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520조원 윤곽 드러낸 내년 예산안...아직도 마중물 역할하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경태 기자
입력 2019-08-22 16:0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홍남기, 국회 기재위에서 510~520조원 예산규모 질의에 "그렇다" 답변

한국경제가 시들어가고 있다. 확장적 재정 정책에 문재인 정부가 올인해왔는데도, 경제 성적은 낙제점이다. 이런데도 글로벌 경기침체 속도가 빨라지자 추가적인 재정 투입에 대한 요구만 빗발친다. 더 쏟아부어야 한다는 게 정부와 여권의 주장이다. 다음주께 윤곽을 드러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510~520조원 규모로 알려진다.

정부는 또다시 경기 반전에 필요한 마중물 역할로 초슈퍼 예산안을 다음주에 확정, 다음달 3일 국회에 제출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중반기를 넘어 섰는데도 여전히 국가 예산은 경기 반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에만 머물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2일 오후 계속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계획을 일부 설명했다. 그동안 거론돼왔던 510조원 이상의 초슈퍼 예산안의 규모를 우회적으로 전했다.

내년 예산의 총지출 규모가 510조~520조원으로 잡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홍 부총리가 "그렇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예산 규모는 정부 출범 이래 역대 수준이다. 특히, 2017년 400조원 대를 처음으로 넘어선 지 3년만에 100조원 규모의 예산이 덧붙여진 셈이다.

정부는 경기 부진에 더해 경기 침체기의 문턱 앞에 놓인 한국경제를 되살릴 방도로 확장적 재정 투입을 우선순위로 정했다.

앞서 5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뒤늦게 국회 심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조속한 재정 투입이 더욱 간절해진 상황이기도 하다. 이달 초 홍남기 부총리는 "추경 예산의 75%를 두 달내로 투입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관련 사업 추진 일정 상 추경 효과를 올해 안에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글로벌 경기 역시 재정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내년 4월까지 5차례에 걸쳐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달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중국의 고정자산투자 및 산업생산, 소매판매가 예상대비 낮은 가운데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탓도 있다. 여기에 유럽경제연구센터 보고서도 각종 글로벌 경제지표가 저조한 점을 이유로 보고 있다.

수출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글로벌 경기의 향방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수출 주력 분야인 반도체 실적은 내리막이다.

8월 1~20일 수출입현황에서 수출액은 249억4700만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했다. 이런 추세로 이달 실적이 마감되면, 9개월 연속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역시 2% 초반대는 커녕, 자칫 1% 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만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재정 투입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 예산안을 확대해 필요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설계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초슈퍼 예산규모가 될 내년 예산안이 경기 부양에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확답을 내리기도 어렵다.

특히, 지난해 집행된 추경 증액분의 경우엔 예산을 책정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8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추경증액분에 대한 결산 집행률은 98.3%에 그쳤다. 2016년 99.6%, 2017년 99.1% 대비 감소폭이 컸다.

더구나 추경 실집행률은 88.7%로 집행률과 다소 격차를 드러냈다. 회계별로는 지역발전특별회계(집행률 70.4%, 실집행률 60.3%), 부처별로는 교육부 (실집행률 43.6%), 행정안전부(실집행률51.6%)의 집행실적이 부진 ­기존사업(실집행률 93.1%)에 비해 신규사업(실집행률 69.0%)의 집행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규모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실집행률이 저조하면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내년에도 재정이 경기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흘려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경제학 교수는 "생산성을 키우고 경제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 지출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재정 투입 효과에 대한 기대치가 현 상태로는 높지 않은 게 문제"라며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을 두고 여야간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중반기를 넘어선 문재인 정부가 재정 이외의 경기 부양 카드가 없다는 데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