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북3성, '투자 불모지'서 '투자 활성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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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07-2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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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북3성, 1980년대 풍부한 자원 앞세워 성장 이끌다 쇠퇴기 돌입

  • 왕젠린, 쉬자인 등 거물들 동북3성에 투자 잇따라...마윈까지 합류

  • 스마트시티·스마트팜·친환경자동차 생산기지 등 지역경제 발전 유도

  • 中 전문가 "구조 개혁 없인 밑빠진 독에 물붓기" 우려

그래픽=아주경제

​중국에는 '투자할 때는 산하이관을 넘으면 안 된다(投資不過山海關)'는 말이 있다. 산하이관은 중국 허베이(河北)성 친황다오(秦皇島)에 있는 교통·군사 요충지로, 만리장성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는 산하이관의 북동쪽에 위치한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 3성'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동북 3성은 외자 유치가 부진해 경제 발전 속도가 더뎌, 중국에서 '투자 불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중국 공룡 기업들이 잇달아 ‘동북 3성 진출’을 선언하면서다. 이들은 거액의 투자금을 이 지역에 쏟아붓고 있다. 왕젠린(王健林), 쉬자인(許家印), 마화텅(馬化騰), 류창둥(劉強東)에 이어 최근엔 마윈(馬雲)까지 '투자 대열'에 합류하면서 동북 3성 경제가 조만간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 등 IT 공룡들 대규모 투자
 

16일 알리바바는 헤이룽장성 정부와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사진=웨이보 캡처]

중국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지난 16일 헤이룽장성 정부와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헤이룽장성은 알리바바의 클라우딩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헤이)룽장’을 건설할 방침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체결식에서 "알리바바의 투자는 반드시 산하이관을 넘겠다"고 밝혔다. 동북 3성 지역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통념을 뒤집겠다는 말이다.

마 회장은 "첫 전투는 동북지역"이라면서 "헤이룽장과의 프로젝트는 조만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헤이룽장성과 스마트시티, 금융, 모바일 결제, 클라우드 분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 청년창업을 이끌어내고 지역 경제에도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헤이룽장성과 농업 스마트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마 회장은 "지난해 알리바바 산하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헤이룽장의 농산물 매출액이 18억 위안(약 3083억7600만원)에 달했다"며 "알리바바와 헤이룽장이 손잡고 협력을 강화하면 매출액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산물 유통 기반을 확대하고, 판로를 개척함으로써 스마트팜 확산에 주력하겠다고도 했다. 

알리바바에 앞서 징둥, 텐센트 등 다른 인터넷 거물 기업들도 동북 3성에 투자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들 기업은 "동북 3성이 인터넷 기업의 떠오르는 투자지로 주목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랴오닝성의 성도(省会·수도 도시)인 선양(沈陽)을 방문해 랴오닝성 정부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텐센트는 선양을 스마트시티로 구축하기 위해 자사의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스마트 정부, 스마트 의료 등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같은 해 1월 류창둥 징둥 회장도 동북 3성을 방문해 "향후 3년 안에 200억 위안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 회장은 "동북 3성은 석탄·석유·철 등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중국에서 산업이 가장 먼저 발달한 곳"이라며 "동북이 없었으면 국가 초기의 공업 발전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북 지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반드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징둥은 지린성과 함께 물류 현대화, 데이터 서비스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완다그룹, 헝다그룹도 투자 공세...'촹관둥'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사진=신화통신]

인터넷 거물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동북 3성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한창이다.

중국 부동산 재벌인 왕젠린 완다(萬達)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선양에 800억 위안을 투자하는 내용의 전략적 협력 합의를 랴오닝성 정부와 체결했다. 완다그룹은 선양에 이미 250억 위안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선양에 국제병원, 국제학교를 짓고, 복합쇼핑몰인 완다플라자 5개 등을 함께 구축해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관광단지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왕 회장은 "선양의 미래 발전을 밝게 내다본다"며 "당장 올해 3분기에 착공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쉬자인 회장 지휘 아래 헝다(恒大)그룹이 선양시 정부와 친환경 자동차 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헝다그룹은 선양에 1200억 위안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로써 선양이 위치한 동북 지역은 5년 만에 친환경 자동차 기업을 유치하게 됐다.
 
이밖에 중국 대표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유통업체 화룬(華潤), 이치(一汽)자동차, 중국 국유기업 광다(光大)그룹 등도 발 벗고 나섰다. 이들 기업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동북 3성의 창업을 가속화하고, 지역 경제 발전을 이끄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은 중국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촹관둥(闖關東)'이라고 표현했다. 촹관둥은 '관둥(오늘날 동북 3성) 지역으로 들이닥쳤다'는 의미다. 1800년대 말 산둥(山東)·허베이(河北) 지역에 대형 가뭄과 홍수가 이어지자 한족들이 땅이 비옥하고 물자가 풍부했던 동북 3성 지역으로 대규모 이민 행렬에 나선 걸 두고 한 말이다. 동북 3성에 민간 투자가 밀려들고 있는 걸 이에 빗댄 것이다.

◆"옛 명성 되찾기엔 아직 갈 길 멀어" 신중론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동북3성 시찰 당시 한 국유기업을 방문했다. [사진=신화통신]

중국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중국 지도부가 올 초 발표한 '동북진흥발전' 전략과 맞물린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동북 3성은 석탄·석유 등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중국의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산업 구조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성장 전망이 갈수록 암울해졌다.

이에 중국 지도부는 2003년 '동북3성 진흥계획'을 발표했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동북진흥 좌담회에서 "동북 3성이 개혁개방과 현대화 건설을 통해 새로운 진전과 성취를 거둬야 한다"면서 "민영기업을 위한 우수한 법치 환경과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최근 "동북진흥이 국가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개혁개방을 통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 구조 전환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막대한 투자 덕택일까. 최근 몇년간 수십조원의 민간투자에 힘입어 동북 3성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경제성장률)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랴오닝성의 GDP는 2조5315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이는 지난 수년간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기고 있는 동북 3성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랴오닝성은 2016년 GDP가 전년 대비 2.5% 감소하며 중국 31개 성·시·직할시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지방정부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발표한 건 역대 처음이라 충격적이었다.

다만 랴오닝성을 포함한 동북 3성의 성장률은 중국 전국 평균 수준(6.6%)에 못 미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百度) 산하 콘텐츠플랫폼인 바이자하오(百家號)는 익명의 전문가를 인용해 "동북 3성은 오랜 기간 부패, 무능한 관료, 정치 개입 등에 시달려왔다"며 "구조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투자 자금이 많아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얘기다.

이 전문가는 국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민영경제를 적극 발전시키고, 시장 주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국영기업의 현실안주 의식을 타파하는 등 과감한 혁신이 있어야만 예전 동북 3성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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