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상용화 미루고도 자신만만한 中...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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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08-2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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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초 내달부터 상용화 예정...자금 등 문제로 늦춰져

  • 中정부 막대한 지원...화웨이, 표준필수특허 세계 1위

  • 일각에선 "현수준 만족해선 안 돼...과도한 자신감 금물"

"중국의 차세대 이동통신 5G(5세대) 기술 발전 속도가 경이롭다. 과거 신(新)기술을 이끄는 주역은 미국과 일본, 한국이었다. 중국은 단순히 이들 국가보다 5~10년 뒤처진 국가로만 인식돼 왔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2일 야후재경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5G 기술 발전상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중국은 5G 분야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다"면서 "중국의 발전 속도를 이제 외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특허 보유업체인 퀄컴 CEO가 인정할 만큼, 5G 분야에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애초 내년으로 잡았던 상용화 시기를 대폭 앞당겨 오는 9월 1일부터 5G 서비스를 정식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혀 상용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방대한 시장 규모를 등에 업고 글로벌 5G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꿈'이 멀어지는 듯 보인다.  
 

[사진=웨이보 캡처]

◆中 3대 통신사, 결국 5G 상용화 연기··· "이르면 9월 20일"

중국 IT매체 중관춘온라인(中關村在線)에 따르면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3대 통신사는 최근 5G 상용화 시기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상용화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이르면 내달 20일이나 국경절(건국절)인 10월 1일 이후가 될 것으로 봤다.

원래는 다음 달 1일에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막대한 자금, 보급률, 기술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치면서 부득이하게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5G는 주파수 대역이 높아 기지국 수요도 4G의 2~3배에 달한다. 관련업계는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체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5G 구축 준비 시간을 충분히 갖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통신사가 상용화 시기를 늦추자 아무런 준비 없이 속도에만 집착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중관춘온라인은 단기간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면서 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상당히 힘겹게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통신사들은 당초 내년 5G 상용화를 목표로 시범망 구축 등 테스트를 했지만,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하자 돌연 중국 정부 주도로 5G 조기 상용화를 추진했다. 지난 6월 중국 당국은 통신업계에 5G 영업 허가증을 교부한 데 이어 저가 5G 요금제와 화웨이 5G 스마트폰에 대한 인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5G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화웨이가 미국의 압박에 맞서 버틸 수 있는 내수시장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그로부터 약 3개월 만에 중국 통신업계는 상용화 시기를 앞당겨 5G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결국 연기했다. 촉박한 일정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주요 거점 도시별로 5G망을 구축하고 있지만 결국 방대한 국토 면적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中 여전히 자신만만··· "결국 중국이 이길 것"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뛰어난 기술력과 특허로 세계 통신시장을 주도하면 중국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중국의 경우 2020년엔 전국에 5G 기지국을 보급해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미국은 중국보다 2년 이상 뒤처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5G 네트워크는 기존의 4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구축되는데, 미국은 현재 중국보다 적은 기지국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은 372만개의 4G 기지국을 구축했다. 이는 전 세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에 비해 미국의 기지국은 20만개에 불과하다

또 미래의 주도권 여부를 가릴 수 있는 특허 건수에서 중국은 경쟁국들을 압도한다. 독일 시장조사업체인 IP리틱스에 따르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보유한 5G 표준필수특허(SEP)는 지난 3월 현재 전체의 34%에 달했다. SEP란 대체할 수 없는 핵심 기술특허를 뜻한다. 이 특허를 보유한 기업은 기지국 등 인프라 설비와 스마트폰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특히 화웨이가 보유하고 있는 SEP는 1554건으로 세계 1위다. 특히 기지국 관련 특허 수가 많다. 2위는 스웨덴의 노키아(1427건), 3위는 삼성전자(1316건), 4위는 LG전자(1274건), 5위는 중국 ZTE(1208건)다. 4G에서는 유럽과 미국이 SEP를 장악했지만, 차세대 산업의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는 5G에서는 중국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美 공세에도 승승장구" VS "과도한 자신감 금물"

중국 전문가들은 5G 상용화 연기와 함께 미국의 전방위 공세와 무관하게 중국이 이 분야에서 승승장구할 것으로 자신한다.

중국 IT 매체 테크웹(TechWeb)은 중국이 5G 통신망 구축을 본격화하면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이 '숨통'을 틀 수 있을 뿐 아니라, 엄청난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5~6년 동안 기지국이나 통신장비 등 5G 관련 투자 규모가 9000억 위안(약 152조496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과도한 자신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 유력 증권매체 퉁화순차이징(同花順財經)은 익명의 전문가 말을 인용해 "중국이 5G '후광효과'에 기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다른 국가들에 따라잡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퉁화순차이징은 "중국 5G 기술에 가려진 중국 통신산업의 '장애물'과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통신산업 고성장세의 발목을 잡는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보조금과 세금우대 등 지원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을 뿐 개발, 인프라 구축 등과 관련해서는 아직 명확한 체제나 생태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퉁화순차이징은 '신생아'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매체는 현 수준에 만족하지 말고, 통신산업의 거버넌스 체제와 관리모델을 재조정하고 전략 부문을 체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퉁화순차이징은 또 통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 영역의 산업정책이 따로 분리돼 시너지 차원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G 시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통신과 다른 관련 서비스의 통합을 위한 새로운 전략과 정책을 내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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