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강국, 기술독립이 만든다] <프로폴리스①> “외국산 무한신뢰”…‘국내 기술 불안증’ 앓는 제약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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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업팀(김선국·송종호·현상철·황재희·신보훈·오수연) 기자
입력 2019-08-0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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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품질 좋은데 국산 제품 쓸 필요 있나요”…글로벌 공급망 흔들려도 상위 제약업체 ‘무사태평’

  • “호주는 청정지역이라는 국내 소비자 인식에 맞춰 프로폴리스를 수입해서 쓰고 있다.”(A제약업체)

국내 상위 제약사들이 프로폴리스 제품에 외국산 원료를 고집한 이유는 다양했다. 사진은 꿀벌이 프로폴리스의 원료인 꿀을 벌집에 나르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호주는 청정지역이라는 국내 소비자 인식에 따라 프로폴리스를 수입해서 쓰고 있다.”(A제약업체)

“국산은 공급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있다. 호주나 뉴질랜드산 프로폴리스 원료는 수요와 공급에 안정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도 대거 사용 중이다.”(B제약업체)

“기존 (외국 업체) 공급선의 품질이 유지되는데, 국산이라고 무조건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C제약업체)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상황에서도 국내 상위 제약사들의 외국산 원료에 대한 신뢰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과거부터 써 오던 원료"라는 이유로 국내산 원료 사용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모자라, 정부에서 인증한 특허 기술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는 ‘국내 기술 불안증’도 높았다.

8일 아주경제 취재 결과, 프로폴리스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상위 제약사들이 외국산 원료를 고집한 이유는 다양하다. 프로폴리스를 원료로 드링크류, 건강기능식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제약사들은 주로 원료 품질이나 소비자 인식에서부터 기존 공급망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호주산 프로폴리스를 사용하는 제약사 관계자는 "식약처가 인증한 기능성 원료 중에서 시장 환경과 가격을 고려해 호주산 원료를 선정했다”며 “호주가 청정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국내 소비자 인식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OEM(주문자위탁생산)을 맡긴 제조사에서 원료를 담당하는데, 제조사가 호주산 프로폴리스를 이용해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폴리스 공급에 대한 우려로 외국산 원료를 선택한 곳도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호주나 뉴질랜드산 프로폴리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에 안정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사의 우려와 달리 국내 프로폴리스 공급량은 충분하다. 조남준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 과장은 "기업들이 판로만 열어준다면 농가에서 프로폴리스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현재 생산량 대비 30% 이상 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산 꿀의 품질과 프로폴리스 추출 기술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남건 축산물품질평가원 평가R&D본부장은 "국내산 벌꿀은 꽃의 종류에 따라 달리 생산된다"며 "소비자에게 꿀 신뢰도를 높이고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벌꿀 등급제도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본부장은 "등급판정은 수분, 탄소동위원소비 등 벌꿀 검사 규격 10개 항목과 잔류 검사에 합격한 벌꿀에 한해 실시하고 있다"며 "등급판정을 받은 꿀에 한해 생산부터 유통, 소비 전 단계의 이력관리 현황을 실시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력을 알 수 없는 외국산 꿀보다 신뢰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외국산보다 품질이 높은 국내산 꿀을 바탕으로 수용성 프로폴리스가 개발됐다. 항산화 효과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물에 잘 녹아 먹기 편한 수용성 프로폴리스는 국책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이 개발해 2016년 11월 특허 등록까지 완료했다. 일반적으로 프로폴리스 추출물은 주정(에틸알코올)으로 추출하기 때문에 특유의 맛과 향이 남아 있어 먹기를 꺼리는 소비자가 많다. 주정으로 추출한 프로폴리스를 물에 녹였을 경우, 약 2%의 알코올이 남지만, 농진청이 개발한 수용성 프로폴리스는 꿀과 혼합하는 과정에서 알코올의 일부가 제거돼 물에 녹였을 경우 0.1% 이하의 알코올만 남는다. 수용성 프로폴리스가 기존 프로폴리스보다 맛과 향이 순한 이유다.

외국산 기술을 맹신하는 제약사들이 많다 보니, 우수한 국내 특허기술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제약사는 많지 않았다. 한 제약사 직원은 “국내에도 프로폴리스 기술이 있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제약사는 지금까지 외국산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원료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만큼, 현재 출시 중인 제품에 해당 기술‧원료가 적용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응석 국제미용항노화학회 회장은 "당장의 편의와 수익만 추구하다 중소 부품업체를 외면한 국내 반도체 산업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가로막혀 난항을 겪고 있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제약업계도 원천기술과 원료 국산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원재료 품질과 기술력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 만큼 정책 홍보를 확대해 국내 제약업체의 국유 특허 기술 채택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우관식 농촌진흥청 연구사는 “기업대상으로 기술설명회를 연간 7~8회 진행하고 있는데, 홍보가 부족한 면이 있다”며 “더 많은 기업이 국유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특허청과 함께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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