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재개되는 미·중 무역협상…또다시 '노딜' 조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9-10-08 15:1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美 '빅딜' VS 中 '스몰딜' 이견 커

  • 트럼프 탄핵위기, 中 버티기 모드

  • 홍콩사태·무역협상 연계, 中 압박

지난 7월 말 상하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 앞서 양측 대표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미·중 간 고위급 무역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재개되지만 협상 시작 전부터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빅딜(포괄적 합의)'을 원하는 미국과 '스몰딜(부분적 합의)'을 노리는 중국의 입장 차가 커보이는 탓이다.

추가 협상을 약속하는 정도로 헤어지거나 아예 협상이 결렬되는 '노딜'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협상 테이블 앉지만…낮아지는 기대감

8일 중국 상무부는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의 방미 일정을 공식 확인했다.

상무부는 "미국의 요청으로 류 부총리가 대표단을 이끌고 워싱턴을 방문한다"며 "오는 10~11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고위급 무역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급으로는 중산(鐘山) 상무부 부장과 이강(易綱) 인민은행장, 닝지저(寧吉喆)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등이 참여한다.

고위급 협상에 앞서 실무협상이 시작됐다.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랴오민(廖岷)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 겸 재정부 부부장이 각각 이끄는 양측 실무급 대표단이 협상 의제와 내용 등을 조율 중이다.

하지만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구매를 확대하는 대신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매기고 있는 관세를 일부 철회하는 수준의 '스몰딜'을 제안하고 있다.

당장 포괄적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만큼 양국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수준의 봉합을 원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가 선호하는 것은 이번 가을까지 '빅딜'을 이루는 것"이라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백악관은 강제적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서비스 산업, 비관세 장벽, 농업 등을 고위급 협상의 의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사실상 미·중 간 경제·무역 관계 전반을 아우르겠다는 것으로, 그동안 성과 없이 결렬됐던 협상들의 재판(再版)이다.

중국은 산업통상 정책을 협상 의제에서 배제하고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국내법 개정도 거부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수뇌부는 지난 5월(워싱턴)과 7월(상하이)의 고위급 협상을 거치는 동안 미국의 뜻대로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굳힌 것 같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도 중국의 판단과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의혹을 조사하라고 우크라이나 측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 때문에 탄핵 위기에 몰려 있다.

어떻게든 정치적 호재를 만들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협상 패턴과는 거리가 멀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을 이용해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 하는 것 같다"면서도 "협상 결렬과 관세 부과 재개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美, 홍콩·대만·위구르 전방위 압박

협상이 중국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징후들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미국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이슈들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미·일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홍콩 시위 사태와 관련해 "중국이 인도적 해법을 찾기를 희망한다"며 "중국 당국이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강압적 수단을 쓴다면 미·중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시 주석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홍콩 시위 사태를 무역협상과 연계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같은 날 미국 국무부는 대만 외교부와 함께 타이베이에서 대만 수교국의 관리들을 초청해 정책 대화를 나누는 행사를 개최했다.

중국이 외교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의도적 견제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기관·기업 28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폐쇄회로(CC)TV 제조 업체인 하이크비전 등이 포함됐다.

이 역시 중국이 내정 간섭으로 여길 만한 사안이다. 워싱턴 협상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읽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