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100일][르포] 33년된 암사정수센터…"낡은 시설로 기피부서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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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최지현 기자
입력 2019-09-2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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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1만명 먹는 물 책임지지만 설비 노후화 심각해

  • "예산 부족에 긴급 공사만 겨우…1년 내내 공사장"

  • "노후시설로 노동강도 높아지면서 근무하기 꺼려"

 

인천에서 시작된 붉은 수돗물 사태가 터진 지 어느덧 4개월이 넘어섰다. 본지 기획취재팀은 그동안 5회에 걸친 기획 기사들을 통해 수돗물 공급과정의 문제점을 짚어 보았다. 그렇다면 수돗물 생산의 시작점인 정수시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기획취재팀은 지난 18일 서울시 최대 정수시설인 '암사아리수정수센터(이하 암사센터)'를 직접 찾았다. 암사센터는 서울시를 대표하는 정수시설이다. 서울시민 351만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며, 1일 최대 160만t을 생산한다. 평소 하루 생산량도 120만~130만t에 달한다. 그러나 거대한 규모를 걷어내고 들여다본 암사센터의 모습은 예상보다 훨씬 낡고 피로해 보였다.

◆당장 사고 막기 바빠··· 1년 내내 공사장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암사센터는 1986년에 준공됐다. 30년 이상 서울 시민들의 먹는 물을 책임져 왔다. 18일 기획취재팀이 찾은 암사센터는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암사센터에서 공사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고 하은경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정수 과장은 설명했다.

하 과장은 "암사센터는 사실상 전면설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규모 예산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단 급한 곳들만 손을 보는 중"라면서 "대체할 시설이 없는 것도 전면 설비를 힘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돌아가면서 고장 나기 직전의 시설과 기계들을 급하게 정비하다 보니, 공사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하 과장은 "센터는 사실상 1년 내내 공사 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암사센터에서 가장 오래된 시설물은 1986년 시설 준공과 함께 들어선 ‘약품처리실’이다. 겉으로 봐도 낡아 보이는 건물 안에는 약품주입기와 전기제어기 두 종류의 기계설비가 설치돼 있다. 1991년에 도입됐던 약품주입기는 올해 초 교체했다. 그러나 1990년대 오락실 게임기를 연상시킬 만큼 낡은 모습에 군데군데 덜컹거리는 타일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전기제어기는 아직 교체 전이다.

하 과장은 “약품주입기를 교체하기는 했지만, 주입기 시설과 연결된 전기제어 설비는 여전히 낡아 작업할 때마다 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수과정 대부분이 그렇지만, 특수약품이 들어가는 약품처리 과정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가장 큰 곳이다. 그 때문에 직원들은 시설 정비 때마다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전경. [사진=최지현 기자]



◆"내구연한 11년짜리 25년째 사용"··· "비용 새 나가고 인력 피로도는 높아져"

한강의 수질과 직결되는 '배출수 처리시설' 역시 가동된 지 25년이 넘었다. ‘배출수 처리’란 정수과정에서 나오는 이물질 덩어리(슬러지)를 다시 수분과 이물질로 분리하는 작업이다. 분리 뒤 이물질은 폐기물 처리하고 수분은 관련 수질 기준에 맞춰 정화한 뒤 한강으로 다시 배출한다.

결국 정수 과정을 마무리하는 배출수 처리가 잘돼야 상수원인 한강의 수질도 높아진다. 그러나 배출수 처리는 정수 과정보다 주목을 덜 받는 과정이고, 시설 교체도 늦다.

이규현 서울특별시 상수도사업본부 생산부 주무관은 “암사센터 슬러지 압축기들은 현재 25년째 사용 중인데, 정부의 시설 내구연한인 11년을 훌쩍 넘어섰다"면서 "내구연한이 넘은 기계들은 정비를 잘하더라도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주무관은 “최근 노후관 교체 소식이 반갑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설비들의 교체가 더 늦어질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설비 성능의 저하는 결국 비용과 인력의 문제도 불러온다. 압축기 성능이 떨어지면 폐기물의 무게가 늘면서 폐기 비용도 덩달아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필요 인력도 늘어난다. 김응균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정수시설과 주무관은 “다른 곳은 배출수 처리시설에서 2~3명이 근무하지만 여기는 10명이 근무한다. 시설 효율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낡은 시설로 인한 높은 노동강도는 암사센터를 기피 부서로 만들고 있다. 하은경 과장은 “사람이 많아도 교대 시간이 빡빡하고 기계로 해결될 일도 몸으로 때워야 해 업무강도가 높다. 그 때문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암사센터는 우리 상수도사업본부에서도 기피부서 1순위다. 시에서도 이를 파악하고 격무부서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이규현 주무관은 “정수센터 한 곳에 가중된 부담을 줄이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 그래야 시설 전반을 정비할 여유도 생기고 업무 강도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예산과 시간이 들지만, '취수원 이중화'와 같은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이 주무관은 설명했다.

 

'암사아리수정수센터' 내 '약품처리실' 모습. [사진=최지현 기자]

 

'암사아리수정수센터' 내 '배출수 처리시설' 모습.[사진=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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