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외국인에 물었다] 홍콩 시위, 민주주의 과정 vs 비이성적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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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강지수 손일연 응웬티탐 이지연 기자
입력 2019-08-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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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인 "홍콩 폭력 시위는 비이성적 행동, 필요시 무력 진압도 적절"

  • 대만인 "홍콩 시민들이 권리와 삶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

  • 프랑스·독일인 "큰 힘에 맞서는 민주주의의 과정"

  • 전문가 "홍콩 시민 단결이 관건, 사태 해결보단 잠복 형태로 장기화할 듯"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이 촉발한 홍콩 시위가 점점 격화하며 홍콩 시위에 대한 의견도 나뉘고 있다. 지난 15일 트럼프는 중국 정부가 병력 투입을 논의하고 있다며 무력진압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반대로 홍콩 시위가 점점 폭력적으로 격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이 상황을 둘러싸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아주경제는 국내에 있는 외국인을 만나서 의견을 물었다.
 

홍콩 '최루탄' 연기 속 우산이 나뒹굴고 있다. (홍콩 AP=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중국인·대만인 '하나의 중국?'...엇갈린 반응

이날 만난 중국인들은 중국 정부의 입장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중국 신지앙(新疆) 출신 중국인 주 모씨는 중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시위 양상을 볼 때 비이성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적절한 진압도 필요하며 만약 폭력 시위가 지속한다면 중국군의 무력 진압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장시성(江西省) 출신 중국인 유 모씨는 "사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기에 이번 홍콩 시위에 대해 큰 관심은 없다"면서도 "중국 중앙 정부는 이번 사태를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중국군의 홍콩 시위 진압 투입에 대해선 “직접적인 파병까지는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만인은 이번 시위에 대해 앞선 중국인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대만인 수 모씨는 "홍콩 정부가 홍콩 시민의 요구를 무시하자 시민들이 자신들의 권리와 삶을 지키기 위해 다소 격렬하지만, 공항 농성 등을 통한 국제적 관심을 끄는 전략으로 발전한 것"이라며 "시위의 시작은 단순히 거리로 나가서 요구 사항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격렬한 방식으로 시위를 벌인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콩 경찰은 홍콩·중국 정부와 같은 편에 있고 시위대든 무고한 시민이든 상관없이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다"며 "대만 사람으로서 매일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식과 사진을 보면서 안타깝게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대만의 미래가 홍콩과 같은 처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된다"고 말했다.

수 씨는 홍콩 시위의 전망에 대해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지금 중국 정부가 선전에 인민해방군을 파견해 진압 준비를 하고 있지만 국제 사회의 비판으로 쉽게 투입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홍콩에서 천안문 사태와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할지도 모르겠으나 이런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베트남인 링 씨는 "홍콩 정부가 송환법을 이미 폐기했는데 시위를 계속 벌이는 것이 좀 이해 안 간다"면서도 "홍콩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래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중국과는 다른 민주주의를 채택했는데 이번 송환법이 통과되면 이후 공산주의화 될 우려가 있어서 시위하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7월 9일 "송환법은 사망했다"라는 발언을 하는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프랑스·독일 "홍콩 시위는 민주주의 지켜내는 과정"

이날 만난 프랑스와 독일인은 홍콩 시위를 '자유를 되찾기 위한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인 장 니콜라스 씨는 “홍콩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큰 힘에 맞서는 민주주의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 독일인은 “홍콩 사람들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시위 중”이라고 봤다.

독일인 마르코 씨는 "홍콩 시위의 목적은 두 가지로 본다"면서 “첫 번째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반발일 것이다. 홍콩에서 50%의 사람들은 제대로 된 집을 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국 정부의 홍콩 지배력 강화에 대한 반발이 시위의 두 번째 이유”라고 말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프랑스인 장 씨는 프랑스의 노랑 조끼 시위를 언급했다.

그는 “프랑스 정부에 맞서 일어난 노랑 조끼 시위도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며 본질을 잃었다”며 “홍콩 시민이나 중국 정부 양쪽 다 무력으로 맞서게 되면 악순환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르코 씨는 “홍콩 인근에 중국 병력이 배치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서 “홍콩이나 중국 정부가 시위대에 대해 병력을 더 강하게 배치할 경우 오히려 모든 지배력을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 "시위 장기전 전개 양상, 홍콩 시민의 단결 여부가 관건"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홍콩 시위대의 요구 사항을 크게 3가지로 구분했다. △송환법 완전 폐지 △홍콩 행정장관 사퇴 △홍콩 경찰의 무력 진압에 대한 공식 사과와 진상규명까지 크게 3가지로 분석했다.

그는 "특히 행정 장관 사퇴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사항"이라며 "장관의 사퇴는 곧 홍콩의 힘을 전 세계에 알리는 꼴이 되고 결국 중국 정부의 홍콩 통치가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홍콩에서 발생했던 과거 시위와 이번 시위와의 차이점에 대해 "과거와는 다르게 이번엔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되어 끝을 보자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홍콩인들, 시위대 내부에서부터 결집하지 못하고 분열된 행태를 보이고 일부 폭력 시위로 변질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홍콩 정부와 대화할 근거가 부족하고 요구 사항을 정확히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홍콩 시위의 전망에 대해 "지난번 우산 혁명처럼 장기전으로 이어지다가 흐지부지되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홍콩 정부가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시 사태는 진정되겠지만 해결된다기보단 잠복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강준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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