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개도국 지위 사실상 포기…농민 반발 거세진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홍성환 기자
입력 2019-10-24 14:4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개도국 지위 잃으면 쌀 관세율 513%→154%...농업보조금도 절반 '뚝'

  • 정부, 두 번째 민관합동 간담회..."공익형 직불제 조속 도입" 설득 나서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WTO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농업 분야에서 관세 등 다양한 혜택을 받아와 포기 이후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 도입 등 지원책을 마련해 농민 설득에 나섰다.

2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25일, 늦어도 이달 중으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 분야에서만 예외적으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WTO는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받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TO가 90일 안으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은 이들 국가에 개도국 대우를 하지 않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의 관계와 함께 우리나라의 국격을 봤을 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농업계가 걱정하는 것만큼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개도국 지위에 따라 농업 분야에서 높은 관세율을 유지해왔다. 한국은 2015년부터 매년 40만여t의 쌀을 의무 수입하는 대신 513%의 높은 관세율을 적용했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협상을 통해 쌀을 '민감 품목'으로 보호해도 관세율을 393%로 낮춰야 한다. 쌀을 '일반 품목'으로 풀면 관세율은 154%까지 떨어진다.

마늘 관세율은 360%에서 108~276%, 인삼은 754%에서 226~578%로 각각 떨어진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현재 1조4900억원까지 허용된 농업보조금 총액도 8195억원으로 축소된다. 쌀 가격이 내려갈 때 이를 보전해 주는 변동형 직불제 축소도 불가피하다.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관계자 등이 정부의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업계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농민의 길과 한국농축산연합회 등 32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면 미국은 당연히 미국산 농산물 추가 개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개도국 지위는 미국이 준 것이 아니라 WTO 협정에 따른 것이다. 현 시점에 한국이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것 또한 통상 관료들의 어처구니없는 인식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같은 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농업인 단체와의 두 번째 민·관합동 간담회에서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제시했다. 그는 "이 제도는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익형 직불금 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재정 여건을 보며 농업 경쟁력 제고에 중점을 두고 지속해서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정부는 내년도 농업예산 규모를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증가율(4.4%)로 확대한 15조3000억원을 편성했고, 지방 이양 예산까지 포함하면 증가율이 10%에 육박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