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대사 유묵 전시 개막식에 조계종 총무원장·주한일대사 등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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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입력 2019-10-1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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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부터 내달 17일 국립중앙박물관서 전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 특별 공개전' 언론공개회에서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조계종총무원장 원행 스님, 나가미네 대사, 모치즈키 고사이 고쇼지 주지. [연합뉴스 ]

사명대사 유묵 전시 개막식에 조계종 총무원장, 주한일대사 등이 참석해 관심을 끌었다.

1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 전시 개막식에는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 등이 참석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교토 고쇼지 사명대사 유묵 특별 공개’는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은 시기에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백성을 구하고 조선과 일본 양국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진정한 깨달음을 추구한 사명대사의 뜻을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의 계기를 마련해 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은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이후 8개월간 일본에서 보내면서 내린 친필 등 유묵 6점이 처음 우리나라에 공개되는 기쁜 날이다"라며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 한일관계는 선린관계였지만 현재 갈등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번 전시를 계기로 양국 불교가 반목과 갈등, 대립을 뒤로 하고 소통과 평화의 메신저가 될 것이다. 사명대사는 전쟁의 시대에서 문화의 시대를 연 주인공으로 지금의 한일관계에 이같은 정신이 더 없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는 "사명대사의 흔적을 거슬러 가면 일본과 한국의 선인들이 양국간의 어려운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결집해 잘 헤쳐나온 점을 상기할 수 있어 이번 전시가 이같은 기회가 돼 의의가 깉다"며 "최근 한일 관계가 이런 선인들의 지혜와 노력을 항상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된다는 점을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주요 인사들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한일관계가 좋지 않은 가운데 양국의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사명대사의 뜻에 공감하고 이번 전시가 양국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기원하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방송국이 사명대사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사명대사 재례를 지내는 사찰인 밀양 표충사가 일본 교소지에서 유묵을 확인하고 국내에 흔하지 않아 복제 요청을 했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를 복제만 할 것이 아니라 전시를 추진하자고 제안해 이번 전시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일본 역사민속박물관과의 협력으로 한일 해양 민속문화를 비교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나가미네 주한일본대사는 이 전시 개막식에도 참석했었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BTN불교TV의 공동 기획으로 이뤄져 15일부터 내달 17일까지 상설전시실 1층 중근세관 조선1실에서 특별 공개한다.

이번에 공개되는 유묵은 사명대사로 잘 알려진 사명 유정(1544~1610)이 임진왜란 후 강화와 포로 송환 협상을 위해 일본에 갔을 때(1604~1605) 교토에 머물며 남긴 것이다. 사명대사는 당시 일본에 8개월간 머물렀다. 이 전시는 전후 조선과 일본의 평화를 이끌어 백성을 구하는 동시에 구도자라는 승려의 본분을 잊지 않은 사명대사의 뜻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명대사 진영’(동국대박물관 소장)과 고쇼지에 소장된 ‘사명대사 관련 유묵’ 6점 등 총 7건 7점을 선보인다. 그 중 5점은 사명대사의 유묵으로 한시 2점(‘최치원의 시구’, ‘벽란도의 시운을 빌려 지은 시’)과 ‘대혜선사의 글씨를 보고 쓴 글’, ‘승려 엔니에게 지어 준 도호’, ‘승려 엔니에게 준 편지’다.

‘벽란도의 시운을 빌려 지은 시’는 임진왜란부터 10여 년 간 사명대사의 감회가 담긴 시로, 일본에서의 사명을 잘 마무리한 뒤 속세를 정리하고 선승의 본분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명대사의 의지가 드러난다.

‘대혜선사의 글씨를 보고 쓴 글’은 사명대사가 스승 서산대사가 남긴 뜻에 따라 백성을 도탄에서 구하기 위해 일본에 왔음을 밝혔다.

고쇼지를 창건한 승려 엔니 료젠(1559~1619)이 쓴 ‘자순불법록’과 ‘승려 엔니에게 지어 준 도호’, ‘승려 엔니에게 준 편지’는 사명대사가 교토에서 일본 승려들과 교류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자순불법록’은 엔니가 선종의 기본 개념과 임제종의 가르침에 대한 이해를 10문 10답으로 정리해 사명대사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쓴 글로 엔니는 만 리 길을 가지 않고 이곳에 앉아 자신이 속한 임제종의 법맥을 이은 사명대사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게 됐다며 기쁨과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사명대사는 쓰시마의 외교승이기도 한 난젠지 장로 센소 겐소(1537~1611)를 통해 엔니에게 도호를 지어줄 것을 부탁받았다. 사명대사는 엔니의 자를 허응, 호를 무염으로 짓고 ‘허응虛應’이라는 두 글자를 크게 써 주었다.

사명대사는 별도로 쓴 편지에 도호에는 관세음보살이 중생의 소리를 두루 듣고 살핀다는 뜻이니 마음에 잘 간직하라고 당부하고 정진 수행하는 것과 어지러운 세상에서 중생을 구하는 것이 모두 중요하다는 뜻의 시를 덧붙였다.

사명대사는 임진왜란(1592~1598) 때 의승군을 이끈 승병장이기도 했지만, 전란 중에도 전란 후에도 조선과 일본 양국의 평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외교승이기도 했다. 결국 사명대사는 1605년 교토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담판을 지어 강화를 맺고 조선인 포로 3000여명을 데리고 함께 귀국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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