 없어도 기업이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 조항을 신설함에 따라 본인신용정보관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마이데이터란 여러 금융사에 분산된 개인 금융정보를 통합한 뒤 이를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대형 금융사가 보유한 개인 정보의 소유권을 개인에게 넘기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금융 업계에선 신규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가 등장하고,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신규 신용평가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현재 핀테크나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용자가 각 금융사에 접속해 공인인증서를 통해 일일이 동의를 해야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 번만 동의하면 전 금융권의 정보를 불러와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금융사가 이용자의 공공요금납부, 온라인 쇼핑, SNS 사용 이력 등 비금융정보를 분석해 개인 신용평가에 반영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만큼 주부, 사회초년생 등 금융 이용 이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신용점수도 향상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금융과 AI의 결합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사들이 가명정보를 활용해 AI를 고도화함으로써 다양한 개인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AI가 고객의 거래 내용을 분석, 가까운 시기에 자금 유동성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되면 타 계좌로부터 자금을 이체하거나 적합한 신규 대출을 추천해줄 수 있게 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역시 다수의 개인정보 관련 법안을 통합하고, 이에 따른 감독기구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통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비쟁점 법안임에도 데이터 3법 통과가 19일 이후로 늦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여야가 선거제나 사법개혁 법안 같은 쟁점 법안 개편이나 통과를 위해 데이터 3법을 볼모로 잡는다는 지적이다. 만약 이번 정기국회에서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관련 법안은 일괄 폐기되며, 2020년 총선으로 21대 국회가 구성될 때까지 법안 통과가 불가능해진다. 국내 기업이 데이터 경제 시대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당장 내년 5월부터 유럽 시장에서 데이터 관련 사업을 전개하지 못하게 되는 등 큰 피해를 입게 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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