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심해기술 꽃 유인잠수정, 5~6년 안에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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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기자
입력 2019-09-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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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웅서 KIOST 원장, 심해 5000m 직접 탐험한 과학자

  • "전 세계 바다가 실험실…글로벌 해양연구기관 자리 잡아"

"심해 유인잠수정은 첨단 과학기술의 집결체입니다. 7000m급 심해 유인잠수정을 개발한다면 전 세계 99% 이상의 해역을 대상으로 과학연구와 자원조사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은 직접 수심 5000m가 넘는 곳을 다녀온 연구자다. 2004년 프랑스 유인잠수정을 타고 탐험에 성공했다. 현재 국내에서 1000m 이상 심해를 탐험한 과학자는 10명이 되지 않는다. 김 원장은 "내가 탔던 심해유인잠수정 내부 공간은 직경 2.1m 공 형태로 좁은 공간에 3명이 10시간가량 갇혀 있어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심해는 냉장고 속보다 더 추워 잠수정 안에서 옷을 껴입어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해양연구 한길을 걸어온 김 원장은 쥘 베른의 '해저 2만리'에 심취해 바다에 인생을 걸었다. 그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다가 바다생물의 신비에 빠져 해양학을 공부하게 됐고, 이후 미국에서 해양생태학을 공부하며 지금까지 바다와 인연을 맺고 있다"며 "대양 탐사에 주로 참여했고, 해양 실크로드 탐험대장을 맡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저 광물자원 개발 한국이 선도··· 바다 위 연구소 '이사부호'

KIOST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합 해양연구기관이다. 1973년 10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해양개발연구소로 시작해 2012년 7월 1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KIOST는 남극과 북극에 과학기지를 운영하는 극지연구소와 해양플랜트, 조선 분야의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를 부설기관으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 곳곳에 분원과 해양과학기지는 물론, 세계 곳곳에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 47년간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끌어 왔고, 지금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영향력 있는 해양연구기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자부했다. KIOST는 해양환경 변화에 따른 생태계 반응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연구나 항만·해양구조물에 대한 기술 개발에 토대를 제공한다. 해양자원을 탐사하고 광물자원 개발역량을 확보하는 것도 KIOST의 역할이다.

현재 KIOST는 우리나라 3대 해양과학기지인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신안 가거초 해양과학기지, 옹진 소청초 해양과학기지를 운영 중이다. 이들 해양과학기지는 종합 해양기상관측소로, 해양과 대기의 자료를 관측·분석해 제공한다. 태풍과 황사, 미세먼지 등의 이동과 분포까지 파악할 수 있다.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 연구도 미래 자원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 분야는 선진국의 기술 수준을 넘어 우리나라가 선도하는 분야 중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는 태평양 공해상 망간단괴 독점탐사광구, 인도양 공해상 해저 열수광상 독점탐사광구, 통가 배타적경제수역(EEZ) 해저 열수광상 독점탐사광구, 피지 EEZ 해저 열수광상 독점탐사광구, 서태평양 공해상 망간각 독점탐사광구 등 총 11만5000㎢의 해양 경제 활동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는 중국·러시아에 이어 국제사회에서 셋째로 공해상 심해저에서 3개 광종(망간단괴, 해저 열수광상, 망간각)에 대한 독점탐사광구를 모두 확보한 나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KIOST가 운영하는 연구선도 주목할 만하다. KIOST는 현재 5척의 연구선을 운영 중인데, 그 가운데 5900t급 대형과학조사선 '이사부호'는 '바다를 떠다니는 연구소'라고 불린다. 전 세계 대양에서 1년 내내 탐사를 수행하고, 최신 항해 설비와 탐사 장비는 물론 다양한 실험장비를 탑재하고 있어 연구원들이 승선해 배 위에서 직접 분석과 연구를 할 수 있다.

김 원장은 "이사부호를 통해 전 세계 바다를 실험실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지난해 이사부호를 이용해 인도양 공해에서 수행한 탐사 연구에서 일본·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넷째로 새로운 심해 열수분출공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에는 서태평양 해산 탐사 과정에서 수중화산을 발견했고, 'KIOST화산'으로 국제 공식지명에 올랐다.

KIOST가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수중 건설로봇'도 앞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해양플랜트나 해상풍력 등 해양구조물이 늘어나면서 깊은 수심에서 원경(遠景)으로 작업할 수 있는 수중 로봇을 개발했다. 이미 지난 2017년 실해역 테스트를 완료했고, 국내 연근해 항만 건설과 가스탐사, 해저케이블 매설과 유지보수 등에 적용될 수 있다. 또 해저케이블, 파이프라인 매설 및 유지보수 시장, 석유 및 가스 채취를 위한 해양 구조물 시장, 이산화탄소 이송 및 저장 시장 등 해외 진출 기회도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 선진국 따라잡는 한국··· 무섭게 추격하는 중국

해양수산기술 수준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가별 해양수산과학기술 수준은 2016년 기준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유럽연합(EU) 97.8, 일본 95.1, 한국 80.6, 중국 75.5 순이다. 우리나라와 세계 최고기술국과의 기술격차는 5.3년으로 2010년에 비해서는 1.3년이 줄었다. 한국은 꾸준히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무서운 것은 중국이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에서 일본은 심해 6500m까지 잠수해 심해환경을 연구할 수 있는 유인 심해잠수정 '신카이 6500'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후 중국은 2017년 중국은 심해 탐사 유인잠수정인 자오룽호로 6700m 깊이까지 잠수하며 세계기록을 세웠다. 일본은 자존심을 구겼고, 미국도 중국을 경계하다가 부러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우주굴기와 대양굴기 정책의 결과다. 투자 과학기술은 국가의 자존심 싸움과도 같다.

유인잠수정은 과학기술의 집결체다. 엄청난 수압을 견디면서도 전자기기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설계해야 하고, 사람이 직접 승선하기에 생명 장치와 안전장치에 관한 최첨단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983년부터 1986년까지 3인이 탑승하는 유인잠수정 '해양250'을 개발하기도 했다. '해양250'은 1986년 12월부터 우리나라 연근해 수중연구조사, 시료 채취, 침몰 선박의 수중촬영 등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1996년 12월 퇴역했다. 이후 심해유인잠수정은 아직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6000m급 심해유인잠수정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이다.

김 원장은 "해양선진국들은 심해연구 인프라를 통해 심해자원 확보를 위한 패권 경쟁에 국운을 걸고 있다"며 "심해유인잠수정 개발은 우리나라도 기술력을 축적했기에 정책적으로 건조 결정만 되면 5~6년 이내에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심해나 극지 개발은 과학기술에 산업적 역량도 뒷받침돼야 한다. 국민의 지지도 있어야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다. 김 원장은 "국가 연구개발(R&D)에서 해양수산분야 R&D가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해보면 우리나라는 약 3.1%지만, 중국은 약 5.4%로 해양수산 분야에 투자를 과감히 하고 있다"며 "인력양성 측면에서도 우리나라는 학령인구 감소로 해양수산 관련 대학의 학과가 점차 사라지지만, 중국은 무서울 정도로 해양수산 관련 국제전문가, 과학자들을 양성하는 중"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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