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세계서 가장 돈 잘 버는 기업'...아람코 IPO 이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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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9-11-0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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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순이익 1110억달러 세계 최대...'애플의 2배'

  • 고평가 논란 '세계서 가장 비싼 기업'...IPO 신기록 촉각

  • 해외 상장 여부, 보너스 주식도 관심...타이밍 논란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이하 아람코)가 마침내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했다. 아람코는 지난 3일 규제당국의 승인 아래 주식 일부를 사우디 증권거래소(타다울)에 상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곧 투자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로드쇼에 나설 예정이다. 투자설명서는 오는 9일 낼 계획이라고 했다. 빠르면 다음달 초 IPO를 예고한 셈이다. 이번 IPO는 역대 최대, 아람코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 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지만, 한편에서는 경계해야 할 리스크(위험)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시르 알루마이얀 사우디아람코 회장이 3일(현지시간) 회사 본사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의 플라자콘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아람코가 사우디 자본시장청으로부터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시 등록을 거쳐 사우디 증시(타다울) 상장 기업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86년 역사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는 사우디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국영 석유·천연가스 회사다. 공식 이름은 '사우디 아라비안 오일 컴퍼니(Saudi Arabian Oil Company)'. 뿌리는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석유회사 셰브런의 모태인 '스탠더드 오일 오브 캘리포니아(SoCal)'가 사우디 정부의 석유탐사권을 받아 세운 '캘리포니아-아라비안 스탠더드 오일 컴퍼니(CASOC)'가 시초다. CASOC는 1944년 '아라비안-아메리칸 오일 컴퍼니'로 이름을 바꾼다. '아람코(Aramco)'라는 약칭이 여기서 비롯됐다. 사우디 정부는 1970년대 들어 아람코의 자산을 국유화하기 시작했다. 1988년 칙령에 따라 지금의 회사를 새로 만들어 아람코의 모든 자산을 손에 넣었다.

#'애플의 2배' 세계 최대 순익

아람코는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most profitable)' 기업이다. 순이익이 세계 최대 규모라는 뜻이다. 지난해에는 1110억 달러(약 130조원)의 순익을 냈다. 같은 기간 애플 실적의 2배에 가까웠다. 엑손모빌·로열더치셸·BP·셰브런·토탈 등 5대 다국적 석유 메이저의 순익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았다. 아람코의 올 상반기 순익은 469억 달러. 애플(216억 달러)의 2배가 넘고, 세계 최대 상장 석유회사인 엑손모빌(55억 달러)의 9배에 가까웠다.

사우디 석유사업 독점권이 아람코에 막대한 순익을 챙겨줬다. 사우디는 세계 2위 석유 매장량(베네수엘라 1위)과 생산량(미국 1위)을 자랑한다. 아람코는 하루 약 1000만 배럴, 전 세계 생산량의 11%에 이르는 엄청난 물량을 소화한다. 그럼에도 생산비용은 기술적 도전이 큰 북해산 브렌트유나 미국산 셰일원유보다 훨씬 저렴하다. 프랑스 다국적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의 데이비드 헌터 시장 연구 책임자는 BBC를 통해 사우디의 일부 유전은 생산비용이 배럴당 10달러를 밑돈다며, 배럴당 60달러가 넘는 브렌트유와의 차액이 순익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탈석유 경제구조개혁' 핵심

사우디 실세이자 왕위계승 서열 1위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6년에 발표한 '비전 2030'을 통해 아람코의 IPO 청사진을 제시했다. 공급과잉과 수요둔화가 맞물려 2014년부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석유시대의 종언을 둘러싼 우려가 한창이던 때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8년까지 아람코를 상장해 조달한 자금을 경제구조개혁의 밑천으로 삼기로 했다. 비전2030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담은 '국가개혁프로그램'에 따르면 아람코를 상장해 모은 돈은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해 해외 자산을 다변화하는 데 주로 쓰도록 돼 있다. 사우디가 기존 국부펀드로 차량공유업체 우버, 소프트뱅크의 기술투자펀드인 비전펀드 등에 투자한 것도 이런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

#'고평가' 논란에도 세계 최대 시총

무함마드 왕세자의 초기 구상대로라면 아람코는 상장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비싼(most valuable)' 기업이 된다. 전체 지분의 최대 5%를 팔아 1000억 달러를 조달하면 시가총액이 2조 달러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달성한 '꿈의 시총' 1조 달러의 2배다.

다만 최근에는 아람코를 둘러싼 고평가 논란이 한창이다. 아람코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거품 논란에 휩싸인 일부 기술주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아람코의 IPO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업 가치 '2조 달러'에 대한 회의론이 번졌고 국제 원유시장엔 공급과잉, 수요부진 우려가 여전하다.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들은 아람코의 주식 가치 평가액이 1조5000억 달러쯤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적게는 1조 달러를 간신히 넘을 것으로 보는 곳도 있다. 아람코 측에서 이미 눈높이를 낮췄다는 얘기도 들린다. 블룸버그는 아람코가 1조6000억~1조8000억 달러 수준의 평가를 용인할 준비가 돼 있다는 소식통의 말을 소개했다. 어찌 됐든 아람코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타이틀을 놓치지 않을 전망이다.
 

 

#'역대 최대 IPO' 알리바바 기록 깨나

아람코의 IPO가 수년째 주목받고 있는 건 그 규모가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사우디의 당초 구상대로 IPO가 이뤄지면 조달액이 1000억 달러로 알리바바의 역대 최대 기록을 4배나 앞서게 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2014년 미국 뉴욕증시에 진출하며 250억 달러를 손에 넣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아람코가 이번 IPO 때 수요에 따라 지분 2~5%를 매각하는 걸 초기 목표로 삼았다고 전했다. 아람코의 주식 가치가 최소 1조2500억 달러, 매각 지분이 최소 2%만 넘으면 알리바바의 기록을 따라잡게 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아람코가 새 기록을 쓸 공산이 크다고 보면서도 로드쇼 흥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업체인 IG그룹의 크리스 보샹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원유 공급과잉과 불확실한 수요를 감안하면 아람코 평가액으로 2조 달러는 너무 높지만, 아람코가 사우디 정부의 핵심 부문이라는 점에서 1조2000억 달러는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보너스 주식' 등 투자 유인책도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의 IPO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제시했다.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보너스 주식이 대표적이다. 사우디 증시에서 아람코 주식을 상장일로부터 180일간 보유하면 10주당 1주를 보너스로 받게 된다. 아람코가 사우디 정부에 지급해야 하는 로열티 조건을 낮추고 내년엔 대규모 기본 배당도 약속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밑돌면 로열티 비율이 20%에서 15%로 낮아진다. 아람코의 실적 부담이 그만큼 줄어 주주들에게 이익이 된다. 아울러 아람코는 내년에 주주들에게 총 750억 달러의 기본 배당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를 800억 달러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해외 상장 물건너 갔나

아람코는 원래 사우디 증시에 지분 1~2%를 먼저 매각한 뒤 해외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왔다.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 홍콩, 일본 도쿄 등 해외 증시에서 추가 IPO를 실시해 국내외에서 총 5%의 지분을 매각하려 했다는 것이다. 아람코 측은 3일 회견에서 해외 상장 계획이 당장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아람코가 당초 계획대로 해외 추가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지만,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미국에서는 테러 피해자들의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9·11테러 등의 희생자들이 사우디를 비롯해 테러 공격과 관련된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상장기업이 되면 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통제를 감수해야 한다. 대신 아람코 같은 '대어'를 사우디 증시에 들이면 글로벌 자금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사우디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한 투자 홍보에 공을 들이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 지금인가...타이밍 논란도

IPO 타이밍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 1년간 16% 떨어졌는데, 세계적인 경기둔화 우려가 유가 하락세를 더 자극할 전망이다. 더욱이 아람코는 지난 9월 석유시설 피습으로 한때 생산능력의 절반을 잃었다. 이 여파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됐다. 블룸버그는 사우디가 이렇게 불리한 여건에서 아람코의 IPO를 실시하기로 한 건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IPO를 계속 미루기보다 밀어붙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NYT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성과를 앞당기기 위해 아람코 상장을 서둘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비전 2030'을 선포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실업률이 12.7%에 이를 정도로 경제적 성과가 미미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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