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경쟁력 '지능형 반도체', 경쟁력 美中 80% 수준... 수요·인력 필요하다 지적 나와

강일용 기자입력 : 2019-09-20 10:56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취임 후 첫 기업방문 '팹리스 업체' 선택... 지능형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 드러내 한국 지능형 반도체 경쟁력 미국·중국 80% 수준... 수요와 인재 확보 절실
인공지능(AI)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지능형 반도체(NPU)'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선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텔레칩스 사옥에서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지능형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최 장관은 학계에 있을 때부터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와 함께 지능형 반도체 개발을 진행하는 등 국내 AI 반도체 업계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이번 간담회도 지능형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진행됐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있는 지능형반도체 팹리스 기업 '텔레칩스'에서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최 장관은 "한국이 5G 칩을 개발해 5G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것처럼 독자적인 지능형 반도체 기술을 갖춰야 전 세계 AI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중소 팹리스 업체들의 아이디어와 대기업이 보유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설계 기술을 결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산 장치와 기억 장치가 따로 있는 현재 하드웨어 구조로는 AI 개발에 한계가 있다. 이를 하나로 합친 지능형 반도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가 지능형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 비용으로 1조96억원의 재원을 확보했지만, 이는 사실 턱 없이 부족한 수치다. 지원 금액이 10배는 더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 가능성 큰 지능형 반도체 산업... 미국·중국 등에 열세

지능형 반도체란 AI 실행에 최적화된 반도체 하드웨어(HW)를 뜻한다. 현재 대부분의 AI는 범용 처리장치(CPU, GPGPU)와 저장장치(메모리)를 활용해 실행되고 있다. 프로그램 실행에 최적화된 HW로 인간의 뇌를 흉내낸 인공신경망(딥러닝)을 구현하다보니 HW의 부피가 크고, 전력을 지나치게 많이 소모하는 등 HW 단계에서 최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AI 모델 학습시 처리장치와 저장장치 사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

지능형 반도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에 들어 새롭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처음부터 AI 실행에 최적화되어 설계되는 만큼 기존 HW보다 성능은 더 뛰어나면서 부피는 작고, 전력도 적게 소모한다. 예를 들어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의 경우 이세돌 9단과 대국 당시 1202개의 CPU와 176개의 GPGPU로 실행됐지만, 현재 더 뛰어난 성능을 갖춘 '알파고 제로'는 고작 4대의 TPU(Tensor Processing Unit)에서 실행되고 있다. TPU는 구글이 AI 실행을 위해 자체 개발한 지능형 반도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능형 반도체는 처리장치, 저장장치의 뒤를 이을 차세대 반도체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인텔, 퀄컴, 엔비디아, 영국 ARM, 중국 화웨이 등 전 세계 주요 IT 업체들이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미래 먹거리로 지능형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일변도의 반도체 사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133조원을 투자해 지능형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2025년 1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능형 반도체 시장에는 인텔(처리장치), 퀄컴(모바일 처리장치), 삼성전자(저장장치)와 같은 절대 강자가 없는 상태다. 시장에 절대적 강자가 없기 때문에 시장 확보를 위해 기업들이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강성원 ETRI 연구원의 분석이다. 현재 지능형 반도체 시장은 연 평균 38%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지능형 반도체 경쟁력은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해 절대적 열세에 처해있다. 미국, 중국 등의 경쟁력을 100으로 잡으면, 한국은 85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강 연구원의 평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지능형 반도체 산업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지만,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들은 미국, 중국 등의 반도체 스타트업과 비교해 아이디어 실현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서도 많은 중소 팹리스 업체와 학계 관계자들이 지능형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목소리를 냈다. 크게 팹리스 업체들이 지능형 반도체 관련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파운드리(반도체 생산) 업체와 연결 또는 실제 수요자와 연결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지능형 반도체 설계를 위한 우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퓨리오사AI 백준호 대표는 "스타트업은 장기간 버텨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자금 지원도 필요하지만, 대규모 파운드리 업체의 협력이나 대기업의 사전 주문과 같은 사업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넥스트칩 김경수 대표는 "지능형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먼저 관련 수요가 필요하다. 정부가 설계 단계부터 실제 수요자와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라오텍 김보은 대표는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은 지원에 앞서 중복 여부를 너무 엄격히 따진다. 반도체는 겉은 비슷해보여도 실제 결과물은 다른 경우가 많다. 중복 여부 심사에 대한 기준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텔레칩스 이장규 대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경쟁하려면 반도체 설계를 위한 우수 인재가 필요하다. 언제나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이혁재 교수는 "서울대에선 반도체 전공이 아닌 학생도 부전공으로 반도체를 배우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반도체 관련 학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PIM 기술 확보로 반도체 생산 경쟁력 확보해야

이날 간담회에선 지능형 반도체 생산을 위해 3차원 반도체 설계를 통한 PIM(Processing In Memory, 처리·저장장치 결합) 기술 확보 및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지능형 반도체는 0과 1로 구성된 기존 컴퓨터의 구조를 활용하는 'CMOS' 방식과 인간의 뇌를 흉내내는 '뉴로모픽' 방식으로 나뉘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효율성은 뉴로모픽이 더 뛰어나지만 아직 연구가 초기 단계라 상용화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현재 지능형 반도체는 CMOS 방식을 토대로 데이터 처리속도(FLOPS)를 올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렇게 데이터 처리속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기술이 PIM이다. 기존에 분리되어 있던 처리 장치와 저장 장치를 하나의 칩셋으로 통합해 데이터 전송시 낭비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PIM을 현실화하기 위해 반도체를 층층이 쌓아서 만드는 3차원 반도체 설계 기술과 쌓여있는 처리 장치와 저장 장치가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길을 내는 10나노 미만 초미세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이러한 3차원 반도체 설계와 초미세 기술을 상용화한 곳은 미국 인텔,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세 군데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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