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칼럼] 인구 대책, 일본이 아니라 프랑스를 벤치마킹 하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입력 2019-09-23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를 거쳐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반도’를 향해 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4년 합계출산율 1.19명을 전제로 예측한 바에 따르면 2750년이면 대한민국에는 아무도 살지 않게 된다. 2019년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총인구 감소 시점은 2016년 추계치보다 3년 빨라진 2028년으로 전망되었고, 생산연령인구도 2018년을 정점으로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06년부터 153조원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지만 출산율이 0.98명으로 하락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대부분 출산장려금 같은 일회성 대책에 머물러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오래전부터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인구구조 대응방안’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출산율 하락을 막아보겠다는 정책적 의지마저 찾기 어렵다. 범정부 ‘인구정책TF’가 논의하고 있는 4개 분야의 대응방안 중 ‘절대인구 감소충격 완화’는 출산율 하락을 저지하거나 반전시키려는 의지가 결여된 패배주의적 목표이다. 이번에 발표된 인구정책은 ‘생산연령 인구 확충방안’이었는데 이마저도 부실하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제외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계속고용지원금’을 지렛대로 사실상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려는 방침을 2022년부터 논의하겠다는 예고였다. 고용 연장이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이 대책은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사실상 일본을 벤치마킹하여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은 청년일자리대책과 상충할 우려가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7.2%이고 체감실업률은 25%인 데 반해, 일본은 청년층이 거의 완전고용상태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고용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위협하여 세대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일본은 이미 2016년에 31명 이상 기업에서 희망자 모두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이 74.1%, 70세 이상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이 21.2%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고령자 고용률은 2016년 기준 66.1%로 OECD 평균 58.4%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상승세에 있다. 양적으로만 본다면 한국에서도 고용연장이 기업에 의해 이미 실행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OECD에서도 임시직 비율이 가장 높아 떨어지고 있고 임금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나아가 현재 평균 은퇴연령이 49.1세인 상황에서 65세 정년 연장이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정년 연장보다 40, 50대 재교육이 보다 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인력의 지역 간 이동은 활발하지만 직종 간 이동은 활발하지 않은 한국 현실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이다. 재취업 일자리는 숙련도가 떨어지고 임금도 낮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산인구를 확충하기 위해 해외 ‘우수인력’을 유치한다는 발상은 더욱 가관이다. ‘우수인력’을 유치하려면 ‘좋은 일자리’여야 할 터인데 이 ‘우수인력’이 왜 굳이 외국인이어야 하는지 설명이 없다. 자신의 ‘우수인력’은 일본, 미국 등에 빼앗기면서 해외 ‘우수인력’을 유치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다.

어차피 청년일자리는 부족하니 이에 맞추어 인구 감소 또는 출산율 하락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면, 인구문제는 원인이기 이전에 결과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이 벤치마킹할 나라는 인구 감소에 정년 연장으로 대처하는 일본이 아니라 출산율 제고에 성공한 프랑스이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정부가 산아제한정책을 적극 시행했던 1960, 70년대 당시의 세대는 왜 출산과 육아에 대해 지금처럼 부담을 느끼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세종시 출산율이 서울보다 2배 이상 높은 1.57명을 기록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면 웬만한 답은 나올 것이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산재사망률을 기록하면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한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생활고를 비관하여 자살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산업현장에서 ‘인재’로 노동자가 계속 죽음을 당해도 모른 체하는 정부가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것은 위선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시체장사’한다고 망언하는 국회의원이 있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투쟁하는 유가족들 옆에서 피자 폭식하는 ‘일베’가 활보하는 나라에서 정부가 인구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할 것이다. ‘정부 주도’의 생명 경시 풍조가 어느덧 저출산과 인구 감소를 고민하는 정부에 부메랑이 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