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유튜브] 지친 마음에 내리는 처방전, AS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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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수습기자
입력 2019-10-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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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 참가자 475명 중 98%가 ASMR로 심리적 안정 얻어

머리카락을 다듬는 가위질과 면도 크림으로 거품 내는 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귀를 간지럽힌다. 면도날이 피부에 닿진 않지만 까끌까끌한 턱수염을 잘라내는 소리에 괜스레 턱을 한 번 만지게 된다. 유명인이 나오지도, 자극적인 제목을 내세우지도 않은 이 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3000만회다. ASMR 이발을 전문으로 하는 한 유튜버의 영상이다. 이 같은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 감각 쾌락 반응) 영상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Miniyu ASMR 영상 캡처]

 
ASMR은 뇌를 자극하는 소리를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한다. 칼로 연필을 깎는 소리,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겨주는 소리 등 형태도 다양하다. ASMR이 처음 유행한 건 미국으로, 2010년 건강 정보 사이트 '스테이 헬스'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2015년부터 인기를 끌면서 소리를 활용한 신경안정제이자 일상 속 힐링으로 자리 잡았다. 2014년 영국 스완지대학 심리학과 연구에 따르면 ASMR을 본 적이 있는 18~54세 사이 남녀 4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8%가 심리적 안정을 얻었다고 답했다. 또 82%는 잠자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특히 스트레스 해소가 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70%다.

ASMR 채널 구독자 50만명을 보유한 유민정씨는 "구독자들로부터 영상이 위로가 됐다는 감사 메시지를 받는 경우가 있다"며 "우울증 치료를 몇 년째 받는 한 구독자가 따뜻한 감성을 콘셉트로 촬영한 제 영상을 보고 많이 호전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사진=경동제약 유튜브 광고]

 
이처럼 ASMR이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 주면서 다른 매체와의 결합도 늘어나고 있다. 가수 아이유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경동제약 '그날엔' CF는 조회 수가 400만회를 뛰어넘었다. 이전 모델인 송지효와 개리가 출현한 광고 유튜브 조회 수가 10만을 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아이유 광고에서 300명 이상의 공감을 얻은 "넘길 수 없는 광고"라는 댓글에서 알 수 있듯이 ASMR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일각에서는 ASMR이 성공한 데는 우리 사회가 피로하고 지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피로할수록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촉각과 청각 등 새로운 감각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커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피부관리숍에서 마사지를 받는 소리부터 잔잔한 이발소 소리까지. ASMR이 급속도로 인기를 끄는 이유가 혹 수많은 사람이 급격하게 지쳐가고 있다는 방증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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