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우리 경제, 문제는 잠재성장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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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19-10-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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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사진=동반성장위원회 제공]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렵다. 경기는 나쁘고 일자리도 잘 늘어나지 않아 답답하다. 설상가상으로 미·중 무역 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외 여건도 만만치 않다. 전문 기관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자꾸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외 여건이나 경기 문제 등으로 인해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에 대해 지나치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실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잠재성장률은 우리 경제가 가진 역량을 모두 투입해 달성할 수 있는 생산량의 증가율이다. 노동량 증가율, 자본량 증가율과 생산성 향상의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우선 노동량 변화의 추이와 그 원인부터 살펴보자. 경제활동 인구의 기반인 생산가능 인구가 증가는커녕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매년 30만명 이상씩 감소할 전망이다. 합계출산율 1명 미만이라는 사상 초유의 저출산 때문이다. 저출산 현상은 젊은이들이 장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채 자포자기하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취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장래를 계획해야 하는 현실에서 저출산 문제의 본질은 대·중소기업 간의 지나친 임금격차일 수밖에 없다.

다음은 자본량 증가율의 둔화다. 이는 곧 투자가 부진하다는 말이다. 재계에서는 투자부진의 이유로 경직적인 규제정책을 가장 먼저 꼽는다. 물론 투자촉진을 위해서 규제의 합리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본질은 아니다. 30대 대기업이 950조원이 넘는 유보금을 쌓아둔 채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투자를 통한 이윤 창출의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생태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개방형 혁신의 방향이 투자의 주체인 개별 기업에게는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는 생산성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자본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투자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 쪽에서도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교육·훈련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그것이다. 성과가 나타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긴 호흡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정책 분야다. 중·단기적으로는 일하는 방식의 개선 등 일터혁신을 통한 동기유발 체제의 확립도 같이 시도되어야 한다.

다시 돌아가 보자. 저출산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문제의 본질인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야 비로소 중소기업의 임금 지불능력이 제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관련 대기업들이 중소 협력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지원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다. 기업생태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다. 세계시장의 경쟁이 이미 개별 기업 간 경쟁에서 기업생태계 간 경쟁으로 바뀌었다고 하지 않는가!

다음으로 투자부진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문제의 본질인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도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경쟁력을 갖춘 혁신 파트너가 있어야 기업생태계 차원의 개방형 혁신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혁신의 방향이 가시권 안에 들어와야 불확실성이 제거될 것 아닌가.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직적 전속 거래의 비중이 아직도 너무 높다. 지시하고 수행하는 종속적 관계가 극복되지 못하고는 기업생태계 차원의 혁신이 이루어질 수 없다. 종속적 관계를 탈피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 또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부족이다.

결국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관건이다. 이를 위한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 즉 동반성장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하락을 멈추고 적정 수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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