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할 줄 몰랐는데..." 망연자실 방통위, 강한 항소 의지 드러내

강일용, 정명섭 기자입력 : 2019-08-22 16:05
페이스북 제기한 행정소송 패소... 법조계, 안이한 방통위 대응 지적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패소로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한 정당한 행정조치였던 만큼 패소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설명이다.

행정법원의 판결 이후 진성철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기자들과 만나 "승소할 줄 알고 있었는데 패소해서 당황스럽다. 페이스북이 이용자 차별을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관련된 민원과 자료도 많았다"며 "판결문이 송달되고 나서 관련 내용을 검토·보강한 후 2주 내로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12월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접속지점을 홍콩 등으로 변경한 후 이용자가 몰리는 오후 8시~밤 12시 페이스북의 응답속도가 변경 전 대비 평균 4.5배(SK브로드밴드), 2.4배(LG유플러스) 느려졌다. 이용자들의 불만 제기가 끊이지 않자, 페이스북은 2017년 10월 접속지점을 국내로 원상복구했다.

통신사도 이번 판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그간 국회·정부·학계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페이스북 우회접속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피해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후 유사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해도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워진 만큼 방통위의 항소와 2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법조계에선 치열한 법리 싸움을 준비한 페이스북과 달리 방통위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한국 법인이 아닌 아일랜드 법인의 주도로 한국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해 소송을 철저한 법리 싸움으로 이끌었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자 이익 침해와 직결되는 증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은 입증책임을 방통위에 넘겨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방통위가 소송에서 이기려면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자들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일일이 증명해야만 하는데, 이러한 증명에 실패해서 1심에서 패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심지어 페이스북은 '여론전'까지 시도하는 등 승소를 위한 다양한 행동을 취했다. 지난 13일 페이스북은 국내 일부 언론사를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망 사용료 협상은 기업과 기업 사이에서 이뤄져야 하는 일인 만큼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이 약 4억원 규모의 상대적으로 적은 과징금을 내지 않고 많은 비용을 내가며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페이스북 규제 움직임이 아시아로 확대되는 것을 진화하기 위함이다. 타 국가에서 유사한 분쟁에 휘말렸을 때 불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미리 유리한 선례를 만들어 두려는 이유도 있다.

방통위는 항소는 물론 대법원까지 가는 것을 고려하는 등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승소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판결문 전문이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분석이 어렵지만, 법원이 방통위의 행정처분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행정처분은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한 증거가 있어야 하고, 의도도 함부로 추정하면 안 된다. 행정조사에서 내부 문건이나 관계자 진술로 속도를 저해했다는 자백이나 진술 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단순 접속경로 변경만으로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케빈 마틴 페이스북 부사장(왼쪽), 이효성 위원장(오른쪽).[사진=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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