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新시대 열자] "대전환 맞은 동북아 질서를 주도하라"

최신형 기자입력 : 2019-11-18 00:00
중국도 일본도 미국도 180도 달라졌다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전통외교 개념 소멸 한국, '통로' 아닌 아시아 방파제로 대전환
"외교의 대전환이 시작된다." 동북아 질서가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미·소 냉전 체제에 종지부를 찍은 탈냉전은 21세기 들어 '지정학적 위기'와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한 '기술혁신 전쟁' 등을 맞으면서 새로운 변혁기로 접어들었다. <관련 기사 3면>

미·중 무역전쟁은 과거 냉전의 동서 갈등을 능가하는 '신(新)냉전' 서막의 문을 열었다. 주요 2개국(G2)인 미·중의 경쟁은 비단 군사 패권주의에만 그치지 않았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이에 맞서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지정학적 경쟁을 넘어 경제 전쟁으로 확전했다. 

일본의 '보통국가화'와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중동 지역의 '패권전쟁'은 신냉전의 새로운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중심에 동북아 삼국지의 한 축인 한국이 끼인 셈이다. 

갈라파고스 외교에 둘러싸인 한국은 기존의 지정학적 한계와 기술혁신 전쟁 사이에서 '전략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생존의 전쟁으로 내몰렸다. 17일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대·세대·세력을 겨냥한 '게임의 법칙'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치가 가진 '가능성의 예술'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中 링링허우·日 레이와··· 韓 현주소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제22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해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동북아 삼국지의 시대·세대·세력 변화는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생)' 시대를 지나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생)'와 '링링허우(零零後·2000년 이후 출생)' 등이 차세대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정치뿐 아니라 소비 트렌드까지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22일 일왕 즉위식을 기점으로 새로운 연호 '레이와(令和)'를 선포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에 접어든 한국 역시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외교에서 세대론 등이 중요한 이유는 간명하다. 기존 외교의 '기회요인'과 '제약요인'의 준거 틀을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외교 전략 구축의 핵심 요소다. 2030세대가 가진 외교 철학의 특징은 '실용주의'다. '우리 민족'이란 철 지난 감성주의는 더는 통하지 않는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5월 14∼16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7일 발표한 대북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는 북한 식량 지원에 대해 각각 41%와 47%가 찬성한다고 밝혔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는 60대 이상(30%)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한 조사 결과는 달랐다. 20대 응답자의 62%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모든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60대 이상(61%)을 웃돈 셈이다.

한·일 관계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관이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발동 직후인 지난 7∼11일 전국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2일 발표한 한·일 관계 인식을 보면, 20대의 74%와 30대의 79%가 한·일 분쟁의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반면 60대 이상은 43%만이 '일본 정부에 있다'고 답했다.

◆"한국의 아시아 방파제 역할론 제기하라"
 

동북아 질서가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미·소 냉전 체제에 종지부를 찍은 탈냉전은 21세기 들어 '지정학적 위기'와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한 '기술혁신 전쟁' 등을 맞으면서 새로운 변혁기로 접어들었다. 사진은 청와대 춘추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일본 사람'에 대한 호감도 조사 결과는 엇갈렸다. 20대의 51%와 30대의 40%는 '호감이 간다'고 밝혔다. 이는 60대 이상의 32%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일본 문화에 익숙한 2030세대가 정치 문제와 비(非)정치 문제를 분리해 보는 '이분법적인 경향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도 무시할 수 없는 가치다. 지난해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개최의 촉매제로 작용한 평창 동계올림픽이 대표적이다. 남북 간 민간교류 활성화를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 꽉 막혔던 남북 및 북·미 관계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조국 사태' 당시 20대를 중심으로 한 공정성 문제 제기는 급기야 고공 행진하던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마저 꺾었다. 2030세대는 정치·외교·사회 문제를 이념과 진영 논리가 아닌 가치와 실용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비롯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통제권 압박에 둘러싸인 한국이 명분과 함께 실리 외교를 추구,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고 동북아 질서를 주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정부가 '한국의 아시아 방파제 역할론'을 제기해야 한다"며 "중국에는 한반도가 미국의 중국 진출 통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미·일에는 한·미·일 동맹의 전력자산을 방어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겠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용주의 외교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인 '통일'과 직결된 문제다. 전통적인 통일 외교의 주체는 한국 정부지만, '통일공공외교'의 주체는 한국 정부와 함께 민간 등 비국가행위자까지 포함한다. 전통적인 개념의 정부 차원의 톱다운 협상을 넘어 글로벌 사이버 공간에서 펼쳐지는 소프트 파워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탈영토화'도 중요한 변수다. 이미 전 세계는 세계화에 따른 글로벌 체인과 경제 블록화를 형성했다. 공간 역시 사이버 스페이스의 길로 가고 있다. 과거 국가체제에 통용됐던 국가 정체성보다는 '범세계적인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1월부터 적용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문재인 정부 말기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년에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기후 협약으로, 참가국은 감축 목표량에 따라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2015년 11월 전 세계 195개국 합의로 마련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6월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개막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제11차 정상회의 참석 전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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