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의 중국산 '관세폭탄'...치밀하게 계산된 공격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배인선 기자
입력 2019-08-04 16:1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①中 베이다이허 회의 겨냥 ②무역전쟁 장기전 대비

  • ③ 中 '보복카드' 바닥 ④ 타 대선주자와 '차별'

  • 中 관영매체, 미중 무역협상 '회의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다시 중국을 향해 관세 공격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30~31일 상하이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끝난 지 36시간 만이다. 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 3000억 달러어치에 10%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중국을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관세 공격 카드를 꺼내든 것은 충동적 결정이 아닌 ▲중국 베이다이허 회의 ▲무역전쟁 장기전 대비한 금리 인하 유도 ▲중국 '관세보복 카드' 바닥 ▲ 다른 대선 경쟁후보와 '차별'화 등을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중문판, 싱가포르 연합조보 등이 최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 中 베이다이허 회의 겨냥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열리는 중국 최고지도부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 회의를 겨냥해 중국을 압박한 것이란 분석이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최고지도부가 여름 휴양지 베이다이허에서 휴가를 보내며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연례 비공개 회동이다. 지난 30~31일 상하이 고위급 무역협상이 끝난 직후인 1일부터 사실상 개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장은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미·중 무역전쟁 대응방안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것이라며 이것이 무역전쟁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도 전망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발동 시점을 9월 1일로 못 박으며 위협한 것은 사실상 오는 9월 이어질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 지도부에 양보안을 마련하라고 압박을 넣은 것으로 볼 수 있다. 

◆ 무역전쟁 장기전 대비···금리 인하 압박 이유

둘째, 트럼프 대통령도 사실상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를 준비하고 있는만큼, 추가 관세폭탄을 터뜨리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무역전쟁 장기화가 가져올 대가는 막대하다. 앞서 뉴욕연방준비은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에 걸쳐 2500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투하한 관세폭탄으로 미국 소비자가 떠안아야 하는 총비용이 연간 10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9월부터 추가 관세를 또 발동한다면 미국 경제에 더 큰 악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대비해 연방준비제도(Fed)에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할 것을 압박하고 재정지출 한도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전쟁이 미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금리 인하 등을 통한 통화완화와 재정부양으로 상쇄시키려는 것이다. 

◆중국 '보복카드' 바닥, 대선주자와 '차별화' 전략도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공격에 사실상 중국이 보복관세로 맞대응할 수 없다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 중 하나다.

현재 미국의 관세폭탄 투하에 맞서 중국은 미국산 제품 1100억 달러어치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의 약 70%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3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중국으로선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 보복은 가할 수 없는 처지다. 

이밖에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유력 대선주자와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중국 내에선 무역협상 '회의론'도···
 

중국의 류허 부총리(오른쪽)와 미국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 두번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왼쪽)이 양국 간 고위급 무역협상을 하기 위해 지난 7월 31일 중국 상하이의 시자오(西郊)빈관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1일 기습 관세 공격으로 중국 내에선 미·중 무역협상을 계속 이어나갈지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 관영 경제일보 산하 웨이보 '타오란비지(陶然筆記)'는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공격이 미·중 무역협상에 실질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매체는 6월 말 미·중 양국 정상이 일본 오사카에서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할 당시 합의한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지 않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30~31일 상하이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팀이 '건설적' 대화를 했다고 평가해 놓고는, 돌연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미국의 변덕스러운 행동이 그간 양국이 가까스로 이뤄왔던 진전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매체는 중국이 미국산 농산품 구매를 이어가는 등 성의를 표시해도 미국은 무시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중국이 계속해서 미국산 농산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  미국이 걸핏하면 관세 방망이를 휘두르는 상황에서 무역협상을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냐고도 되물었다. 

다만 그럼에도 미·중 양국이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팡중잉 중국해양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위협에도 무역협상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추가 관세 위협을 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관세를 물리는 것은 다르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은 그의 평소 언행이자, 선거 캠페인의 일환일 뿐"이라고 했다. 팡 교수는 "무역전쟁이 확전되는 것보다는 협상을 이어가는 게 낫다"며 무역전쟁과 무역협상이 동시에 병행되는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