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불완전판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몰라"…투자성향 분석은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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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강지수, 류선우, 신동근 기자
입력 2019-10-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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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판매 압력 거세지는 가운데 직원들도 엄청난 압박감"

  • 상품소개 대부분 간단한 설명에 그쳐…"용어 자체도 어렵다"

# 대구광역시 용산구에 거주하는 28살 김정운 씨는 지난 4월 우리은행 대구 용산지점에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상품에 가입했다. 부모님과 함께 자산관리를 하는 김씨는 은행에서 PB의 강력한 추천으로 상품에 들게됐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우리 가족 모두 소극적인 편이라 (해당 상품이) 투자라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김 씨는 해당 PB가 DLF를 예금이라고 소개했다고 밝혔다.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보장되는 상품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는 김 씨는 "위험이란 단어나 '원금손실'이라는 단어는 듣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직원들이 항상 모니터링하고 있고 (문제가 생기면) 사전에 연락을 준다고 했지만, 결국 금리가 완전히 박살 날 때까지 아무런 말도 못 들었다"면서 "상품을 가입한 지 4개월 지나서 PB가 울면서 전화해 마이너스 60%의 손해를 봤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우리는 손해 소식을 듣고 며칠 내로 해약해서 마이너스 73% 손해를 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은행에서 해당 상품에 가입할 때 금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투자성향 분석도 없었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김 씨는 "원금손실 이거 알았으면 가입할 사람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


◇반복되는 불완전판매···"최고 연 3% 수익률 불과한 상품도 20%"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DLF가 대규모 손실을 빚은 가운데, 투자자들이 원금 대부분을 잃었다. 이번 사태는 이전부터 문제가 됐던 '불완전 금융 판매'가 반복된 것으로 근본적인 해법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해 지난달 26일 현재 두 은행이 판매한 DLF는 총 3,535건, 7626억 원어치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상품의 최고수익을 살펴보면 연 3% 이상∼4% 미만인 상품의 판매는 574건(16.2%), 1485억 원(19.5%)이다. 

연 4% 이상∼5% 미만 상품은 2,575건(72.8%), 5287억 원(69.3%) 판매됐다. 최고수익 연 3∼4%대 상품을 합하면 3,149건(89.1%), 6772억 원(89.8%)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고수익 5% 이상∼6% 미만 상품은 380건(10.8%), 816억 원(10.7%)이었다. 6% 이상 상품은 6건(0.2%), 38억 원(0.5%) 판매되는 데 그쳤다.

은행별로 하나은행은 최고수익 3%대 상품 340건을 판매했다. 금액으로는 전체의 20.7%인 826억 원에 이른다.

우리은행은 3%대 상품 234건, 659억 원(18.1%) 어치를 판매했다. 김병욱 의원은 "리스크는 고객이 모두 지고 수익률은 연 3%대밖에 되지 않는데 금융사들은 DLF 설계·판매·관리 명목으로 리스크 없이 6개월에 최대 4.93%의 수수료를 챙겼다"며 "구조적으로 투자자에게 불리한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

김 의원은 "이로 인해 초고위험 상품이란 점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피해가 커진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DLF 사태는 전형적인 불완전판매로 인해 빚어진 사고인 셈이다.

불완전판매는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2013년 동양그룹이 동양증권 통해서 개인투자자 4만 명에게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불완전 판매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건으로 피해액은 무려 1조7000억 원에 달했다. 당시 동양증권 직원 2명이 자살하기도 했다.

파생상품인 키코(KIKO) 피해 기업 모임인 키코 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 (이하 키코 공대위) 공동위원장 이대순 변호사는 "고객에게 불완전판매를 하는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하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 "PB센터 담당자는 대부분 과장 이상이지만, 실무교육도 안 한다. 20시간 교육해서 전문가가 된다는 게 가능한가"라면서 "파는 사람도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자세히 모르는 상품들이었다"리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은행이 이자수익 하락하며 비은행 부문 강화하라는 상부 압박이 있는 상태지만, 누구도 선을 지킬 사람이 없었다"면서 "최근 은행 PB센터가 확산하면서 이런 상품 우후죽순으로 팔린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대부분 여전히 '판매'에 급급···"투자성향 분석 거의 없어"

그렇다면 최근 금융기관들은 불완전판매 관련 논란 이후 제대로 된 절차에 따라 고객들에게 상품을 판매하고 있을까? 아주경제 기획취재팀은 은행지점과 증권사 지점을 찾아 상품 가입을 직접 해보았다.

시중 대형은행들은 대부분 자세한 투자성향 분석 없이 간단한 설명만으로 상품을 추천했다. 지점 7곳 중 투자를 원한다고 했을 때 투자성향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 곳은 1곳에 불과했다.

시내 한 대형은행에서는 예·적금이 아닌 투자상품 찾고 있다고 하자 아무런 서류 없이 직원이 "1단계(공격투자형)부터 6단계(안정형)까지 본인이 어떤 성향인 것 같냐"고 간단하게 질문을 던진 후 바로 상품을 추천했다.

6단계는 원금 보전을 원하는 투자자로 예·적금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으며, 1단계는 주식형으로 변동성이 크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주가연계형증권인 ELS에 대해서는 중 위험성이라고 했지만, 90% 정도가 6개월 조기 상환했기 때문에 충분히 안전하게 들 수 있는 상품이라고 권유했다. 투자성향을 분석하지 않은 은행에서는 구두로만 상품 설명을 할 뿐 15분에 걸친 상담 뒤에도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된다는 이유를 들어 상품설명서를 따로 제공해주지는 않았다.

또 다른 시내은행 지점에서는 투자상품 중 하나인 ELS에 관심을 가지자 직원이 바로 가입을 권유했다. 직원은 손실 가능성이 0.37%밖에 안 된다고 설명하면서, 수익률은 5% 정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식형 투자상품보다는 안전하다는 설명이었다. 당장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추가적인 설명이나 투자성향에 대한 분석도 없이 바로 현재 계좌에 있는 돈을 입금하려고 했다.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일단 상품에 가입을 시키려고 한 것이다. 수수료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었다. 담당자는 "곧 전화가 올테니 수수료나 기타 관련 사항 들었다고 하시면 돼요"라는 식으로 판매를 마무리지었다. 

투자자성향 분석지를 제공한 은행도 있었지만, 7곳 중 1곳에 불과했다. 약 40분에 걸친 분석지에서는 투자경험 유무, 금융지식, 투자성향 등의 질문이 들어있었다. 원칙을 지킨 은행 지점은 투자자정보 분석 결과표와 함께 약 5장짜리 펀드 정보 모두 제공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대형 증권사 2중 한 곳은 투자설명서를 주고 성향을 파악했지만, 다른 한 곳은 구두로 간단한 설명에 그쳤다. 직접 PB가 와서 설명한 곳이 있기는 했지만, 상품의 구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대부분 상품 설명을 간단하게 해주고, 주가연계형은 위험 ELS에 대해서는 중위험 등이라는 설명만 곁들일 뿐이었다.

시중증권사 지점PB인 임 아무개(32) 씨는 "처음 온 고객이다 싶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투자성향을) 확인하는 게 원칙이다"라면서도 "좀 아는 것 같은 고객에게는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곡개의 의사를 묻지 않고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투자성향분석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임 씨는 "투자설명서를 확실하게 체크하고 설명하면 최소 30분은 걸리는 것 같다"면서 "오래 걸리면 40분 이상 걸리기도 하고 노인 분들 오면 설명에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또 "전화를 해서 본인 확인부터 내용을 이해했는지 여부를 녹취를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하게 이해했는지 확신은 할 수 없다"면서 "이해했냐고 묻고 대답하는 거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투자설명서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으면 고객도 직원도 좋을 텐데 뭔가 쓸데없이 어렵고 길게 쓰여있어서 설명하기도 힘들고 고객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 씨는 "요즘에는 회사 쪽에서 안전장치를 매우 많이 해놔서 결국 뭐 잘못 팔면 다 직원 잘못이라고 한다. 요즘 영업하기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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