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장의 '충고' 두고 해석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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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9-10-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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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로에 섰다. 삼성 측은 형량 낮추기에, 검찰은 승계작업 입증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앞으로 두 차례의 기일을 더 열고 이르면 올해 안에 선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 이재용 부회장 "심려 끼쳐 죄송"

첫 공판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법원을 찾았다.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627일 만이다.

당시에는 구속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번에는 불구속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이 나타나자 법원에 있던 사람들은 '삼성을 일류 기업이라고 할 수 있냐', '이재용 부회장 힘내세요'를 외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을 마친 후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취재진들의 질문에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죄송하다"는 짧은 답변을 남기고 법정으로 향했다.

이날 재판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정준영 부장판사가 말하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거나 "네"라고 대답했다. 다만, 별도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날 재판은 향후 유·무죄, 양형 기일 등을 나눠 심리하기로 결정하며 35분 만에 끝났다. 공판이 끝난 이후 이 부회장은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 삼성 "집행유예에 총력"

이날 재판이 열린 것은 지난 8월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대한 삼성의 뇌물 공여 혐의를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한 데 따른다.

2심 재판부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용역대금 36억원만 뇌물로 봤지만, 대법원은 말 세 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까지 뇌물로 판단했다. 유죄로 뒤집힌 금액을 더하면 뇌물 공여액은 86억원대로 늘어난다. 

현행법상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징역 5년 이상의 형에 처해지게 된다. 원칙적으로 집행유예는 불가능하다. 다만 재판장의 재량에 따라 형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삼성에게 희망적이다.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

이날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대법원 판결에 대해 유무죄 판단을 달리 다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로 양형에 관해 변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의 집행유예 형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특검팀은 혐의 입증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이 사건의 핵심은 승계 작업"이라며 "이 사건과 관련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에서 확보한 증거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 재판장의 '이례적인 충고'...엇갈리는 해석

재판부는 재판 막바지에 이 부회장에게 '당당한 경영'을 당부했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공판을 마치기 전에 몇 가지 사항을 덧붙이고자 한다"며 "이번 재판 진행이나 재판 결과와는 무관함을 먼저 분명히 해둔다"라고 전제를 깔았다.

정 부장판사는 만 51세의 이건희 회장이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과감한 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사례를 들며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며 "심리 기간 중에도 당당하게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총수의 비리 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사내에 마련해달라는 것과 국내외 여건이 각종 도전으로 엄중한 상황에서 한국이 혁신 경제로 나아갈 수 있게 기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고등법원 [사진=연합뉴스]

재계는 정 부장판사의 발언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판사가 피고인에게 재판과 무관한 발언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재계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판장의 발언은 기업 총수가 재판을 받느라 발이 묶여 경영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판과 경영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한 것은 전통적으로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 "삼성이 이를 반영하면 양형에서 고려하겠다는 힌트를 준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음 재판은 두 차례 더 열린다. 다음달 22일, 12월 6일 각각 기일을 더 열고 양형과 관련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선고도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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