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리 사임..정국 혼란에 경제 파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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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8-2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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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테 총리 사임...'극우 포퓰리즘' 연정 사실상 붕괴

  • 콘테, "살비니의 조기총선 요구 무책임하고 이기적"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양대 축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의 대립 속에 나온 결정이다. 이탈리아 정국이 극심한 혼돈으로 빠져들면서 경제와 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콘테 총리는 이날 상원 의사당에서 연설을 통해 "연정 위기로 정부 활동이 손상을 입게 됐다. 현 정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며 사임을 공식화했다.

콘테 총리의 사임은 '동맹' 소속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지난 8일 '오성운동'과 정책 대립 속에 연정 붕괴를 선언한 지 12일 만이다. 피렌체대학 법학교수 출신인 정치 신예 콘테 총리는 '오성운동'과 '동맹' 사이 중립적 인사로 발탁돼 양당을 중개해 왔지만 더 이상 정국 운영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셈이다.

콘테 총리는 이날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찾아 사직서를 제출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콘테 총리에게 새 연정이 구성되기 전까지 '관리 내각'을 이끌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부터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는 예정대로 콘테 총리가 참석할 전망이다.

콘테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살비니 부총리를 겨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며 연정 위기의 책임을 물었다. 그는 살비니 부총리가 이달 초 조기총선을 요구한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개인과 당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비난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1일 출범한 '극우 포퓰리즘' 연정은 1년 2개월 만에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출범 직후부터 감세, 사법개혁, 인프라 건설, 유럽연합(EU)과의 관계 설정 등을 두고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던 두 정당의 파국은 사실상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건은 새 연정이 구성될지, 아니면 조기총선을 향할지 여부다.

일단 대통령실은 정당 대표들과 새 연정 구성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살비니 부총리는 조기총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올 가을 EU와 내년 예산안 협상 등 중요한 일정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은 의회 해산에 신중한 모습이다. 의회 해산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다. 현재 의회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과 중도 좌파 민주당은 현재 연정 구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오성운동과의 연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연정이 성사될지는 불확실하다. 새 연정 구성이 어려울 경우 마타렐라 대통령이 의회 해산과 함께 조기총선을 결단할 수도 있다. 이 경우 10월 말이나 11월 초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망했다.

 

이탈리아 경제 성장률(전분기比%)[그래픽=트레이딩이코노믹스닷컴]



이탈리아 정국 혼란이 이탈리아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유로존 3대, 세계 8대 경제국인 이탈리아는 안 그래도 취약한 생산성과 높은 실업률, 막대한 부채 속에 경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전분기 대비)로 경기침체에 빠졌던 이탈리아는 올해 1분기에 0.1%의 성장세를 회복했만, 2분기에는 성장률이 0%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31%로 EU 권고 기준인 60%의 두 배가 넘는다. EU 내에선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탕기 르리부 오렐BGC 애털리스트는 AFP를 통해 "이탈리아가 시장의 핵으로 떠올랐다"며 "투자자들은 이탈리아와 EU가 재정적자를 놓고 갈등이 재발하는 상황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에도 예산안 갈등에 투자 불안이 커지면서 이탈리아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높아지는 등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었다.
 
이날 이탈리아 증시는 0.97% 하락했지만, 국채 가격은 올랐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31%까지 낮아지며 2016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채권 투자자들이 새 연정 구성 가능성을 반긴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투자자들은 당장 이탈리아에서 조기총선이 실시되고 '동맹'이 이끄는 정부가 출범할 경우 이탈리와 EU와 예산안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해왔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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