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갑질 끝장내온 3대 비밀

정숭호 논설고문입력 : 2019-11-12 18:43


<책에서 책으로 25. 김필년 『권력적 사회와 반권력적 혁명들』
한국의 교양 부족을 메울 수 있는 벽돌책

 

 

 
 
두꺼운 책이 ‘벽돌책’으로 불린 지 오래됐다. 1000쪽 넘는 벽돌책도 많다. 몇 해 전 교보문고에서 조사했더니, 1990년대에는 1000쪽 이상의 책이 한 해 10권이 채 안 됐지만, 2003년엔 26권으로 20권대를 처음 돌파했고, 2007년에는 61권에 달했다. 두껍기만 해서는 벽돌책이 되지 못한다. “벽돌책은 일단 제작비가 많이 드니까 출판사들이 원고를 신중하게 고른다. 그리고 대체로 긴 글은 깊은 사유 없이 쓰기 어렵다.” 한 유명 소설가의 말이다.

<권력적 사회와 반권력적 혁명들>(한국디지털도서관포럼)은 800쪽이 넘는다. A4 한 장이 한 쪽에 인쇄됐으니 매우 빽빽한 편이다. 보통 A4 한 장으로 책 3~3.5쪽을 만드니까 그런 책으로는 2000쪽은 넘는다. 이 책에 담긴 사유의 깊이는 읽어보면 확인될 것이나, 주석과 서지(書誌)의 풍부함이 깊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책 한 권을 따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은 이렇다. “사회는 권력적이다. 사회구성원은 누구나 권력을 추구한다. 권력관계, 갑을관계는 본질적으로 착취구조다. 보편적인 역사는 이 권력관계, 착취구조를 해체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그 해체의 힘은 △권력을 분산해온 자본주의 △권력을 부정해온 종교 △권력의 자기비판인 자연과학에서 나왔다. 권력으로 꽉 짜인 권력적 사회에서 자본주의가 발전을 시작하면 권력은 무너졌다. 자본주의는 권력을 분산시키고, 권력을 효율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종교는 세속권력을 부정한다. 종교는 세상의 어떤 권력도 신보다 강할 수 없음을 가르친다. 종교가 권력적이라고 할 때는 종교 제도의 권력을 말하는 것이지 종교 자체에는 권력이 없다. 자연과학은 실험이라는 객관적인 수단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객관적 실험 결과에 따라 기존 권위-기존 학설-는 유지되거나 무너진다. 자연과학은 발전 과정은 자기비판적이다. 경제적으로는 산업혁명, 사회·정치적으로는 미국 혁명·프랑스 혁명이 권력을 붕괴시켰다고 하지만 이 혁명들의 뿌리는 자본주의·종교·자연과학의 발전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야말로 진정한 혁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이름은 ‘반권력적 혁명’이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5부로 나누어 상술한다. 1부는 ‘인간, 사회, 역사: 그 권력적 본질’이다. ‘권력과 반권력 그리고 시장경제’, ‘인간행동과 권력지향성’ 등을 살핀 후 ‘역사에 있어서 참 혁명과 거짓 혁명’으로 마무리한다.

2부는 ‘자본주의적 혁명과 반자본주의적 역사철학’이다. ‘교환과 소유권 등 시장경제의 본질과 작동 원리’, ‘시장경제와 그 적’들을 언급하고, 하이에크의 경제철학을 바탕으로 ‘시장경제와 사회적 정의(正義)’를 논한다. 또 ‘마르크스의 반동적 역사철학’을 비판한 후 ‘혁명과 개혁 그리고 책임윤리’를 따진다.

3부 ‘종교: 권력의 초월’에서는 기독교와 불교가 분석된다. 기독교는 ‘진리와 역설’, ‘이성에 기초한 기독교 이해에 대하여’, ‘예수의 진리’, ‘부활과 새 복음’ 등의 소제목으로, 불교는 ‘근본불교’, ‘대승불교와 그 진리’, ‘중국 문화 속에서의 불교: 도가사상과 대승불교’, ‘선불교의 이해’, ‘불교와 기독교-또 하나의 비교’라는 소제목들로 나뉘어 각각 탐구된다.

4부는 ‘자연과학: 자기비판적 권력’이다. ‘그리스의 정신혁명의 조건과 이오니아학파’, ‘그리스의 수학과 자연과학’, ‘그리스적 유산: 플라톤 철학, 예지 정신 그리고 비판 정신’에서 시작돼 ‘중세의 과학사상과 자연관’, ‘코페르니쿠스 혁명과 그 한계’, ‘케플러: 천문학의 진정한 혁명’, ‘갈릴레오: 과학의 독자화와 근대 물리학의 정초(定礎)’, ‘뉴턴: 과학혁명의 완성’, ‘근대과학 형성에 있어서 기독교의 기여’ 등을 다룬 후 현대 물리학을 다룬다. ‘비유클리드 기하학과 이성 및 확실성에 대한 회의’, ‘상대성이론’, ‘양자론’, ‘과학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현대물리학의 대두’에 달린 소제목이다. 5부는 ‘요약과 결론’이다.

방대한 내용이다. '이런 책을 쓴 사람의 머릿속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방대한 주석과 꼼꼼하기 그지없는 인용문 출처를 보면 과연 '저자가 이 모든 도서를 다 읽었을까'라는 의심도 든다.
독자에게 이런 의심을 품게 하는 것은 저자가 노리는 바이기도 하다. 저자는 “어떤 분야를 전공하든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원생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서구에는 국부론과 자본론, 칸트와 헤겔 같은 ‘큰 책’의 전 단계라고 할 만한 ‘중간 책’이 많다. 미제스, 포퍼, 하이에크, 카실러, 라이헨바흐의 책이 그렇다. 이 ‘중간 책’을 읽고 나서 더 큰 뜻을 세워 학문의 세계나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많다. 나는 이 책이 우리나라 대학원생들에게 그런 자극이 되기를 바라며 썼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올해 67세인 김필년이다. 대학 4학년 때 행정고시(18회)에 합격, 가문에 자신의 ‘기본 책무’를 다하고 독일 보훔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역사학으로 박사가 됐다. 한국 대학사회 특유의 권력구조를 받아들이지 못해 교수 되기를 포기했다. 낙향해 부모와 우애 깊은 형제들의 보살핌, 중·고생 영어 및 수학 과외로 수입을 만들어 살면서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을 가져온 ‘보편사(普遍史)’를 탐구하고 있다. ‘보편사’는 인류 전체에 적용되는 역사다. 그 결과물로 <동·서문명과 자연과학>(1992), <자본주의는 왜 서양문명에서 발전했는가>(1993), <시련과 적응, 보편사적 시각에서 이해한 중국문명>(2001)을 썼다. <권력적 사회와 반권력적 혁명들>(2010)은 네 번째 저작이며, 2017년에는 <공자의 그물>을 내놓았다. 지금은 동·서양 문학에 나타난 세계관, 종교관의 차이를 탐구하고 있다.

나는 한시와 중국 여행을 소재로 쓴 <책에서 책으로> 23회에서 그를 소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다시 소개하는 것은 이 책이 <책에서 책으로> 24회의 주제였던 ‘우리 시대의 교양 부족’을 메울 수 있는 책으로 손색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25회로 끝나는 <책에서 책으로>의 마지막 회로 가장 잘 어울린다고도 생각했다. 저자는 나와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다. 그것도 그를 소개하는 배경일 것이다. 미미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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