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치' 하루만에 '中 환율조작국' 카드 꺼낸 美..미·중 갈등 전면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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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8-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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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재무부 "中, 위안화 절하로 불공정 경쟁 우위"..환율조작국 지정

  • "트럼프 추가 관세 최악의 타이밍..중국도 물러서지 않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중국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을 넘기는 '포치(破七)'가 현실화한 지 만 하루 만이다. 지금까지 관세에 집중됐던 미·중 갈등이 환율로 번지면서 무역전쟁이 더 꼬이는 양상이다.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날 낸 성명에서 "스티븐 므누신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조 아래 오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중국이 외환시장에 장기간 대규모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 절하를 촉진했다는 오랜 역사가 있다"면서 "최근 며칠 동안 중국은 통화가치 절하를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므누신 장관은 중국의 최신 조치에 따른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제거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처음이다. 재무부는 1년에 두 차례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환율조작국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위안·달러 환율이 강력한 심리적 마지노선인 7위안을 뚫는 '포치'가 실현되자마자 임의적으로 환율조작국 카드를 꺼내들었다. 

재무부의 이번 결정은 미국의 대중 추가관세 압박에 중국이 위안화 약세 용인 카드 등으로 반격에 나서자 미국이 더 세게 맞불을 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7위안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환율방어에 주력했지만 이번에는 위안화 약세를 용인했다. 실제로 위안·환율이 7위안을 넘은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9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연간 3000억 달러어치에 10%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방관함으로써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은 또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고 추가 관세 부과도 검토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무역전쟁 악화로 인해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라며 외환시장 개입설을 부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의도적 통화 평가절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간밤 트위터로 "중국이 자국 통화의 가치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이는 '환율 조작'이라고 불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듣고 있나?"라고 적으며, 연준에 금리인하를 통한 달러 약세를 에둘러 요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재무부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은 사실상 상징적 조치지만, 미·중 관계의 급격한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봤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에 무역협상 재검토,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의 환율정책 감시 강화와 같은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취한 조치에 비하면 강도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갈등이 더 높아진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니 글레이저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타이밍이 최악이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잠재적 양보는 물 건너 갔다. 양국 모두 버티고 있다. 양국 지도자 모두 그 어느 때보다 국내 여론에 민감하다. 실익보다 정치가 우선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본격적인 환율전쟁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드리고 캐트릴 호주국립은행 선임 외환 전략가는 "무역갈등이 잦아들기보단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 환율전쟁에 돌입했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 양강(G2)의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 둔화와 금융시장 충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해리 해리해런 NWI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미·중 전면전이 계속 이어질 경우 미국 증시가 8%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모든 상황이 꼬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더 내놓을 수록, 중국의 반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면서 "5일 목격한 시장, 즉 증시 급락, 국채 수익률 하락, 안전자산 쏠림 등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3% 안팎으로 곤두박질치면서, 하루 사이 7000억 달러(약 851조원)가 증발했다. 반면 안전자산 쏠림으로 미국 10년물 국채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률(금리)이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최저를 찍었다. 장단기 국채 수익률 차이를 나타내는 수익률 곡선도 다시 역전되면서 경기침체 경고등이 켜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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