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국 70년] 사드로 무너진 한중관계…전략적 상호신뢰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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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9-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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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⑥사드 후폭풍 끝? 한중관계 전망

  • 북핵, 한미동맹, 미중패권 등 복잡하게 얽힌 한중관계

  • 지정학적 현실 인정한 새 외교관계 모델 수립해야

“한·중 상호호혜 협력의 새 모델을 만들고 양국 관계의 넓이와 깊이를 확대하자."

강경화 외교장관이 지난 8월 20일 베이징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 말이다.

1992년 8월 24일 한·중 양국이 수교한 지 올해로 27주년이다.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 접근성으로 단기간 내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최상의 관계를 구가하던 양국 관계는 2016년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역사적 변곡점'도 겪었다. 양국 관계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사드 ‘앙금’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제 현실에 맞는 한·중 관계 협력의 새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중 수교 27년 "적대관계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되기까지"

선린 우호관계(1992년)에서 협력동반자관계(1998년), 전면적 협력동반자관계(2000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2008년)까지, 한·중 관계는 수교 27년 만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1949년 신중국 수립 후 냉전 이데올로기에 묶여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적대적 관계가 무색할 정도였다.

그동안 양국 간 교류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1992년 63억7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교역액은 2010년 2000억 달러를 돌파, 지난해 2686억4000만 달러(약 320조원)에 달했다. 숫자로 보면 4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사드 갈등이 절정에 달했던 2016년 교역액이 잠깐 7% 줄어들긴 했지만 잠시뿐이었고, 다시 증가세를 이어갔다. 오늘날 한국은 중국의 3대 무역파트너로,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도 급증했다. 1992년 1억 달러 남짓에 불과했던 달했던 대중 투자 규모는 지난해 46억7000만 달러로, 싱가포르 다음으로 2위다. 일본(38억1000만 달러), 미국(34억5000만 달러)보다도 많다.

인적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지난해 한·중 양국 방문객 수는 연인원 947만1000명으로, 방중 한국인 수가 419만3000명, 방한 중국인 수가 527만8000명이었다. 2018년 말 기준, 중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이 6만7000명, 한국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 수가 6만명으로, 각각 해당국 내 최대 유학생 원천국이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외교 관계에서도 양국은 돈독한 관계를 정립해왔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격상되며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를 포함한 다방면에서 전면적이고 심도 있는 발전을 도모했다. 

특히 2015년 9월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전·현직 중국 지도자들과 함께 나란히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라 서방 지도자들이 불참한 전승절 열병식을 지켜봤을 정도다.

같은 해 12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함께 양국 관계는 절정에 달했다. 당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시진핑 주석과 여섯 번, 리커창 총리와 네 번 만났다"며 이를 '정상회담의 일상화'라고 서술했다. 일각선 양국간 관계를 거의 동맹국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전면적 전략 협력동반자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말도 나왔다. 
 

지난 2015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톈안먼 성루에 올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러시아 푸틴 대통령 등과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 ‘화룡정점’ 톈안먼 성루외교에서 나락으로 추락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다. 한·중 관계는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수직낙하했다. 2016년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 정세가 얼어붙으면서다.

한국은 북한에 압박을 가해 핵포기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북한 압박의 키를 쥐고 있던 중국의 반응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중국에 실망한 한국은 군사동맹국인 미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갔다. 이어 한반도 사드 배치를 공식화한 게 한·중 관계 악화의 직접적 발단이 됐다. 사드 배치를 미국의 중국 견제수단으로 본 중국이 강력히 반발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 연예인의 활동 규제를 제한하는 금한령(禁韓令)을 시작으로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보복 공세를 이어갔다.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중단해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 발길도 끊겼다. 중국 곳곳서 반한 감정이 들끓으며 양국 국민의 감정도 상할 대로 상했다. 중국은 "한국이 중국의 등뒤에 칼을 꽂았다"며 상호 신뢰를 훼손했다고 주장했고, 한국은 "중국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양국 관계는 문재인 정부 들어 비로소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사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기 보다는 지정학적 정세 변화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미국과의 갈등을 겪는 중국으로선 자국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주변국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고, 게다가 한반도 정세 완화 흐름 속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지난 6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 시진핑 방한으로 양국간 정치적 신뢰 쌓아야···

결국 한·중 양국의 좋고 나쁨은 단순히 양국 간 문제가 아닌 한·미 군사동맹, 북·중 우호관계, 미·중 패권경쟁 등 미국과 북한 요소가 구조적으로 얽혀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정학적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한 한·중 양국이 새 외교관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8월 한·중 외교회담에서도 양국은 그간 쌓아온 협력의 경험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해 정치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궈루이(郭銳) 중국 퉁지대 중국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앞서 2월 신화통신 산하 참고소식망에 '신시대 중한관계 발전 추진을 위한 새로운 사고 모색'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중이 상호 이해 증진과 제도적 협력을 통해 양국간 전략적 상호 신뢰도를 높여 군사·안보 영역 제약에서 벗어나 지역 발전과 안정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중 양국은 미국, 북한 요소를 함께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며 한반도 관련 정책을 서로 조율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지역 평화를 위해 남·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6자 회담을 강화해 동북아 역내 다자간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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