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칼럼] 윤봉길 의거는 재평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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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윤봉길연구소 이사장
입력 2019-08-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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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윤봉길연구소 이사장


광복절을 맞아 우리는 조국광복의 물꼬를 튼 윤봉길 의거를 회고하고 누구나 그 의미를 바로 인식했으면 좋겠다. 윤봉길 의거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면, 의거가 임시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니 조국독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식민 지배를 받는 나라가 수없이 많았다. 그 나라들은 전후 연합국으로부터 독립을 보장받기 위해 저마다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런데 카이로선언에서 그 나라들 가운데 유독 한국만을 독립 보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1932년 1월 28일 일본군은 중국을 침략하기 위해 상해를 공격해 상해사변이 발발했다. 이에 중국군 30만명이 1개월간 항전하였으나 결국 패전하고 상해를 점령당했다. 중국군은 항전기간 동안 장교 120명, 사병 2298명, 실종 131명, 부상자 수천명을 내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윤봉길 의거는 중국이 상해사변에서 패한 직후에 일어났기에 중국 인민들은 자신들의 응어리진 한을 대신 풀어주었다는 점에서 윤봉길 장거에 열광했고 윤 의사를 흠모하며 중국 인민의 민족영웅으로 추앙했다. 충남 예산이 고향인 윤 의사는 농민운동을 바탕으로 독립의 기초를 마련하려고 했지만 일제의 탄압 하에서 민족의 자유와 독립이 농촌 부흥보다 절대적으로 우선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상해로 망명했다. 마침내 1932년 4월 29일 상해 홍구공원에서 일제 침략군 전쟁범죄자 수괴를 처단한 역사적 쾌거를 이뤘다.

윤 의사 의거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 독립운동에 호의적이지 않고 심지어 관심조차 없었던 장개석 총통은 ‘중국의 100만 대군도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해냈다’고 윤봉길 의거를 극찬하며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임시정부를 승인했다. 이처럼 윤봉길의 작탄 의거는 좌우노선 싸움으로 분열되어 존립마저 위태하고 유명무실하던 임시정부를 다시 소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중국 인민들과 장개석 총통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한·중 군사동맹’을 이끌어내고 마침내 카이로 선언의 한국독립 조항으로까지 이어졌다.

카이로선언에 한국독립 조항을 넣은 이는 중국 장개석 총통이다. 그런데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과 그의 특별보좌관 해리 홉킨스가 한국독립 조항을 넣었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루스벨트는 장 총통이 한국독립 조항을 넣자고 하는 것을 시종 탐탁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40년 신탁통치’ 음모를 획책하면서 한국의 ‘종전 즉시 해방’을 저지하려고 했다. 또한 영국의 처칠은 자신들의 식민지 인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한국독립 조항에 대한 논의 자체를 반대했다.

그러나 당시 루스벨트는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미국이 일본 본토 공격을 개시하면서 미국 공군의 폭격기가 멀리 날아가 일본 본토를 폭격하고 나면 연료가 다 떨어져 가까운 중국 영토에 낙하해 중국군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귀환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중국의 넓은 영토는 군사작전지역으로 활용가치가 매우 높았다.

상황이 이러했기 때문에 루스벨트는 카이로선언 협상에서 장개석의 한국독립 조항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결국 장개석 덕에 한국독립 조항은 카이로선언에 명기됐다. 이로써 장 총통은 자신들의 원한을 대신 갚아준 윤봉길 의거에 보답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인애국단원들의 의거를 기록한 ‘도왜실기(屠倭實記)’의 서문에 ‘한국해방의 단서가 된 카이로회담에서 장개석 총통이 솔선해서 한국의 독립을 주창해 연합국의 동의를 얻었다는 사실은 그 원인이 윤 의사의 장거에 있었음을 잊어서는 아니된다’고 기술했다.

이처럼 윤봉길 의거는 나라를 다시 찾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특히 임시정부 국무회의의 승인을 받고 적군(敵軍)을 기습 공격한 윤봉길 의거는 의열투쟁이란 범주를 넘어 우리 역사의 흐름을 바꾼 광복전쟁으로 재평가돼야 한다. 역사를 올바로 인식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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