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후폭풍에 잠실5단지, 인근 대장주 지위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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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19-08-2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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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재건축 지면서 신축 트리플 단지 '엘ㆍ리ㆍ트' 떠

  • "천당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사업 추진 걱정 많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경. 지난달 열렸던 철탑 시위로 벽 곳곳에 붙었던 재건축 촉구 현수막에서만 잠실5단지의 재건축을 향한 열망을 엿볼 수 있었다.[사진=최지현 기자]


“완전히 초상집이다", "앞으로 힘이 빠질 것 같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아파트 5단지 조합 이사 서너명이 21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조합 사무실에 보여 분양가 상한제(이하 분상제) 파장 이야기가 나오자 한 마디씩 거들었다.  

조합의 한 이사는 "(재건축 사업 추진의) 갈 길이 아직 멀었는데 이젠 더 멀어져버렸다”면서 “버스에서 내려서 한참 걸어간 상태이기에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면서 최근 잠실5단지의 상황을 말했다.

최근 조합 사무실에는 몇몇 조합 이사들만 출근길에 잠시 들릴 뿐 외부 전화도 발길도 끊긴 상태였다. 지난 12일 정부의 분상제 개편안 발표 이전 북적거렸던 사무실 분위기와는 완전 딴판이다. 

지난달 열렸던 철탑 시위로 벽 곳곳에 붙었던 재건축 촉구 현수막에서만 잠실5단지의 재건축을 향한 열망을 엿볼 수 있었다.

 


잠실5단지는 잠실지역 대장주다. 재건축이 집값을 이끌어왔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확실히 그랬다. 정부의 분상제 발표 이후 상황은 점차 달라지고 있다. 분상제가 재건축 시장을 옥죌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건축은 지고 신축이 떠오르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잠실5단지의 잠실지역 대장주 지위가 흔들리는 모양세다.          

정부의 분상제 발표 이후 잠실5단지의 가파른 하락세가 송파구 재건축 단지 전체의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송파구 재건축 단지 매매가 변동률은 지난주 –0.06%을 기록하면서 강남3구 중 가장 높은 하락폭을 기록했다.

지난 7월 0.2~0.87%까지 오르며 같은 기간 각각 0.02~0.26%, 0.00~0.12%를 기록했던 강남·서초구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승세가 매서웠던 만큼 하락세도 가파르다. 


실제로 현재 잠실5단지의 호가는 분상제 발표와 함께 하향 조정되고 있는 상태이다.

7월 중순 전용면적 76㎡와 82㎡가 각각 19억5000만원, 21억5000만원이던 잠실5단지의 호가는 현재 전용 76㎡ 18억5000만원, 82㎡ 20억8000만~20억9000만원까지 내려갔다.

인근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분상제 발표로 거래는 완전히 죽고 매수세도 사라졌다. 거기다 가격까지 완전 꺾였다”면서 잠실5단지 매매 상황을 전했다.

8월 초 전용 76㎡이 19억1000만원에 계약서가 작성된 후 거래도 끊겼다. 지금은 분상제로 매도자들이 매물도 다 거둬들인 상태이다.

이 관계자는 분상제 이후 잠실5단지 주민들의 분위기에 대해 "서울시 사업계획 심의조차 통과할 기미가 안보이니까 주민들이 지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금도 아파트가 너무 낡았기 때문에 ‘천천히 하자’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잠실5단지는 지난 2013년 12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고 사업시행 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그는 “짧은 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10월 분상제 시행까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며 향후 시장 상황을 전망했다.

조합의 다른 이사는 “집값이 떨어져서 다들 기분이 안 좋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느낌이다. 우선은 버텨보려고 하지만 정부 일이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라면서 조합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분상제 대책에 대한 질문에 “아직 여론 형성 조차 안 됐다. 현재 조합장 등이 조합원 의견을 청취하고 감정평가사 등 전문가들에게 자문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일부에서 언급됐던 ‘1대 1 재건축’ 방식은 조합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그는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분상제는 벗어나겠지만 조합원들이 당장 분담금을 내놓을 돈이 없다”라면서 1대 1 재건축 방식으로 발생하는 분담금을 조합원들에게 부담지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분상제가 시행되는 10월 전에는 검토를 마치고 분상제에 대한 공식 의견이 나올 것"이라면서 "여러 쟁점이 있겠지만 분양 금액이 가장 문제다. 집을 소유한 조합원들에 최대한 더 이익이 가도록 방향을 잡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 사무실 전경.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발표 이후 조합 사무실에는 전화도 발길도 끊긴 상태였다.[사진=최지현 기자]


한편 분상제로 재건축 대신 신축 단지로 매매수요가 몰리는 풍선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통상 잠실5단지보다 시세가 낮게 형성돼있던 인근 신축 트리플 단지인 잠실 엘스·리센츠·트리지움(엘·리·트)가 잠실 집값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잠실 리센츠 아파트의 시세가 전용 84㎡ 기준 18억5000만~19억원으로 오르면서 잠실5단지 시세를 웃돌았다.   

인근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분상제로 잠실5단지와 시세 차이가 줄어들었다. 이전엔 잠실5단지와 시세 차이가 1억5000만~2억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하며 "분상제 발표로 잠실5단지 가격은 이제 떨어지고 리센츠는 올라가면서 역전 현상이 생겼다"라면서 두 단지 사이의 엇갈린 상황을 전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잠실주공5단지 한 곳이 눈에 띄게 하락가를 찍으면서 송파구 전체가 마이너스가 됐다”면서 “가격 변동이 없는 다른 단지들의 거래절벽이 장기화된다면 향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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