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권 1800조 구조화예금 단속 나선 이유

배인선 기자입력 : 2019-10-22 15:26
중소은행 잠재적 리스크 사전 예방 中 통화정책 전달경로 '원활'하게 기업 자금조달 비용 낮추는 데 도움
최근 중국 당국이 1800조원에 달하는 은행권 구조화예금 단속에 나섰다. 이는 중소은행의 금융 리스크(위험)를 사전에 예방하는 한편,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구조화예금이란 일반예금에 투자상품을 결합해 기대 수익률을 높인 상품이다. 금리·주식·금·외화 등 가격 변동과 연계시켜 기존 일반 정기예금보다 잠재적으로 더 높은 이자를 제공해 중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최근 ‘상업은행 구조화예금업무 규제에 관한 통지’를 발표해 구조화예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구조화예금을 일반예금과 엄격히 구분해 사실상 재테크 투자상품(WMP)으로 분류하고, 파생투자상품 업무 라이선스를 가진 은행에 한해서만 관련 상품을 취급하도록 하며, 고객이 높은 수익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도록 하는 게 통지의 핵심이다. 시행까지 1년 유예기간도 줬다. 

이는 최근 일부 상업은행, 특히 중소은행에서 구조화예금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잠재적 리스크가 커진 만큼,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은보감회는 설명했다. 

구조화예금 수익률은 연동된 자산 투자 성적표에 따라 달라지는 게 보통이다. 원금을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고수익, 고위험' 원칙이 적용되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 은행들이 내놓은 구조화예금은 원금 보장은 물론, 아무리 투자 수익률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사실상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비정상적으로 설계됐다. 현재 중국 1년물 예금 기준금리가 1.5%인데, 구조화예금 금리는 평균 4%가 넘는다. 은행들이 떠안는 잠재적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은행권 구조화예금 현황. [그래픽=아주경제DB]


특히 중소은행들이 구조화예금 상품 판매에 적극적이었다. 최근 들어 중국 내 그림자금융(섀도뱅킹) 단속이 강화된 탓이다. 통제권 밖에 있는 그림자금융은 그동안 은행권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용됐다. 더 이상 그림자금융에 의존하지 못하게 된 중소은행들이 구조화예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금확보에 나선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중국 은행권 구조화예금은 10조8000억 위안(약 1800조원)에 달한다. 2016년 말과 비교해 2배나 늘었다. 특히 중소은행이 취급하는 게 7조 위안 정도로, 중소은행 전체 예금 중 구조화예금 비중이 8.2%에 달한다. 대형은행의 구조화예금 비중(4.3%)의 2배에 가깝다.

구조화예금 단속 강화로 중소은행이 직격탄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은행 재정건전성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자료=윈드사, 쑤닝연구원]


중국 통화정책 전달경로를 한층 더 원활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필요한 곳에 돈이 돌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중신증권은 "구조화예금 관리감독 강화가 기업 자금조달 비용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고수익률의 구조화예금 비중이 늘면서 이자비용이 커진 은행들은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추기 힘들었다. 인민은행이 기업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아무리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도 대출금리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다.

시중에 공급된 유동성이 실물경제가 아닌 구조화예금으로 흘러들어가기도 했다. 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내놓은 맞춤형 대출 지원책을 이용해 저리로 은행에서 빌린 돈을 구조화예금에 넣어 사실상 '돈놀이'를 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서 구조화예금이 인기를 끈 것은 은행권 예금금리 상한선이 제한된 상황에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예금 수요가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WSJ는 중국의 구조화예금 리스크를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은 금리 시장화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들의 예금 확보 경쟁이 예금금리를 높이면 자연스럽게 예금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문은 다만 중국의 금리 시장화 개혁은 사실상 요원한 일이라고 봤다. 중국 당국으로선 국유 좀비기업(한계기업)에 저리 대출을 대주는 임무를 맡은 국유 대형은행의 예대마진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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