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 엄습한 글로벌 금융시장...'검은 10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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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10-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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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다우지수 이틀 새 840포인트 추락..."금융위기 이후 최악"

  • 제조업·고용지표 악화...美·EU 무역전쟁, 브렉시트 불확실성도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경제지표 부진 행진에 미국 뉴욕증시 주요지수는 4분기 시작 이틀째인 2일(현지시간)에도 전날에 이어 1%대의 급락세를 이어갔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피해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면서 국채, 엔화, 금값이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494.42포인트(1.86%) 떨어진 26078.62를 기록했다. 전날부터 이틀 동안 840포인트 밀려났다. 4분기(10~12월) 첫 이틀 거래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낙폭이라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S&P500지수는 1.79%, 나스닥지수는 1.56% 떨어졌다.

S&P500의 경우 11개 업종이 이틀째 일제히 하락했다. 모든 업종이 이틀 연속 내린 것은 경기침체 공포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처음이다. 다우지수는 30개 종목 중 29개 종목이 미끄러졌다.

뉴욕증시의 충격은 3일 아시아 증시도 뒤흔들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225지수가 2.01% 추락했고, 대만 가권지수는 0.66% 내렸다. 중국 증시는 국경절 연휴로 휴장했다.

올해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미·중 무역전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기업순익 둔화 속에서도 꿋꿋하게 미국의 경제성장에 베팅했지만, 잇단 경제지표 부진에 10월 들어 부쩍 경계감을 높이고 있는 분위기다.

역사적으로도 뉴욕증시는 10월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세계 경제를 뒤흔든 1929년 '검은 목요일'과 '검은 화요일', 1987년 '검은 월요일' 같은 뉴욕증시 대폭락 사태도 10월에 일어났다.

◆제조업 침체에 고용지표 부진까지…'R의 공포' 확산

이른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를 촉발한 건 하루 전 발표된 제조업 지표였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9월 47.8을 기록,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6월 이후 최저로 추락했다. 지수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그 아래면 경기 위축을 가리킨다. 8월(49.1)부터 시작된 제조업 경기 위축세가 심화하고 있다는 신호에 투자와 고용 등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2일 발표된 민간 고용지표는 R의 공포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 발표된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9월 민간부문 고용증가는 13만5000명에 머물렀다. 8월 수치도 종전 19만5000명에서 15만7000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고용에 점점 더 신중해지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특히 고용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매든 CMC마켓 애널리스트는 "침체 공포가 시장을 집어삼키면서 증시 하락이 공고해졌다"며 "ISM 제조업 지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고용지표 둔화가 겹치면서 미국의 성장 둔화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도망쳤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수익률)가 1.6% 아래로 떨어졌다. 엔화에 매수가 몰리면서 엔·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07엔 아래로 무너졌다. 금값은 1.3% 뛰면서 온스당 1500달러 선을 회복했다.

◆美·EU 무역전쟁 '전운'...브렉시트 불확실성도 악재

미국발 무역전쟁의 확전 조짐도 시장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일 에어버스에 대한 유럽연합(EU)의 불법 보조금 책임을 물어 미국이 연간 75억 달러(약 9조원) 규모의 EU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역대 WTO 무역분쟁 가운데 최대 규모의 보복관세 승인이다. 이로써 미국의 무역전쟁 전선이 중국에서 유럽으로 확대될 공산이 커졌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EU에 사실상 브렉시트 최종안을 제안했는데, EU는 물론 영국 야당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라 시한인 오는 31일 브렉시트가 순조롭게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제조업 침체 연준 탓"...추가 금리인하 촉각

고용 둔화가 가속하고 제조업 부진이 서비스업 등 다른 영역까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올 경우 R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연준을 향한 추가 금리인하 압력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제조업 침체의 책임을 연준에 돌렸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내가 예상한 대로 제이 파월(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연준이 모든 다른 통화에 대해 달러가 너무 강해지도록 하면서 우리 제조업체들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준금리는 너무 높다"며 금리인하를 압박하기도 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2일 현재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이달 29~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77.5%로 반영하고 있다. 하루 전보다 15%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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