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혁 사무총장 "아세안, 성장성 무궁무진...그 중 베트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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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19-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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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혁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인터뷰...한·아세안 간 교두보 수행

  • "장벽 부딪힌 韓 '4강 외교'...아세안과의 관계 증진으로 돌파해야"

  • "韓기업 진출 아세안 중 절반이 베트남...'제2의 中' 될지 지켜봐야"

  • "中 비해 인구 적고 자본·기술 축적 부족해...투자국 다변화 필요"

  •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통해 향후 30년 구체적로드맵 나올 것"


한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간 교두보 역할을 수행해온 한·아세안센터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한·아세안센터는 이달 25~27일 부산에서 열리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를 앞두고 '붐업(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센터는 지난달 16~18일 2박 3일간 일정으로 한국과 아세안의 청년 및 각계 인사 200여명을 '한·아세안 열차'에 태우고 부산과 전남 순천, 광주 등 한국의 주요 도시를 방문해 이달 특별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이혁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본지와 만나 "아세안과의 관계 증진은 국익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장벽 부딪힌 韓 '4강 외교'··· 아세안과의 관계 증진으로 돌파해야"

 

이혁 한·아세안 센터 사무총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세구 기자, k39@ajunews.com]


한·아세안센터는 한국과 아세안 간 실질협력 증진을 위해 2009년 출범한 국제기구다. 창립 이래 한국과 아세안 간 핵심 협력 채널로서 교역 증대, 투자 촉진, 관광 활성화, 문화 및 인적 교류 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수행 중이다. 이 총장을 비롯해 5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외교가에서 '아세안 전문가'로 잘 알려진 이 총장은 지난해 4월 한국 및 아세안 10개국(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의 승인을 받아 제4대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에 낙점됐다.

그는 만 22세 나이로 제13회 외무고시에 합격, 이듬해 1월 외무부(현 외교부)에 입부한 후 아시아 지역을 전반적으로 관할하는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을 지냈다. 이후 필리핀과 베트남에서 각각 대사직을 수행했다.

이 총장은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에 몸담기도 했다. 김대중(DJ) 정부 당시 외교부 소속 행정관으로 근무한 데 이어 이명박(MB) 정부 때에도 외교비서관으로 발탁돼 일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정말 힘들지만 보람찼던 시절"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이력을 배경으로 센터 설립 당시 힘을 보탠 그는 사무총장까지 역임하게 됐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저 개인에게도 굉장히 운 좋은 일"이라며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 "아세안은 향후 한국과 관계가 깊어질 잠재적인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지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장은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4강과의 관계는 꾸준히 발전해 오다가 최근 정치·외교적 이슈로 큰 장벽에 부딪힌 상황"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또 한국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고 짚었다.

이 총장의 분석대로 정부의 4강 외교는 G2(미·중) 패권 다툼과 한·일 간 역사문제 등으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는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및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미 동맹 균열설이 흘러나오고, 중국과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2년 가까이 정상 외교가 미진한 상황이다.

동시에 일본과는 역사 문제에서 비롯된 무역 분쟁을 겪고 있고, 대(對)러 외교 역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칸 퍼스트(미국중심주의)' 등 모든 나라가 자국 중심적인 대외 정책을 펴고 있다. 기본적인 국제 환경 자체가 한국이 주변국과 외교를 원활히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장은 이런 가운데 아세안은 한국과 정치·외교적으로 특별한 갈등 요인이 없고 성장잠재력이 뛰어난 만큼 한국과 아세안과의 관계 증진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일본은 아세안과의 관계가 오래전부터 깊고 중국 역시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 전략 구상) 정책을 펼치는 등 아세안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들 국가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나 인구수로나 굉장히 작은 나라"라고 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작은 중견국으로서 제국주의 국가에 식민지배를 당한 경험 등 아픈 역사를 아세안과공유하고 있으면서도 빠른 시기에 압축 성장을 거듭해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며 "일본·중국 등 주변 강대국과 비교할 때 그런 점에서 아세안이 벤치마킹할 만한 좋은 롤모델 국가"라고 자신했다.

◆"韓기업 진출 아세안 중 절반이 베트남··· '제2의 中' 될지 지켜봐야"

 

이혁 한·아세안 센터 사무총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세구 기자, k39@ajunews.com]


특히 이 총장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단계에 접어든 만큼 아세안 진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최근 발간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은 평균 5%대의 가파른 경제성장과 빠른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어 성장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낮은 인건비와 젊은 노동력을 갖춰 글로벌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출범 초기부터 아세안을 한반도 주변 4강에 버금가는 중요 협력대상으로 설정하고 신(新)남방정책을 대외경제정책의 주요 축 중 하나로 천명, 일관되게 추진 중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겠다던 대선 공약을 지난 9월에 조기 완수한 데 이어 3일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차 방콕으로 출국했다.

이 총장은 "한국 기업이 아세안에 진출해 파트너십(동반관계)을 체결하는 등 함께 협력할 여지가 많다"며 "특히 한국 기업의 모험적이고 과감한 진출 방식이 아세안 진출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한국과 아세안 간 협력 분야로는 제조업을 제시했다. 이 총장은 "게임 산업과 서비스업, 정보통신기술(ICT)업 등 여러 산업이 있지만 기본은 제조업"이라면서 "국내 임금 상승으로 여러 제조업체가 베트남 등 대부분 아세안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다. 현지에서 고용 창출 및 기술 이전에 힘써 상호보완적인 경제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K-팝 등 한류도 꼽았다. 그는 "한류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한국이 어느 국가보다도 앞서 있는 분야"라며 "한류를 이용해 아세안과 합작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한다든지 스타 양성에 나서 이에 기반을 둔 다양한 방면으로 진출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장은 또 한국 기업의 아세안 10개국 진출 현황을 살펴볼 때 그중 절반이 베트남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의 대(對)아세안 투자가 '베트남 중심적'인 현실에 대해 "투자환경이 우수한 베트남으로 국내 기업 투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까진 베트남과 경쟁할 만큼 경쟁력을 갖춘 아세안 국가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총장은 "우리 기업의 투자 대상을 다양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총장은 "베트남을 '제2의 중국'이라고 하는데, 고도성장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중국과 닮았지만, 여러 도전 요인이 남아 있다"며 "베트남이 중국처럼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그는 "베트남은 인구가 1억명도 안 되는 작은 나라이며, 중국처럼 자본과 기술이 많이 축적돼 있지 않다"며 "경제규모 또한 크지 않기 때문에 중국이 '화웨이', '샤오미' 등 자국만의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낸 것처럼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던 1960~70년대와 달리 지금은 전 세계가 무한경쟁하는 시대"라며 "이 같은 글로벌 시장구조 또한 베트남이 직면한 도전과제 중 하나"라고 우려를 보탰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통해 향후 30년 구체적 로드맵 나올 것"

 

이혁 한·아세안 센터 사무총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세구 기자, k39@ajunews.com]


이 총장은 한 달 내로 다가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한·메콩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 아세안과 메콩 지역 국가의 인프라 사업 진출에 있어 상당히 구체적인 합의사항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단순히 정상회담 개최에 그치지 않고 한국과 아세안의 향후 30년 관계 증진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아세안이 올해로 대화 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아 이번 정상회의가 더욱 뜻깊다"고도 했다.

일각에서 이번 특별정상 회의 계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성사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낸 데 대해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울 답방을 약속했던 만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잘될 경우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이 총장은 "김 위원장이 부산에 와 연내 답방이 이뤄질 경우 남북관계가 상당히 진전됐다고 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경호 문제를 우려하는 기자에게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오기만 하면 무엇이 어렵겠느냐"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임기 3년 중 딱 절반을 보낸 이 총장은 향후 남은 임기 동안 결과지향적이고 혁신적인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그간 업무 파악에 치중해 왔는데 앞으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며 "여러 활동을 결과지향적이고 실용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방향으로 바꿀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한 "형식적인 것은 가급적 지양하고 한국과 아세안 간 관계에 정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만 잘 발굴해서 추진하자는 입장"이라면서 "한·아세안 간 사람 교류, 문화 교류 등을 중심으로 양측이 더 많은 일을 함께하도록 촉진제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재차 피력했다.

이와 함께 "국내에 베트남 쌀국수 식당 등 아세안 음식을 파는 가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아세안 국가 출신 주민에 대한 인식이 점차 좋아지고 있는데, 한국인들이 아세안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이 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센터가 더욱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이혁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은···
△1958년 2월 8일 출생 △고려대학교 경제학 학사 △외무부 입부(1980년 1월) △주일본2등서기관(1986년 6월) △주폴란드1등서기관(1992년 6월) △주일본1등서기관(1994년 6월) △대통령비서실 파견(1997년 2월) △동북아 1과장(1999년 2월) △주중국참사관(2000년 6월) △장관보좌관(2003년 6월) △아시아태평양국장(2005년 6월)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연구원(2007년 1월) △외교안보연구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장(2008년 4월) △주일본공사(2009년 1월) △대통령실 외교비서관(2010년 8월) △기획조정실장(2012년 1월) △주필리핀대사(2012년 8월) △인천시 국제관계대사(2015년 5월) △주베트남대사(2016년 4월)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2018년 4월~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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